KBS 박민 취임 첫날, '더라이브' 폐지 수순, 주진우 하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작자율성 침해 비판 거세 ...노조 "낙하산은 사장 자격없어"

박민 KBS 사장ⓒKBS

[PD저널=엄재희 기자] 박민 KBS 사장이 13일 공식 취임했다. 이날 KBS는 보도본부장 등 본부장과 센터장 9명을 교체하고, 국·부장급 주요 보직자 60명의 인사발령을 단행했다. 주진우 진행자는 하차 통보를 받았고, <더 라이브>는 급작스레 편성에서 제외됐다. 언론노조는 "공영방송 역사에 또다시 불행이 시작되었다"며 투쟁을 예고했다.

<문화일보> 출신 박민 KBS 사장은 12일 윤석열 대통령이 사장 임명안을 재가하면서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지난 5월 30일 윤 대통령이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면직한 후 남영진·윤석년 KBS 이사 해임, 이동관 방통위원장 임명, 김의철 전 KBS 사장 해임까지 이어지며 5개월여 만에 KBS 사장이 교체된 것이다. 앞서 국회는 지난 7일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지만, '사장 임명 절차 위반'과 '청탁금지법 논란' 등에서 여야 간 이견을 보여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KBS는 박 사장의 취임식에 앞서 13일 자로 본부장·센터장 인사발령을 단행했다. △전략기획실장 이춘호 △편성본부장 김동윤 △보도본부장 장한식 △제작1본부장 임세형 △기술본부장 강동구 △경영본부장 조봉호 △제작1본부 라디오센터장 김병진 △제작2본부 드라마센터장 문보현 △기술본부 제작기술센터장 문용석으로 각각 교체됐다. 보도본부 통합뉴스룸 취재1·2·방송뉴스·디지털뉴스 주간, 시사제작1·2부장, 라디오 시사교양1국과 라디오제작국 CP 등 국·부장급 주요 보직자 60명의 인사발령도 이어졌다.

<주진우 라이브>의 주진우 진행자도 하차 통보를 받았다. 12일 라디오센터장 내정자가 인사발령 전에 <주진우 라이브> 담당 PD에게 '주진우 하차'를 전화로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2TV에서 방영 중인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도 이날 편성에서 제외됐다. KBS는 코비스를 통해 <더 라이브> 대신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과 <개그콘서트> 등이 재방영될 것이라고 공지했다. 

언론노조와 KBS본부는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낙하산 사장 반대' 입장을 밝혔다. 언론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용산 대통령실이 박 후보자 인사청문단이 꾸린 차기 보직자 인선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재가를 늦추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박 후보자 임명 재가 후 이어진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도 확정에 가깝다고 돌던 차기 주요 보직자들이 대폭 물갈이됐다. KBS의 주요 보직자 인선에 용산 대통령실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짙어지는 부분으로, 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KBS본부가 13일 KBS 본관 앞에서 '월 500 고액자문 박민은 자격없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PD저널

이어 주진우 진행자 하차와 <더 라이브> 편성 제외에 대해 "제작진과 한 번의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자 교체를 결정한 것도 모자라 제작 내용에까지 개입한 것으로 편성규약이 보장하고 있는 제작 자율성을 깡그리 짓밟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2022년 KBS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약에 따르면, '편성·제작·보도 책임자는 실무자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며, 합리적 절차와 방식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프로그램 개편 전에 제작진과 협의하고 프로그램 긴급 편성 시에는 교섭대표노조 에게 통보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번 하차 통보와 편성 변경 과정에서 KBS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노조는 "박민 사장 임명 재가 이후 KBS 내부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말로 ‘점령’ 이외에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며 "사장 임명 직후부터 KBS 내부를 쑥대밭으로 만들며,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제작자율성을 철저히 파괴하고 있는 박민 씨가 과연 사장 자격이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 발언자로 나선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공영방송 역사에 또다시 불행이 시작되었다"며 "언론노동자들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워왔고, 이번에도 필요하다면 밥그릇이 아니라 더 한 것도 걸고 싸워나가겠다"고 했다. 

강성원 KBS본부 본부장도 "KBS 시스템이 이렇게 망가지고 부서지기 시작했다"며 "정권의 낙하산은 공영방송 KBS 수장이 될 자격이 없다"고 했다.

<더 라이브> 진행자 최욱은 이날 오후 2시 유튜브 온라인 방송 <매불쇼>에서 "KBS <더 라이브>에서 4년을 방송 했고, 시사교양 프로그램 시청률 1위 방송인데, 진행자가 모르는 폐지가 어디 있겠느냐"며 "끝 인사할 시간도 안 주고 폐지를 하겠냐"며 편성 중단 사태를 비꼬아 말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