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이 사라진 류희림 방심위 비난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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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바이든-날리면' 보도 '의견진술' 결정
선방심위 연속 법정제재에 MBC라디오 신장식 진행자 자진 하차
사무처 직원 좌천성 인사 논란까지

언론장악저지 공동행동(준) 등 27개 단체가 30일 오전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 앞에서 '비판언론 죽이기 정치보복 심의 자행 류희림 방심위 해체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PD저널

[PD저널=엄재희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가 30일 MBC '바이든-날리면' 보도 관련 심의를 재개한 뒤 '의견진술'을 의결했다. 방심위는 그동안 법적 다툼이 있는 안건의 경우 통상 사법부의 최종 판결을 받은 후 심의했지만, 이번엔 1심 판결 직후 판단을 내렸다. 전날인 29일에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연거푸 세 차례 법정제재를 내린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의 신장식 진행자가 "더 이상 부담을 줄 수 없다"며 자진 하차를 선언했다.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방심위와 선방심의위가 '언론옥죄기 폭주'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방심위 방송소위는 30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MBC '바이든-날리면' 보도가 방송심의규정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방송사 관계자를 불러 의견을 듣는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의견진술은 법정제재를 의결하기 전에 방송사의 소명을 듣는 절차다. 방심위는 '바이든' 자막을 달아 보도한 KBS·SBS·OBS·TV조선·채널A·JTBC·MBN·YTN에도 의견진술을 의결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방심위는 법원 판단에만 의존하는 기관이 아니다. 관련 소송에서 법원 판단은 참고 자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소위는 여권 추천 위원 4명만 참석했다.

해당 MBC의 방송은 지난 2022년 9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장을 떠나면서 "(미국)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냐"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다수의 언론들도 역시 '바이든' 자막을 달아 보도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라고 하지 않았다며 MBC에 정정보도 소송을 제기했고, 방심위는 지난해 5월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심의를 미루자며 '의결보류'를 결정했다.

법원은 지난 12일 1심 판결에서 외교부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음성 감정 결과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판독이 불가능하다면서도 합리적 근거 없이 단정해서 보도해선 안 된다며 MBC에 정정보도를 명령했다. MBC는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했지만, 방심위는 지난 22일 열린 전체회의서 심의 재개를 예고했다.

그동안 방심위는 법적 다툼 등이 있는 안건은 통상 의결을 보류하고 판결 확정 후에 심의해왔다. 방심위는 지난 2021년 10월 서울시가 코로나 역학조사 TF를 축소했다고 보도해 객관성 조항 위반으로 올라온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2021년 7월 9일, 13일 방송) 안건을 정정보도청구 소송 진행을 이유로 의결보류했고, 원고의 항소 포기로 2심 판결이 확정된 이후인 지난해 7월 심의를 재개했다. '유명 탈북자 성폭력 관련 의혹'을 보도한 MBC <스트레이트>(2021년 1월 24일 방송 등) 안건도 대법원에 계류 중인 정정보도 소송을 이유로 지난해 11월 '의결보류'를 결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모습. MBC 보도 화면 갈무리

이날 오전 10시 MBC '바이든-날리면' 심의를 규탄하기 위해 방심위 앞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장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방심위가 심의하지 않는 게 그동안의 원칙이었고, 재판 확정 전에 보류됐던 심의를 재개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왜 대통령과 관련된 사안엔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실제 어떤 발언을 했는지 해명하지 않고 있고, 문제를 일으킨 자가 진실규명을 하지도 않는 데 비판적 보도를 허위보도로 단정지을 순 없다"며 "이번 판결은 잘못된 법리를 적용한 정권 옹호적인 판결이며 이 판결에 기대 심의를 진행하는 건 법적 정당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표적 된 MBC라디오 신장식 하차...가짜뉴스 심의센터 반대한 팀장은 좌천성 인사
어제인 29일에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두 번 회의에서 세 차례 법정제재를 내린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의 신장식 진행자가 하차를 선언하는 일이 벌어졌다. 신장식 진행자는 29일 방송 중 "MBC와 '뉴스하이킥'을 둘러싼 작금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상의해 왔다"며 "MBC와 저의 생각이 모두 일치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제가 물러나기로 했다. MBC에 더 부담을 줄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은 지난해 음악 방송을 포함해 전체 라디오 프로그램 중 청취율 1위를 꾸준히 기록해왔지만, 최근 선방심의위로부터 '법정제재'를 연거푸 받았다. 선방심위는 지난 11일 회의에서 '뉴스하이킥'에 출연한 이언주 전 의원이 김기현 국민의힘 전 대표 사퇴에 대해 '이제 대통령의 꼬봉들만 남아 있다'고 발언한 방송(2023년 12월 13일)을 두고 법정제재인 '관계자 징계'를 의결했다. 이어 지난 25일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김건희 특검법 악법' 발언 등을 다룬 방송 등에 대해 패널 구성의 편향성을 지적하며 역시 법정제재인 '관계자 징계'를 연달아 의결했다. 법정제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로 적용되는 중징계로, 이러한 무더기 법정제재는 전례를 찾아 볼 수 없다.

MBC 관계자는 "국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부분들을 집중 조명했기 때문에 더 영향력이 커졌고, 바꿔 말하면 이로 인해 방심위, 나아가 정치권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고 보고 있다"며 "외부의 압박으로 인해 진행자가 하차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출범을 두고 반대 의견을 낸 사무처 팀장들이 교체되는 일도 벌어졌다. 방심위는 29일 팀장 포함 사무처 직원에 대한 인사발령을 냈는데, 지난해 '가짜뉴스 심의전단셈터' 출범에 반대 의견서를 낸 팀장 11명 중 7명이 팀장 자리를 박탈당했다. 이 중 3명은 기존에 없던 보직인 연구위원직을 신설해 발령냈고 4명은 직원으로 강등시켰다. 가짜뉴스 심의의 부당함을 처음으로 비판한 공로로 올해 이용마 언론상 본상을 받은 탁동삼 전 팀장도 연구위원으로 발령받았다. 방심위는 "연공서열과 관계없이 '원점 발탁'했다"는 위원장 명의의 입장문을 이례적으로 냈다.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는 29일 성명을 통해 "이번 인사는 류희림 위원장이 자신의 과오를 감추고자 직원들의 입을 막으려는 사적 보복의 결정판"이라며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은 채 틈만 나면 ‘색출’과 ‘징계’를 운운하고, 이를 넘어 보복을 실천에 옮기는 류 위원장에게 조직의 수장으로서 어떠한 권위도 남아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언론장악저지 공동행동(준) 등 26개 언론시민단체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류희림 방심위의 정권비판 언론 옥죄기가 폭주기관차와 다름 없다"며 "방심위를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방송통신검열위원회'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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