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업계가 ‘플랫폼’에 목을 매는 이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성윤의 엔터 ENTER ③

하이브 사옥. ©뉴시스
하이브 사옥. ©뉴시스

[PD저널=원성윤 스포츠서울 경제부 기자] 얼마 전, 만난 엔터사 주요 임원에게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인 웨이브(Wavve)과 티빙(tving)의 합병이 무산된 뒷 배경에 대해 물었더니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CJ ENM 쪽에서는 tvN 콘텐츠를 비롯한 자체 콘텐츠가 많은 상황이라 시큰둥한 상황이었는데, SK 측에서 언론 플레이를 하면서 합병이 가시화되는 것처럼 만들었죠. 실은 업계 내에서는 안 될 거라고 진작에 보고 있었어요.” 

지난 7월로 돌아가보자. 웨이브와 티빙간 합병 추진은 넷플릭스를 견제하고 '토종 OTT'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받아들여졌다. IT에 정통한 모 매체는 ‘[단독] 웨이브-티빙 합병 추진 막바지...최종 담판만 남아’라는 단독 기사까지 냈다. 배경을 모르는 일반 독자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강력한 OTT 합병이 되는 줄 알았으나, 결론적으로 무산이었다. 

다시, 물었다. “이유가 뭡니까” “SK 측에서는 진작에 계속 하고 싶어서 드라이브를 거는데, 아시다시피 웨이브는 지상파 3사가 연합해서 만든 OTT지 않습니까. 그러다보니 합병됐을 때, 지분 문제나 수익 배분 문제 등에 있어서 향후 잡음이 생길 요소들이 많았죠. 앞으로 저희도 KBS보단 넷플릭스로 가겠죠.” 

합병 성사시 월간활성이용자 수 910만명 넘는 '토종 OTT' 탄생이 될 뻔했으나, 앞으로도 다시 합병이 재추진되는 건 어려워 보인다. 270억원의 제작비가 투여된 KBS 공영방송 50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은 넷플릭스로 플랫폼을 정했고, MBC 소속이었던 장호기 PD가 연출한 <피지컬: 100>은 전세계 시청자들을 공략하며 총 38개국 1위, 월드 차트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런 상황 속에 TV수신료의 가치는 무엇일까를 떠올려 보면 선뜻 실존적 의미를 증명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플랫폼의 시대에 사람들은 여러 플랫폼을 오가며 보기가 쉽지 않고, 시청자의 눈높이를 충족시켜주는 플랫폼으로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려거란전쟁> 역시 그렇게 고증에 신경 써  “잘 만들었다”는 호평을 받는 것도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에 올라탔기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다. 

플랫폼의 중요성을 아는 엔터사들은 방송사 대신 직접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고, 자체 플랫폼을 만들며 글로벌 팬들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하이브·JYP는 UMG 산하 레이블과의 합작을 통해 미국 현지 아이돌 데뷔를 내년 상반기로 계획하고 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흥행시 2~3년 내 그룹 당 매출액 5000억원, 영업이익 500억원 내외의 기여가 예상된다”며 “K팝의 미국 현지화 모델을 통한 세 번째 구조적 성장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하이브는 자신들의 IP 플랫폼인 ‘위버스’를 발판으로 네이버의 VLIVE서비스를 통합, 위버스 공식 결제 수단 ‘젤리’ 등을 통해 월간활성자이용자 수를 1000만명을 가뿐히 넘겼다. 초기 ‘왜 위버스를 만드냐’는 하이브 안팎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결국 결실을 맺게 됐고, 이제는 수익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