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다움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신세계도 열리겠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85회 이달의 PD상 수상자 인터뷰] KBS '다큐인사이트‘ 경수정 PD

KBS '다큐인사이트-인간: 신세계로부터'
KBS '다큐인사이트-인간: 신세계로부터'

[PD저널=이영광 객원기자] 285회 이달의 PD상 TV 다큐 부문에 KBS <다큐인사이트-인간: 신세계로부터>가 선정되었다. 4부작으로 제작된 <인간 신세계로부터>는 서양미술이 인류사의 굵직한 사건들과 맞물리면서 어떻게 세상을 바꿔왔고 또 세상과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 조명한 프로그램이다.

<인간: 신세계로부터>를 공동연출한 경수정 PD는 “대기획인 만큼 1년의 시간 동안 되게 많은 스태프가 참여한 작품"이라며 "흑사병이 르네상스를 낳았던 것 처럼 포기하지 않고 위기의 시간을 잘 견디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지난 10일 경수정 PD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만나 기획 의도와 제작 과정 등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경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인간: 신세계로부터>는 어떤 작품인가요?

“<인간: 신세계로부터>는 르네상스 이후 서양미술이 시민혁명이나 산업혁명 등 인류사의 굵직한 사건들과 맞물리면서 어떻게 세상을 바꿔왔고 또 세상과 어떻게 상호작용 했는지 관찰한 프로그램입니다. 대기획인 만큼 1년의 시간 동안 연출진 4명을 포함해 많은 스태프가 참여한 작품이고요. 인공지능 기술 등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도 엿볼 수 있습니다.”

-르네상스 이후의 이야기에 주목했는데, 이유가 궁금합니다. 

“고대에도 사람을 그리긴 했는데, 인간성이나 감정이 드러나는 얼굴보다 지체 높은 사람들의 무표정한 초상들이 많아요. 신이 중심이었던 중세 천 년 동안 사람은 더 그려지지 않아요. 신과 성인, 교황, 그 외의 숭배자들 순서로 주변부로 밀려나요. 또 직접적으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지도 않고요. 흑사병과 십자군 원정 실패 이후로 신의 존재를 의심하고, 자기를 돌아보게 된 사람들이 다시 고대 그리스의 찬란한 인류 문화를 되살리는 시도를 하게 되죠. 그러면서 그림의 중앙에 사람이 등장하고, 본격적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그림들이 그려져요. 대표적인 게 다빈치의 ‘모나리자’죠.”

- ‘모나리자'를 비롯해 여러 작품이 등장하는데요. 그림 선택은 어떻게 하셨어요?

“단순히 유명한 그림을 고르지 않았고요. 각 회차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들에 가장 적합한 그림을 골랐어요. 1부는 르네상스, 2부는 시민혁명, 3부는 산업혁명를 주제로 했는데요. 1부 같은 경우 중세 천 년 동안에 가려졌던 인간성이 ‘모나리자의 미소’와 함께 다시 드러나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2부는 ‘메두사호의 뗏목’이라는 그림을 통해 은폐된 진실이 어떻게 드러날 수 있었는지, 그리고 화가들이 그림으로 어떻게 진실을 이야기하는 시도를 했는지 등이 담겼습니다. 3부는 기술이 인간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어떻게 보면 위협하는 환경에서 화가들은 어떻게 자기 내면을 새롭게 표현하게 되는지 얘기들을 하는데 각 주제에 맞는 그림들을 최대한 골랐던 것 같아요.”

다큐인사이트-인간: 신세계로부터
다큐인사이트-인간: 신세계로부터

-근미래를 배경으로 드라마 형식으로 구성한 1~3부에 AI가 비중 있게 등장해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려봤을 때, 지금 기술 개발의 속도라면 인공지능이 인간이 하는 일들의 상당한 부분들을 대체할 수도 있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자연스럽게 떠올렸습니다. 그렇다면 외면뿐 아니라 내면의 인간성도 지닌 인공지능이 나타났을 때 지금 인간성이라고 하는 건 인간 고유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오죠. ‘인간성’을 다룬 프로그램의 주제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4부는 약 4500여명의 캐리커쳐를 그린 다운증후군 화가 정은혜 씨와 나이지리아 소년 화가 카림 와리스 올라밀레칸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담았어요.  

“1~3부는 역사를 다뤄서 드라마 형식을 사용하기도 했는데요. 4부는 지금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을 직접 담아서 정은혜 작가와 카림 작가에게 주목했습니다. 두 작가를 조명한  이유는 그림이 미술관 안에서 정적으로 유물처럼 남아 있는 게 아니고 동시대에 연결되고 서로 영향을 주는 예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점도 있었어요. 그리고 서양미술이라고 하면 특정 계층만 향유할 것이라는 편견도 있는데, 미술은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하는 예술 활동이고, 개인의 삶을 치유할 수도 있다는 점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연출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정은혜 작가의 시선이 굉장히 따뜻하다는 걸 느꼈고 카림 작가는 그림에서 표현되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굉장히 뚜렷하다고 느꼈어요. 연결점이 없을 것 같은 그 두 인물이 그림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건 다른 사람들과 굉장히 많이 소통하고 싶고 연결되고 싶다는 욕구였어요. 미술이라는 매체 자체가 본질적으로도 사람과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거죠.”

-시청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뭘까요?

“르네상스 얘기로 돌아가자면 흑사병이 르네상스를 낳았고 또 기술의 위협이 사람들이 새로운 자기 내면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뜨집어낸 것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위기 상황에도 우리가 나아갈 길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포기하지 않고 이 시간을 잘 견디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 2023년 KBS에 입사한 경수정 PD는 현재 <다큐인사이트>팀 소속으로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고 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