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색 드러낸 드라마, 판타지 그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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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배경 힐링 드라마 '웰컴 투 삼달리', 충청도 사투라 돋보인 '소년시대' 인기몰이

지난 21일 유종의 미를 거둔 JTBC '월컴 투 삼달리'
지난 21일 유종의 미를 거둔 JTBC '월컴 투 삼달리'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지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농어촌과 섬 등 풍성한 볼거리와 함께 ‘힐링’을 내세우는가 하면 지역 불균형과 지역소멸의 현실을 어렴풋하게 반영한 드라마도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지역의 고유한 삶의 방식이 차별화된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지역만의 감성이나 공간을 힙하게 생각하는 ‘로컬 힙’이 트렌드로 떠올랐다. ‘지역성’을 ‘특별함’으로 내세운 드라마는 고즈넉한 장소부터 사투리 등 지역적 특색을 십분 활용해 시청자를 유인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 판타지’에 머무는 측면도 있다.

지난 21일 종영한 JTBC<웰컴 투 삼달리>는 제주를 배경으로 한 휴먼 로맨스물이다. 마지막회는 자체 시청률 12.4%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잘나가는 사진작가로 이름을 떨치던 삼달(신혜선)은 서울에서 쌓은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지자 제주로 향한다. 80년대생 애매한 청춘 남녀의 일과 사랑, 이웃들의 이야기로 꾸려 잔잔한 감동과 깨알 같은 유머를 전했다. 두 남녀의 고향인 제주라는 공간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공간’으로 그려졌다. 과거에도 강원도를 배경으로 한 <갯마을 차차차>(2021), 충청도를 배경으로 한 <동백꽃 필 무렵>(2019),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tvN<우리들의 블루스>(2022) 등이 호평을 받았다. 

지역적인 공간과 시간적 배경을 전략적으로 엮은 작품도 있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소년시대>는 온양에서 늘 맞고만 지내던 장병태(임시완)가 부여의 농고로 전학을 와서 전설의 싸움꾼으로 둔갑하면서 벌어지는 코믹물이다. 충청남도 부여를 공간적 무대로 삼아 음악다방, 댄스교습소, 유원지 등 당시 모습을 재현했다. 1980년대라는 시간적 배경을 더해 진입장벽이 높을 수 있는 중장년층의 관심을 붙잡았다.

또 주인공들의 능청스러운 충청도 사투리는 드라마 전체의 정서를 만들어냈다. <소년시대>만의 독특한 개성은 유쾌함을 선사하는 청춘 오락물로 인기몰이를 했다. 1950년대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아이유, 박보검 주연의 넷플릭스<폭삭 속았수다>도 올해 공개를 앞두고 있다.  

주인공들이 능청스러운 충청도 사투리를 선보이며 인기몰이에 성공한 '소년시대'
주인공들이 능청스러운 충청도 사투리를 선보이며 인기몰이에 성공한 '소년시대'

지역이 처한 현실에서 착안한 드라마도 있다. 현재 제작 중인 채널A <결혼해 YOU>는 ‘로코물’을 표방하지만, 지역소멸이 핵심 키워드라고 봐도 무방하다. 결혼 기피 조건을 다 갖춘 섬 총각 봉철희(이이경)의 결혼을 성사시키기 위해 급조된 ‘결혼사기진작팀’에 유배를 당한 비혼주의 공무원 정하나의 고군분투 과정을 다룬다. 겉으로는 ‘중매 로맨스’를 다루고 있지만, 실제 인구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들이 각양각색의 중매에 나선 현실을 빗댈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서울 중심적’ 사고를 꼬집은 작품도 있었다. tvN <나의 해방일지>는 “날 추앙해요”와 같은 명대사들을 남긴 것 외에도 ‘서울 안과 밖’이라는 공간에 관한 시대적 화두를 던졌다. 극 중 둘째인 염창희는 경기도의 가상 소도시인 산포시를 두고 “경기도는 계란 흰자 같대. 서울을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 내가 산포시 산다고 그렇게 얘기해도 산포시가 어디 붙어있는지 몰라”라며 자조 섞인 물음을 던진다. 서울로 터전을 옮기지 않고, 살기 위해 매일 서울과 산포시를 출퇴근하는 삼남매의 삶을 통해 ‘도시 또는 시골’이라는 이분법적 시선에 얽힌 고민을 길어 올렸다. 

‘지역성’에 일부 기대고 있는 드라마라도 단순히 이색적인 시공간과 언어(사투리)로만 채워서는 주목받기 어렵다. 천편일률적인 도시보다 지역의 특색이 콘텐츠 경쟁력의 일부가 된 시대라고 하지만, 개연성이 부족하거나 볼거리만 남은 이야기는 ‘허무맹랑한 판타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역성’을 내세운 이야기는 잠재력이 많다. 판타지를 통해 잠시 향수를 자극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그곳이어야만 하는’ 이야기는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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