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배우는 어르신·이주민 통해 읽고 쓰는 의미 되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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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회 이달의 PD상 수상자 인터뷰] 국악방송 ‘내 마음에 꽃이 피었습니다’ 연출한 김송이 PD

국악방송 한글날 특집 다큐 '내 마음에 꽃이 피었습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국악방송 한글날 특집 다큐 '내 마음에 꽃이 피었습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PD저널=이영광 객원기자] 284회 이달의 PD상 라디오 시사·교양 부문에 국악방송 <내 마음에 꽃이 피었습니다>가 선정되었다. <내 마음에 꽃이 피었습니다>는 한글날을 맞아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 늦깎이로 한글을 익히고 있는 성인문해교실 학생들,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글의 의미가 무엇인지 담았다.

<내 마음에 꽃이 피었습니다>를 연출한 국악방송 김송이 PD는 “성인문해교실 어르신의 삶이 한글을 배우고 시를 쓰면서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어르신의 시를 육성으로 담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면서 “인터뷰해 주신 분들의 시를 빠짐없이 담아 특집을 완성했을 때 정말 뿌듯했는데 상까지 받아 기뻤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내 마음에 꽃이 피었습니다> 제작기가 궁금해 지난 3일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국악방송에서 김송이 PD를 만났다. 다음인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수상 소감 부탁드려요.

“연출을 맡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성인문해교실 어르신의 삶이 한글을 배우고 시를 쓰며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접했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어르신의 시를 육성으로 담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고요. 거기에 이주민, 어린이들의 시까지 더해 한글날 특집을 만들었습니다. 인터뷰해 주신 분들의 시를 빠짐없이 담아 특집 완성했을 때 정말 뿌듯했어요. 동료 PD들이 주는 이달의 PD상까지 받아 정말 기뻤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함께 듣고, 공감해 주셨다는 뜻이니까요.”

-<내 마음에 꽃이 피었습니다>는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한글로 삶이 달라진 사람들, 성인문해교실 어르신과 이주민을 중심으로 한글 배워가는 초등학생들의 이야기까지 담았습니다. 기존의 한글날 특집이 한글 우수성을 과학적·역사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일상에서 우리가 한글을 읽고 쓰는 게 어떤 의미인지 공감할 수 있도록이요.”

-제목에는 어떤 의미를 담았을까요.

 “한글을 읽고 쓰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잊고 사는 경우가 많은데요. 한글이라는 문자를 통해 내 생각을 종이로 옮기고,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모든 과정이 우리의 삶을 더 아름답게 피어나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글로 마음에 꽃이 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기에 <내 마음에 꽃이 피었습니다>를 제목으로 정했어요.”

인터뷰하고 있는 국악방송 김송이 PD.
인터뷰하고 있는 국악방송 김송이 PD.

-출연자들이 자신이 지은 시를 낭독하는데요. 

“꼭 출연자 본인의 목소리로 시 낭송을 전하고 싶었어요. 세종대왕이 해례본 서문에  ‘이르고 싶은 말이 있어도 그 뜻을 펼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 모든 사람이 쉽게 익혀 날마다 쓰기에 편하게 하고자 한다’라고 했잖아요. 한 사람 한 사람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글자 만든 그 마음에는 굉장한 존중과 사랑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마음을 이어받아서 이분들의 목소리를 오롯이 전하고 싶었습니다. 낭독하는 시는 성인문해교실과 이주민사회적협동조합 관계자의 추천과 관련 책을 읽고 선정했고요.”

-한글을 배우는 게 초등학교 1학년과 팔순의 어르신은 다를 것 같아요.

“어르신분들은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아주 크시죠. 금방 잊어버려서 안타까워하시면서도 열정을 다해 여러 번 반복학습하시고요. 그 모든 과정을 기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어르신들에게 한글이 마음을 활짝 펴지게 하는 도구였던 것 같습니다. 당당해진 마음으로 가족들과도 더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더 넓은 사회로도 나가볼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이주민들은 한글 배우기에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요. 

 “이번 특집에서는 결혼한 이주민 여성 세 분을 만났는데요.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한글을 배워야 하는 시기에 임신과 출산이 겹친 경우가 많아서 힘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나 복지관, 이주민사회적협동조합 등의 도움이 컸다고 들었습니다.”

-다큐 시작과 마지막에 출연자들에게 한글은 무엇이냐고 묻잖아요. PD님에게 한글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이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사실은 이 질문을 많은 분께 여쭤봤지만, 끝까지 저는 답을 내리지 않았거든요.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면, 저에게 한글이란 발자국인 것 같아요. 인상 깊은 발자국을 발견해서 그걸 따라가고 싶고, 따라가다 보면 한 사람이라는 우주를 만날 수 있는 발자국이요. 이번 특집도 한글로 쓰여진 많은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가며 만든 것 같아요.”

※ 2011년 국악방송에 입사한 김송이 PD는 <은영선의 함께 걷는 길> 등 다수 프로그램을 연출했고 현재는 <바투의 상사디야>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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