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100만원’ TBS 민영화 ‘글쎄’…"서울시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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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민영화 선언 두 달 째...로드맵조차 없어
"보수언론 중심으로 '95.1MHz 쟁탈전' 이어질 수도"

한국언론정보학회가 25일 'TBS, 이대로 멈춰서야 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PD저널

[PD저널=엄재희 기자] "TBS 경영진은 민영화 TF를 결성했다고 하지만 깜깜무소식이다. 자본금 100만원인 TBS가 민영화가 가능한지 의문이다. 현재 민영화에 대해 그 누구도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

송지연 언론노조 TBS 지부장은 25일 열린 'TBS 이대로 멈춰서야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지난해 11월 민영화 추진을 선언한 TBS의 현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민영화를 선언한 지 벌써 두 달이 다 되어 가는데, 그 누구도 정교한 대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민영화의 주체가 누구인지도 불분명하고 민영화를 위해 필요한 TBS 가치평가 예산은 오히려 삭감됐다"고 했다.

송 지부장은 "민영화 선언을 한 당시를 보면 서울시가 시의회에 TBS 지원폐지 조례 연기를 공식적으로 요청하기 직전에 이뤄졌다"며 "TBS의 운명을 6개월 연장안과 맞바꾼 기막힌 결정이었다"고 했다. 이어 "TBS가 민영화 수순으로 간다면 당장 라디오 사업을 원하는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95.1MHz 쟁탈전'이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며 "분명 이 과정에서 고용 승계는 뒷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TBS 정상화의 해결사는 서울시일 수밖에 없다"며 "서울시는 서울시 출자출연 기관 중에 민영화한 사례는 없다. 어쩌면 정치권력에 의해 방송사가 문을 닫는 초유의 사태를 맞을 수 있는데, 이 불행한 선례를 막기 위해 오세훈 서울시장의 책임 있는 결단과 정치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영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박유진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자본과 권력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공영방송의 가치를 민영화란 명목으로 시장논리에 던져버리는 것은 그대로 방송국을 문닫겠다는 선언과 똑같은 것"이라며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언론지형에서는 올바른 정치 권력의 회복을 통한 공영방송의 법적 제도적 보호장치를 제대로 만들어야만 TBS의 미래를 구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TBS는 지난달 22일 'TBS지원 폐지조례' 시행 연기와 93억원 규모의 출연금이 편성되면서 한숨 돌리는 듯했지만, 서울시가 올해 3월 180명의 인건비만을 편성한 뒤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TBS는 이달 3일부터 112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단행했지만, 최종 15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익 대표이사는 이사회에서 '180명은 매각하기 좋은 인원'이라는 취지로 말해 사측과 서울시가 합의한 인원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기존 언론개혁 담론으론 어려워...'약탈적 언론 사유화' 반대해야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준희 한양대 교수는 언론시민사회계의 무력한 대응의 원인을 짚었다.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서울시의회 다수당이 된 후 'TBS 지원폐지'가 본격화됐지만, TBS 내부와 언론·시민사회·학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 교수는 법과 절차를 무시하는 정권의 '초현실적 권력행사'가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도 기존의 언론자유·독립성·공정성 담론으론 저항의 동력을 만들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언론자유는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담론으로 형성되지 못했는데, 지금 사람들은 언론인이 언론자유를 누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위험한 발언이지만 사실이 그렇다. 언론인의 자유가 내 자유와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이어 "공정성 담론은 저항하는 세력이 스스로 공정·편향 담론에 갇히게 했고, 중간지대 합의가 불가능한 정치세력에겐 효과적이지도 않았다"며 "독립성 담론도 시민들은 '독립적인 언론이 나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 주는가'를 체감한 바가 없다"고 지직했다. 

정 교수는 기존의 언론개혁 담론의 변화를 제언했다. '공영방송 지키기'라는 구호 대신 기득권에 반대하고 시민과 사회적 약자편에 서는 방송을 만들기 위한 '민영화·사영화 반대'를 주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넷플릭스 시대에 공영방송이 정말 필요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민영화·사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며 "정부와 기득권에 종속된 방송이 아닌 시민과 약자의 편이 되는 방송, 그런 시민의 자유를 지지하는 언론인들의 직업적·양심적 자유를 위해 지지해달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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