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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05 15:14
  • 수정 2024.01.11 17:33

"류희림 위원장은 내부서 탄핵된 것이나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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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장
"내부감찰에만 몰두...중립성 몸에 밴 방심위 직원들 분노"
"'청부민원' 정황만으로도 심각...류 위원장은 자진 사퇴해야"

김준희 언론노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부장 ⓒPD저널

[PD저널=엄재희 기자] 지난해 9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임명된 이후 방심위는 혼란에 빠졌다. 임명 2주만에 발족한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는 뚜렷한 법적 근거도 없이 언론의 자유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방심위 직원 200여명 중 150명이 '센터의 역할이 합의될 때까지 인사발령을 반대한다'는 연대성명을 내며 반발했다. 방심위 출범 이후 처음있는 집단 행동이었다.

역대 최고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뉴스타파 인용보도'는 기존의 심의 사례와 비교해서 형평성이나 일관성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은 데 이어, 심의 과정에서 류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이 민원을 넣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부민원' 의혹까지 불거졌다.

방심위 내부에서 류 위원장을 비판해온 온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지부장은 2017년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지난해 12월 다시 지부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다음은 김 지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최근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

"직원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노조위원장을 하면 혼자 싸우는 건 아닐지 걱정했는데 이미 젊은 후배들부터 화가 나 있었다. 노조 집행부를 하겠다는 직원도 많다. 사실 '청부민원' 의혹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전부터 방심위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가짜뉴스 심의센터'를 만들고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한마디에 '뉴스타파 인용보도' 과징금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류 위원장의 중립성과 심의 자격에 대해 의문을 품은 직원들이 많았다. <한겨레>가 지난해 칼럼에서 "이쯤되면 류 위원장이 밀어붙인 '가짜뉴스와의 전쟁'은 조직 내부에서 탄핵을 당했다고 해도 지나지 않다"고 논평했는데, 그 이후 직원들 사이에서 "류 위원장은 내부에선 탄핵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 류 위원장에 대한 내부 직원들의 반발은 취임 초기부터 있었다.

"이미 지난해 10월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놓고 11명의 팀장이 인사권을 가진 류 위원장에게 기명으로 공개 직언했다. 직원 150명이 인사발령을 내지 말라고 성명을 내기도 했다. 방심위 직원이 200명 정도 되는데 이중 휴직자와 파견자를 빼면 사실상 모든 직원이 동참했다고 봐야 한다. 위원장의 권위는 바닥에 떨어져 있다. 지난 1월 2일 시무식을 했는데 평직원은 참여도 못 하게 했다. 류 위원장은 직원들이 질문을 하거나 피켓이라도 들까봐 두려웠던 모양이다. 시무식 때 우수직원 시상식도 하는데, 직원들은 지금 받는 상은 명예롭지 않다고 여기고 있다. 팀마다 류 위원장의 신년사를 내부 중계TV로 지켜봤는데, 중간에 꺼버린 팀도 있다고 한다."

- 방심위 내부가 이렇게 반발한 적이 있나?

"20년 가까이 이곳을 다닌 저도 어리둥절할 정도로 기존 방심위의 조직문화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방심위같은 위원회 성격의 조직은 무색무취한 특징을 가진다. 최종 결재권을 쥔 위원과 위원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하기때문에 중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인식이 몸에 배어있다. 그런데 그런 직원들이 이렇게 분노를 표출하니, 오히려 낯설기까지 하다. 객관적으로 봐도 참을 수 없을 만큼 부끄럽고 고개를 들고 다니기 어려운 것이다. 류 위원장이 워낙 상식 밖의 일을 벌이다 보니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있는 게 아닐지 생각한다."

 3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민언련, 참여연대, 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 관계자들이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해촉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류 위원장은 내부 제보자를 색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는데

"지난주 특별감찰반을 구성하고 감사관 다섯 명을 파견해 제보자 색출 작업을 벌이고 있다. 위원회는 이미 익명의 제보자를 고소했다. 백번 양보해서 개인정보 유출 당사자가 직접 고소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위원장이 자신의 직원을 어떻게 고소하고 색출 작업을 하나.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자진사퇴해야 할 상황인데 여기서 더 직원들을 자극하면 전면적인 퇴진 투쟁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류 위원장은 쫓겨나기 전에 자진 사퇴하는 게 나을 것이다."

- '청부민원' 의혹 대응 계획은 어떻게 되나?

"조합원 임시 총회를 연다. 그때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다. 그리고 권익위가 적극적으로 조사에 나서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몇 달 전 권익위의 조사를 근거로 정민영 전 심의위원을 해촉하기도 했다. '청부민원' 의혹이 이렇게까지 커진 마당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지는 못할 것이다."

- 곧 총선이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운영에 대한 걱정도 방심위 안팎에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선방심위의 추천 과정에서 기존의 추천단체를 배제하고 특정 방송사가 직접 추천했기 때문에 안팎에서 우려가 많다. 선가방송 심의의 핵심은 선거의 공정성과 직결되는데, 특정 정치세력에 우호적인 사람들로 위원회를 구성하면 심의 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방심위도 그렇고 선방심위도 그렇고 정파적 추천 구조에 대한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 양측에서 동의할 수 있는 위원들로 구성하거나 객관적으로 공신력 있는 단체에 추천권을 주는 것으로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 '정치심의' 논란이 커지면서 방심위 존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다.

"늘 제기되던 문제다. 여야가 바뀌더라도 공신력 있는 방심위가 되어야 한다는 데에 모두가 동의할 텐데, 당장의 유불리만 생각해서 방심위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해왔다고 본다. 보도의 공정성을 심의하는 것 자체에 대한 외부의 문제제기도 있는데, 방송법에서 '방송은 공정해야 한다'는 규정이 살아있는 한 공정성 심의 폐지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또, 방심위 존재에 의문을 가지더라도 방심위는 도박, 마약 등 불법식의약품, 음란물과 디지털성범죄 대응 등 다른 중요 업무도 하고 있다. 일부 정치심의 사례 때문에 위원회 전체가 정치적 검열기구로 오해받아 안타깝다. 부디 심의위원들이 정치적 안건에만 열을 올리지 말고 본연의 업무에 관심을 갖고 직원들을 부끄럽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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