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사극 약진...명암 엇갈린 시즌제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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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콘텐츠 결산② 드라마]  

올해 작품성과 화제성을 인정 받은 드라마들.
올해 작품성과 화제성을 인정 받은 드라마들.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드라마 경쟁이 치열해진 환경 속에서도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은 몇몇 작품이 나왔다. 주목받은 드라마들은 입체적인 캐릭터로 승부수를 띄워 공감대를 형성했다. 방송사들은 시즌제 드라마를 통해 반등을 노렸지만, ‘반쪽짜리’ 성공에 불과했고, 올 하반기에는 사극 장르의 약진으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여성 배우 활약…입체적 캐릭터 한몫= 여느 때보다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 작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의 신드롬이 대단했다. 올 상반기에 전 세계에서 6억 2280만 시간 시청했을 정도다. 지난 3월 공개된 파트2에서는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문동은이 18년 동안 준비한 복수를 실행하는 과정이 본격화됐다. 배우 송혜교가 열연한 문동은의 주옥같은 대사를 통해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배우 전도연은 tvN <일타스캔들>에서 반찬가게 열혈 사장으로 분했다. 정경호와 로코 케미를 선보이며 17.0%(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배우 엄정화는 20년차 주부에서 1년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의 성장기를 그렸다. 시청률 상승세를 타며 최고 시청률 18.5%를 기록했고, JTBC 역대 시청률 4위를 기록했다. 무시와 편견을 딛고서 끊임없이 변모하는 ‘성장캐’ 차정숙을 향한 응원이 이어졌다. 

배우 고현정은 넷플릭스 <마스크걸>에서 죄수번호 1047로 불리는 중년의 김모미를 완성했다. 배우 김태리는 SBS <악귀>에서 귀신 들린 N년차 공시생으로, 배우 이보영은 JTBC <대행사>로 광고대행사의 독한 임원으로 변신해 시청률 16%까지 끌어올렸다. 이밖에 배우 이영애는 tvN <마에스트라>에서 여성 지휘자로 도전장을 내밀었고, 3대 모녀가 마약 범죄를 파헤치는 tvN <힘쎈 여자 강남순>도 ‘힘쎈여자’ 시리즈의 인기를 이어갔다. 평면적 캐릭터에서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시청자의 눈길을 붙잡았다. 

시즌제 드라마의 빛과 그림자= 시즌제 드라마는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방송사의 선택지였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반응은 엇갈렸다. 올해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SBS는 <모범택시2>‧<낭만닥터 김사부3>‧<소방서 옆 경찰서> 시리즈 등 다수 시즌제 드라마를 선보였다. tvN에서는 <경이로운 소문2>‧<아라문의 검>(아스달 연대기 후속) 등을 방영했고, OTT에서도 시즌제 드라마를 속속 내놓았다. 

성공한 시즌제 드라마는 손에 꼽힌다. 시청률 16%대를 넘어선 <낭만닥터 김사부3>는 김사부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중심을 잡고,  외상센터를 둘러싼 에피소드를 선보였다. <모범택시2>도 무지개운수팀과 주인공 김도기의 공이 컸다. 드라마의 주제는 이전과 비교해 힘이 떨어졌지만, 실제 벌어진 사건들을 소재로 삼아 현실감을 더했다. 이들 작품은 편성 당시부터 전략적으로 기획하지 않았더라도, 장르, 인물, 구성 측면에서 시즌제에 적합한 소재였다. <아스달 연대기>는 시즌1의 부진을 딛고 4년 만에 시즌2로 방영됐다. <아라문의 검>은 남녀 주연배우를 교체하고, 드라마 제목까지 바꾸는 파격적인 변화를 앞세웠다. 

아쉬운 성과를 낸 작품은 수두룩하다. 이야기의 저력을 보여줬던 tvN <경이로운 소문>은 시즌2에서 국숫집을 기지로 삼던 카운터의 무대가 바뀌고, 중국에서 넘어온 악귀 3인방이 등장했다. 작위적인 설정은 흡인력을 떨어뜨렸다. 넷플릭스 <D.P>‧<스위트홈>도 기대 이하였다. <D.P> 시즌1은 군탈 체포조 중심으로 몰입도를 높였지만, 시즌2에서는 군 수뇌부와 대립하는 구도로 스케일이 커지며 힘을 잃었다. <스위트홈>도 시즌1에서 폐쇄된 주택을 배경으로 주민이 괴물에 맞서는 등 대립 구도를 명확하게 보여줬지만, 시즌2에선 주요 인물이 흩어졌다가 새 인물이 대거 등장하며 이야기의 균형추가 흔들렸다. 작년 티빙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기록한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도 기대에 못 미쳤다. 

MBC 금토드라마 '연인'
올해 큰 인기를 얻은 MBC 금토드라마 '연인'

지상파 시청률 부진 속 사극 ‘약진’= 침체기를 겪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정통사극부터 퓨전 사극으로 반등을 꾀했다. 현재 방영 중인 KBS <고려 거란 전쟁>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최초 정통사극이다. 총 27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고려 거란 전쟁>은 디테일한 고증을 바탕으로 장대한 전투신을 담아내 관심을 모았다. 방영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시청률 10%대까지 진입해 대중의 호응을 증명했다. KBS는 통통 튀는 설정을 앞세운 퓨전 사극 <혼례대첩>도 동시에 선보였다.  

MBC는 올해 편성한 드라마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했지만, 배우 남궁민‧안은진 주연의 <연인>으로 체면치레했다. 파트1과 파트2로 나눠 방송된 <연인>은 역사적 사실과 남녀 로맨스를 촘촘하게 엮은 서사로 작품성과 화제성을 모두 붙잡았다. 시청률도 13%대까지 치솟으며 흥행했다. <연인>의 후속작인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으로 ‘사극 강세’ 바통을 이어가고 있다.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은 ‘19세기 유교 걸’의 이야기를 유쾌한 분위기로 그려내며 9%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이러한 흐름은 방송가에서 현대물이 상대적으로 힘을 쓰지 못하자 사극의 활약이 두드러진 측면도 있다. 고정 팬층을 확보한 웹툰‧웹소설 원작 드라마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처럼 사극 장르 특성상 마니아층이 존재한다는 이점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극이 연달아 방영되는 만큼 시청자들이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내년에도 사극 열풍은 이어진다. KBS <환상연가>, MBC <밤에 피는 꽃>, tvN <세작, 매혼된 자들> 등 로맨스 코미디 사극부터 판타지 사극까지 대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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