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남의 전쟁에 휘말리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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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도 악당도 없는 세상 20]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맞이하고 있다.©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맞이하고 있다.©AP/뉴시스

[PD저널=박정욱 MBC PD] 자국 영토에 대한 직접적 안보 위협이 아닌 다른 나라끼리의 전쟁에 우리가 휘말리게 되는 사태는 가능한 한 피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초강대국 미국조차 이를 꺼린다.

그래서 외국의 분쟁에 개입할 경우 군사적 옵션보다는 경제 제재를 우선하며, 군사적 개입도 간접적 지원을 선호한다. 하지만 한국은 국경을 맞대고 대치 중인 북한으로 인해 제재 대상에 따라 이러한 방식의 제재에 참여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 자칫 제재를 당하는 국가에서 “그럼 우린 북한을 지원해서 너희를 괴롭힐 거야”라고 역공을 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현실화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은 대러시아 제재 및 우크라이나 지원에 한국이 참여할 것을 줄곧 종용해왔다. 결국 한국은 러시아 제재 조치에 동참했고 러시아는 2022년 3월 5일자로 한국을 러시아연방의 비우호국가로 지정했다.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간접적 군사 지원도 러시아의 심기를 건드렸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하는 폴란드와 캐나다에 대량으로 무기를 납품함으로써 우크라이나에 대한 일종의 우회 지원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캐나다에는 155㎜ 포탄이, 폴란드에는 전차와 자주포 및 경공격기 등이 수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한국이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보낸 쌍용 무쏘 픽업트럭 100대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했다. 우크라이나군이 픽업트럭에 다연장 로켓발사대를 장착해 전투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픽업트럭 지원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에 대해 RIAC(Russia International Affairs Council)와 같은 러시아 싱크탱크 집단에서는 지난해 초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거론한 바 있다. 그 방법으로 가장 유력하게 제시된 것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지원이다. 사실 유엔의 대북 제재 조치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도 그동안 북한에 직접적으로 군사 지원을 하는 것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상황을 바꾸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소방관들이 러시아의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건물의 잔불을 끄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한 대규모 공습을 퍼부어 100명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AP/뉴시스
지난 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소방관들이 러시아의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건물의 잔불을 끄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한 대규모 공습을 퍼부어 100명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AP/뉴시스

결국 러시아는 수입한 북한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최근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제공받은 탄도미사일 중 일부를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무기 수출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혹은 군사적 지원을 받았을 것이다.

커비 조정관이 전한 바에 따르면 북한이 러시아에 요구하는 대가는 지대공 미사일, 탄도미사일 생산 장비 및 재료, 기타 첨단기술 지원 등이라고 한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지고 올 것은 자명하다. 동시에 그동안 시험 발사만을 해왔던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실전 테스트를 거치는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북한 미사일의 위협을 가중시킨다. 실제로 북한이 지난해 11월 발사에 성공한 군사정찰위성의 발사 기술이 러시아의 지원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반도에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반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휘말리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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