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이 따낸 프로야구 중계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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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3년 간 KBO 리그 중계권 확보...야구팬들 유료화 우려

만원 관중을 기록한 잠실야구장. ©뉴시스
만원 관중을 기록한 잠실야구장. ©뉴시스

[PD저널=원성윤 스포츠서울 기자] 티빙이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중계권을 따냈다. 기간은 2024~2026년까지다. 연간 400억원씩 3년, 총 1200억원을 써내 낙찰 받았다. 야구팬들 우려는 크다. 그동안 포털 등을 통해서 무료로 경기를 봤다. 유료화에 일단, 거부감이 들 수 밖에 없다.

티빙의 이 같은 행보는 ‘위기감’ 때문이다. 복병은 넷플릭스도 디즈니플러스도 아닌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온라인 쇼핑 업체 쿠팡이 전사적으로 ‘쿠팡플레이’ OTT(Over the top)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다. 

쿠팡은 와우멤버십 전용 이용자(월 4400원)는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처음에는 철지난 한국 영화, 미국 드라마 같은 콘텐츠가 머물렀다. 서비스가 안착하자 물량공세가 시작됐다. 나날이 콘텐츠가 업그레이드 됐다. 

오리지널 콘텐츠 드라마도 선보였다. 그러다 올해 초, 임시완 주연 ‘소년시대’가 대박을 쳤다. 지난달 월간 사용자 수(MAU)가 665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약31% 증가했다. 2020년 10월 ‘쿠팡플레이’ 출시 후 MAU가 처음으로 600만명을 넘었다. 티빙(510만명)이 웨이브(423만명)와 합병하면 산술적으로만 가입자가 최대 900만명(중복 가입자 포함)이지만, 실제로는 600~700만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쿠팡 플레이’는 귀신같이 적재적소에 스포츠 중계권을 따온다. 스포츠 중계에 진심인 듯하다. 지난 2021~22년에 손흥민이 활약 중인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경기를 중계했다. 지난해는 K리그 전 경기 디지털 독점 중계와 F1 중계도 했다. 이강인 선수가 활약 중인 스페인 프로축구 리그 라리가에 이어 최근엔 김민재 선수가 뛰는 독일 분데스리가 4년 독점 중계권도 확보했다. 이런 투자 덕분에 2021년 1월 52만명에 불과했던 쿠팡플레이 월 사용자 수는 665만명까지 급증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플레이 서비스는 이걸 통해서 애당초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사업이 아니었다”며 “와우 멤버십 전용 이용자들에 혜택을 주고 이들을 우리 고객으로 묶어놓기 위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쿠팡플레이는 스포츠 중계로 남성 시청자를 늘려 시청자 다양화를 노리고 있다. 쿠팡플레이의 시청자층 성별을 살펴보면 여성 58%, 남성 42%로 여성 시청자가 더 많았다. ‘월 4990원’으로 로켓 배송과 OTT 서비스를 동시에 누리는 점이 소비자들에겐 큰 혜택이다.

티빙 딜레마는 여기서 발생한다. 티빙은 자사 오리지널 콘텐츠를 많이 만들다 보니 적자가 1000억원 가까이 발생했다. 요금도 15% 정도 인상했다. 그럼에도 1200억원을 투자해 프로야구 중계권에 투자한 건 OTT 사업에서 더 이상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웨이브와의 합병도 결국 이런 차원에서 추진됐다. 

문제는 KBO 생중계를 가져온 것이 티빙에게 향후 3년간 어떤 효과를 가져오느냐다. 특히 이번 협상 과정에서 ‘보편적 시청권’이 등장하면서 티빙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프로야구 중계 유료화를 통한 유료회원 가입자 증대를 목표로 사업권에 도전했는데, 프로야구 고정팬들과 방송법 등 ‘무료 중계’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현행 방송법 제2조 제25항에서는 보편적 시청권을 ‘국민관심행사를 시청할 권리’'로 규정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민적 관심이 큰 체육경기대회와 그 밖의 주요 행사를 고시해 90%의 가시청가구를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프로야구를 ‘보편적 시청권’으로 봐야하는지는 논쟁 여지가 있다. 이미 프로축구는 유료화가 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정이 이렇다보니 KBO 중계권을 따낸 것도 티빙 입장에서는 고화질로 서비스하는 유료 소비자층과 저화질 무료 시청층을 분리하는 방법을 강구해낼 수밖에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중계권을 재판매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는 ‘남는 장사’를 할 수 있을지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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