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사각지대 놓인 유튜브 영상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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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업계 최초 실태 조사 발표
"보수 기준 및 제도적 보완 장치 마련 시급"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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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엄재희 기자] "영상편집은 시간이 오래 소요돼 10분짜리를 만드는데도 2~3일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편집)단가가 1분당 1만원으로 책정되어 10만원 정도받습니다. 2~3일 고생하고 받는 돈이라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입니다"(유튜브 영상편집자 A씨)

노동 사각지대에 놓인 유튜브 영상편집자의 노동 실태를 담은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6일 '유튜브 시대의 이면 영상편집자의 노동실태' 토론회를 열고 유튜브 등 미디어 플랫폼에서 편집일을 하는 285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유튜브 영상편집자 실태조사는 이번이 최초다. 미디어 사업이 지상파 등 방송사에서 온라인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새롭게 등장한 노동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리는 첫 시도다.

영상 편집자 285명 노동 환경 살펴보니
설문 응답자 대부분(82%)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유튜버와 제작단가를 협상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65%는 남성, 41%가 비수도권 거주자였으며, 30세 미만이 72%로 나타나 청년층 비중이 높았다. 특히, 19세 미만 노동자는 19%였는데,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 생애 첫 노동으로 영상 편집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영상편집을 부업이 아니라 본업으로 삼는 비율은 52%였다. 이들의 소득 수준을 살펴보면, 월 소득이 200만원 미만이라는 응답자는 49%였고 월 100만원 미만은 21%를 차지했다.

평균 노동시간은 44.4시간이었고 52시간 초과로 응답한 경우도 31%에 달했다. 시간당 소득으로 계산해보면, 평균 13,495원으로 2023년 최저임금 9,620원보다 높지만, 시간당 소득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비율은 42%에 달했다. 19세 미만은 최저임금을 못받는 비율이 60%에 이른다. 개인별 편차를 보이지만, 대체로 소득 수준이 낮게 형성되어 있다.

최근 1년 동안 부당한 대우를 경험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50%였다. 내용을 살펴보면, '단시간 영상 완성 요구(33%)', '업무 소통을 위한 무기한 대기 (28%)', '대금 지급 지연(21%)' 순이었다. 응답자들은 "분당 1만원으로 3D 그래픽 소스와 모션 그래픽이 포함된 뮤직 비디오 영상 제작을 요구받았다" "연락이 두절되거나 장시간 후 답장을 했다" "밤새 작업을 해도 무리하게 수정을 요구해 일주일 내내 작업하기도 했다"고 답했다.

유튜브 영상 편집자 실태 조사ⓒ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유튜브 영상 편집자 실태 조사ⓒ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유튜브 영상 편집자 실태 조사ⓒ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br>
유튜브 영상 편집자 실태 조사ⓒ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날 토론회에선 유튜브 영상편집자 A씨가 직접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A씨는 유튜버 소속사인 MCN에서 편집작업을 했고, 구독자 100만 유튜버와도 일했다. 그는 "편집자를 구하는 구인 사이트에는 최저임금 수준도 되지 않는 금액으로 편집자를 구하고 있고, 무페이와 열정페이 구인도 자주 볼 수 있다"며 "구독자 몇십만 명 이상 보유한 유튜버들도 시간 대비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그는 유튜버들의 무리한 요구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ㄱ씨는 "일부 유튜버들은 자신의 채널에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팬이 자기 영상 좋아해서 편집자로 계약하려고 온 줄 안다"며 "'내일까지 영상을 가져와라'고 하거나 8번씩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영상을 다 만들고 나서 전체를 변경하는 수정 내용을 전달한 유튜버도 있었다. 수정하면 추가 금액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건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폭발적으로 성장한 유튜브...새로 등장한 노동 형태 살펴봐야
1인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종합소득세 신고 자료에 따르면, 1인 미디어 창작자 신고인원은 2019년 2776명에서 2021년 3만4219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수입 금액도 875억에서 8588억으로 크게 늘었다. 유튜브는 전 세계에서 1500만명의 크리에이터가 분마다 약 500시간 분량의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어고 있다고 밝혀왔다.

새로운 노동 형태가 등장한 만큼 근로 기준 수립과 제도적 보완 장치가 시급하다. 토론회에서 권하늘 청년유니온 조직팀장은 "현재 영상 편집 보수의 기준이 없기 때문에 클라이언트가 일방적으로 보수를 후려치기 할 수 있다"며 "보수의 기준을 잡는 것이 문제를 바로잡는 출발선"이라고 했다. 이어 "대금체불 등 부당대우가 흔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도움받을 기관이나 제도가 존재하지 않아, 비슷한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집단화되어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6일 센터 사무실에서 '유튜브 시대의 이면, 영상 편집자의 노동 실태' 토론회를 열고 있다. ⓒPD저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6일 센터 사무실에서 '유튜브 시대의 이면, 영상 편집자의 노동 실태' 토론회를 열고 있다. ⓒPD저널

유튜브 영상편집자를 노동법상의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최근 방송업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자성을 인정받으면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유튜브 영상 편집자에게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토론자 김예지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법무법인 지향)는 "유튜브 편집자는 일견 자유롭게 일하는 프리랜서처럼 보이지만, 유튜버의 구체적인 지시와 감독이 있는 경우 근로자성을 인정받는 중요 징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투잡' 또는 '쓰리잡'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설령 다른 일을 했다하더라도 소득의 규모, 제공된 근로를 면밀히 살펴 전속성이 부인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법원에서 방송 작가들의 경우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는 판례가 있기도 하다. YTN 프리랜서들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에서 법원은 작가들이 다른 사업장에서 소득을 올렸지만 그 규모가 경미하다면 YTN 소속 노동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김영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장은 "단순히 기업의 의사결정에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개입과 규제가 가능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실제 노동 양상을 더 면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고 계약서를 제대로 쓰지 않는 관행도 교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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