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지구의 정원사...정원 가치 계속 알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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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회 이달의 PD상 수상자 인터뷰] KBS 제주총국 ‘지구정원사’ 연출한 현재성 PD

286회 이달의 PD상을 수상한 현재성 PD.
286회 이달의 PD상을 수상한 현재성 PD.

[PD저널=이영광 객원기자] 286회 이달의 PD상 TV 지역 부문에 KBS제주 UHD 2부작 <지구정원사>가 선정되었다. <지구정원사>는 정원을 가꾸는 세계적인 정원사들의 생각과 철학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지구정원사>를 연출한 현재성 PD는 “우리 모두가 지구 위에 정원사이고 지구는 하나의 커다란 정원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라며  "자연을 좋아하고 위로를 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인간에게는 있는데, 방송을 통해 정원의 가치를 계속 알리고 싶다”라고 전했다. <지구정원사> 제작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9일 현재성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현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이달의 PD상을 수상한 <지구정원사>는 어떤 다큐인지 소개해 주세요.

“<지구정원사>는 <오 마이 가든>, <아흔아홉, 행복한 정원사>에 이어 세 번째로 연출한 정원 다큐멘터리입니다. 앞선 다큐멘터리는 개인과 정원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었어요. <지구정원사>는 정원을 개인의 공간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지구 위에 정원사이고 지구는 하나의 커다란 정원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에요. 환경과 인간을 생각하면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 조금 더 보편적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정원에 주목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질수록 정원에 관심이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정원에 관심을 더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취재에 들어갔어요. 2019년에 한 카페를 방문했는데 많은 분이 정원을 바라보면서 커피를 마시더라고요. 정원을 바라보면서 감동하는 모습을 보고, 정원을 관람하는 시대가 왔다고 느꼈습니다.”

-1부는 ‘자연을 읽는 정원사’, 2부는 ‘정원으로 가는 길’이 제목이예요. 

“‘자연을 읽는 정원사’는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정원을 만든다는 주제를 담았어요. 2부에서 그렇게 만들어진 정원을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서 위안을 받고 다시 지구를 생각한다는 뜻이 들어가 있고요. 1부와 2부가 이어지는 구조로 만들고 싶었어요.”

KBS제주 '지구정원사' 화면 갈무리.
KBS제주 '지구정원사' 화면 갈무리.

-가장 먼저 제주의 곶자왈이 나오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인가요?

“곶자왈은 제주의 천연 원시림입니다. 제주의 자연적인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소 중 하나가 곶자왈인데요.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인 피트 아우돌프가 곶자왈이 원시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놀라더라고요. 제주도민인 저 같은 경우 곶자왈을 자주 가니까 소중함을 오히려 더 몰랐던 것 같아요.”

-세계 여러 정원을 갔잖아요. 가본 곳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정원을 꼽으면 어디 인가요?

“너무 많지만 그래도 하나를 뽑는다면 영국의 라우샴 정원이라는 곳이 있어요. 풍경식 정원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요. 거긴 정원이라기보다 마치 넓은 초원에 있는 간 느낌이거든요. 가보니까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아련한 감정, 사람이 느끼는 정서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일깨워준 것 같아요.”

-서울 선유도공원은 정수 시절을 놔둔 채 정원 만든 건데 그게 더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아주 중요한 포인트인데요. 이런 방식으로 공원을 조성한 게 선유도 공원이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요. 이게 어떻게 보면 지속 가능한 정원인데요. 시간을 단절시키지 않고 예전에 있었던 시설을 그대로 살려놓고 거기에 식물이 들어가서 정원이 조성된 거죠. 처음에 선유도공원 생겼을 때 저도 가봤는데 조금 삭막했거든요. 최근에 다시 가보니까 식물들이 많이 자라서 조화롭더라고요. 폐허와 식물이 어우러진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고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부에 <커다란 정원>을 쓴 식물학자 질 클레망이 나오잖아요. 질 클레망은 언론에 잘 안 나온다던데 어떻게 설득하셨어요?

“한 6개월 전부터 공을 들였는데 이메일, 전화에 답장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프랑스 현지 코디분에게 부탁을 드렸는데, 10번 정도 요청을 드렸을 때 연락이 왔어요. 보통은 두 세 번 접촉해보고 연락이 없으면 포기하는데, 우리는 한 10번 정도 연락을 하니까 안 되겠다 싶어서 나오셨다고 하더라고요.”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모든 인간은 자연을 좋아하고 위로를 받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다는 것을 지난 몇 년간 프로그램을 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자연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거든요. 우리는 아파트에 살더라도 공원을 통해서 커뮤니티 정원을 가까이 하려고 노력해요. 이런 노력이 환경이라는 큰 주제와 어우러지면 결국 좋은 방향으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앞으로도 프로그램을 통해 녹여내고 싶습니다. 정체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정원은 방송에 적합한 주제가 아닐 수도 있는데, 정원의 가치를 계속 알리고 싶은 바람입니다.”


※ 2008년 KBS에 입사한 현재성 PD는 <추적60분>, <소비자리포트>, <환경스페셜>, <시사파일제주>, <정원의 발견>, <오마이가든>, <아흔아홉, 행복한 정원사>, <지구정원사> 등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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