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TV 시청률 상승 견인한 OTT 스포츠 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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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식의 OTT 세상 47]

미국 NBC의 '선데이 나이트 풋볼' 유튜브 화면 갈무리.
미국 NBC의 '선데이 나이트 풋볼' 유튜브 화면 갈무리.

[PD저널=유건식 언론학 박사(KBS 시청자서비스부)]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올드 미디어에 근무하는 필자에게는 그렇게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구글에서 '방송의 위기'를 검색하면 ‘멀티 플랫폼 시대, 지상파 방송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나 ‘전통의 TV·방송 비즈니스, 존재론적 위기를 맞다’ 등의 게시물 제목이 눈에 띈다. '드라마 위기'로 검색하면 ‘버림받은 지상파 드라마’, ‘배우 출연료 회당 10억’ 등이 나온다.

이런 와중에 눈에 확 들어온 기사가 있었다. 바로 미국의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이 운영하는 ‘더 게이지(The Gauge)’이 분석한, 1월의 TV 시청률이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기사였다. 그 이유는 스트리밍 트래픽의 폭증, NFL(풋볼 리그) 플레이오프, 추워진 날씨, 드라마 같은 스크립티드 프로그램의 복귀(미국은 12월에는 드라마 본 방송을 하지 않는다) 등이 요인이었다.

그중에서 NBC유니버설이 운영하는 OTT 피콕(Peacock)이 독점 중계하는 NFL 플레이오프가 주된 역할을 했다. 1월 13일은 총 408억 분이 스트리밍되어 역사상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날로 기록됐다. 1월 지상파 시청률이 7.1%가 증가하여 전체 TV 시청이 24.2%로 상승했다. 주된 이유는 스포츠 시청이며 전체 방송 시청의 28%를 차지한다.

시청점유율 추이를 보면 급속도로 떨어져 가던 지상파의 시청점유율이 2023년 8월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스트리밍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피콕은 2024년 1월에 전월보다 29% 상승해 OTT 플랫폼의 점유율에서 역대 최고치인 1.6%를 기록했다.

출처: 닐슨 더 게이지
출처: 닐슨 더 게이지

1월의 TV 시청 증가는 여러 면에서 생각거리를 준다. 첫째, OTT가 무조건 TV 시청과 역방향으로 움직이느냐는 물음이다. 전반적인 추세는 그렇지만,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 특히 OTT 구독 피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이 너무 올라 스트림플레이션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환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OTT가 대부분 광고 모델을 도입했기 때문에 시청 데이터를 원하는 광고주에게 매력적이다. 앞에서 소개한 기사에서 시청자가 피콕 앱을 이용하여 NFL 경기를 시청할 때는 대부분 큰 화면인 TV를 이용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방송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증가한다. OTT가 TV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청 투명성이 확보된다면 방송 콘텐츠의 제값 받기가 수월해질 수 있다. 

둘째, 양질의 콘텐츠가 있다면 TV에도 희망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독점 콘텐츠가 플랫폼의 경쟁력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는데, 스포츠처럼 실시간으로 봐야 하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나 <재벌집 막내아들> 같은 사례가 이를 대변한다.

셋째, 국내에서는 지상파가 스포츠 중계 능력을 상실하고 있는데, 미국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어드밴스드 텔레비전(Advanced Television)’ 사이트는 최근 '스포츠가 스트리밍 전쟁을 정리할 수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모든 플랫폼에는 스크립티드 오리지널이 하나 이상 있기 때문에 독보적인 콘텐츠로 적합하지 않지만, NFL, NBA(농구) 등의 스포츠는 여전히 대체할 콘텐츠가 없다.

허브 엔터테인먼트의 조사에 따르면 스포츠에 대한 접근성은 시청자의 플랫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스포츠 팬은 다른 콘텐츠보다 스포츠를 좋아하고, 스포츠는 시청자가 플랫폼 가입에 영향을 미치는 힘을 갖고 있으며, 스포츠 유통의 변화는 다른 콘텐츠에도 적용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인사이트는 최근 OTT들이 스포츠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된 점을 보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지상파가 스포츠 중계를 독점하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다가 ESPN 등 스포츠 전문 케이블이 나오면서 힘의 우위가 케이블로 넘어갔다. 쿠팡플레이는 슈퍼볼 독점 중계, 해외 유명 축구 구단 초청 등 스포츠 중계를 통해 월간 사용자 800만 명을 돌파하면서 토종 OTT 중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였다. 티빙은 2024~2026년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뉴미디어 중계권을 연간 약 400억 원, 총 1200억 원에 획득하고, 중계권을 네이버 등에 재판매하지 않고 독점하기로 했다. 미국 지상파 계열 OTT와 협업을 통해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하는 움직임도 보이는데, 이런 시청자 확보 노력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광고 잡지 애드위크(Adweek)도 올해 시장을 전망한 '스트리밍 전쟁이 다시 혼돈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기사를 통해 TV는 황금시대에서 피크시대를 거치고 이제 모든 것이 무너져 하이브리드 TV를 경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업자들은 리브랜드나 번들 등을 통해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하고, 점점 더 많은 비용을 부담시키고 있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OTT인 맥스가 2023년 1.03억 달러의 이익을 창출했다고 발표했다. 헐리우드 미디어 기업으로는 의미있는 성과다. 결국 방송과 OTT가 더 밀접하게 결합하는 전략을 펼쳐야 혼돈의 시대에서 생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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