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최대주주 변경 두고 첫 법적 공방...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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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정지 심문기일서 YTN지부·방통위 격돌
"2인 체제 의결 위법" VS "국회 추천 지연 탓 불가피"
원고적격·심사과정 등도 쟁점

방송문화진흥회와 MBC가 감사원을 상대로 낸 ‘국민감사 집행정지’ 심문기일이 열리는 8일 오전 서울행정법원으로 한 시민이 들어서고 있다. ⓒ임경호 기자
 ⓒPD저널

[PD저널=엄재희 기자] 언론노조 YTN지부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YTN 최대주주 변경승인 집행정지 사건의 첫 심문이 27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렸다. YTN지부 측이 2인 체제 의결의 위법성을 집중 추궁한 반면, 방통위 측은 절차적 하자는 없다고 받아쳤다.

'2인 체제' 의결, 법적 정당성 있나
이날 오전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 심리로 열린 YTN 최대주주 변경승인 집행정지 사건 심문의 핵심 쟁점은 방통위가 2인 체제에서 의결할 수 있는지였다. YTN지부 측은 방통위법은 대통령 추천 2인과 국회 추천 3인(여당 1인, 야당2인)으로 방통위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지만, 지난해 8월부터 대통령 추천을 받은 2인 체제(김홍일 위원장, 이상인 상임위원)로 운영되고 있는 점을 문제삼았다. 또, 지난해 12월 서울고등법원이 방통위가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후임자를 임명한 걸 정지시키면서 2인 체제의 위법성을 지적한 판결도 근거로 삼았다.

YTN지부 측은 "지금 방통위는 2인이 결정하는 사실상 독임제 부처로 운영되며 설립취지를 무시하고 있고, 이번 처분도 이러한 기형적이고 불법적인 체제에서 이뤄졌다"며 "서울고등법원도 방통위의 2인체제는 방송의 공공성을 실현하도록 규정한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는 등 집행정지가 인용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방통위 측은 '2인 체제'의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국회의 추천 지연 탓으로 인해 벌어진 불가피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방통위 측은 "지금이 정상적인 체제라고 볼 수 없다"면서도 "국회가 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2인 체제로 운영 되는 비상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모든 사안을 2인 체제에서 의결하고 있다며 이를 위법하다고 볼 경우 방통위 업무가 전면 중지돼 부당하다고 맞섰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31일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기간이 만료되면서 방송을 할 수 없게 되었지만, 2인 체제에서 간신히 재허가를 허용했다"며 "불법을 막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고 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선택적으로 위원을 임명하면서 현 2인 체제가 장기간 지속됐다는 재반박이 이어졌다. YTN지부 측은 "국회가 추천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방통위뿐만 아니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여권 추천 위원은 대통령이 바로 임명하는데, 야권 추천 위원은 함흥차사"라고 지적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3월 30일 국회 추천 몫으로 최민희 전 국회의원을 방통위원으로 추천했으나, 정부는 최 의원의 결격 사유를 두고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후 7개월이 넘도록 임명하지 않았다. 결국 최 전 의원은 중도 사퇴를 선언했다.

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 지부장이 20일 'YTN 불법 매각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 지부장이 지난해 10월 'YTN 불법 매각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원고적격 또 발목잡나
이날 재판에서는 원고적격을 두고도 다툼이 이어졌다. 이번 최대주주 변경 승인에 노동조합인 YTN지부가 행정소송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앞서 언론노조 TBS지부가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TBS 지원폐지 조례안' 무효확인 소송에서도 법원은 원고적격을 문제삼으며 사건을 각하했다. 지원폐지 조례의 당사자는 TBS이지, 소속 노동자의 노동조합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고적격성은 이번 재판에서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측은 "신청인인 언론노조 YTN지부는 이번 처분으로 인한 법률상 변화가 없고, 우리조합사주도 최대주주가 변경되더라도 현재 지위엔 변함이 없다"며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한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법률상 영향이 없어 원고적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YTN지부 측은 '공정방송 요구'도 근로조건에 해당한다며 이번 최대주주 변경으로 방송의 자유를 침해받게 된 상황이어서 원고적격이 인정된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대법원은 2012년 MBC 파업을 인정하면서 공정방송 요구는 근로조건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며 "이번 방통위 처분은 신청인의 공정방송 실현 등 근로조건을 훼손해 원고적격이 인정된다"고 했다. YTN지부는 유진그룹이 과거 YTN 해직 사태에 관여했던 김백 전 상무를 사내이사로 추천하고, 유진이엔티 사외이사로 배석규 전 YTN 사장을 임명하면서 방송 공정성 후퇴를 우려하고 있다.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김홍일 방통위원장.©뉴시스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뉴시스

심사 신청 세 달만에 승인...'졸속 심사'도 쟁점
방통위가 이례적으로 속도전을 벌인 심사 과정도 두고서도 양측은 맞붙었다. 지난해 10월 23일 한전KDN과 한국마사회로부터 YTN 지분을 낙찰받은 유진그룹은 약 3주 후인 11월 15일 방통위에 최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를 신청했고, 방통위는 그다음날 심사 기본계획서를 의결한 뒤 올해 2월 7일 최종 승인했다. 

이날 재판에서 진술에 나선 고한석 YTN지부장은 "방통위 측은 2인 체제가 비정상적이라고 언급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YTN을 유진그룹에 이렇게 급하게 넘길 필요가 없었다"며 "유진그룹이 신청한 지 하루 만에 방통위가 기본 계획서를 의결한 건 전례가 없다. 이 계획서 의결에만 보통 석 달 이상 걸린다"고 비판했다.

방통위 측은 "유진그룹이 제출한 추가 자료도 충분히 심사하는 과정을 거쳤고, 변경승인에 관한 조건을 부과하는 등 충분하게 심의했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추가자료를 검토한 후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민사회와 언론학계 반발도 이어져
한편, 이날 재판 시작 전 전·현직 YTN 시청자위원 12명은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시피 한 유통·금융기업에 보도전문채널 최대지분을 매각하는 문제는 엄중하고 투명한 심사가 필요한 데도 방통위는 본분을 망각한 채 오히려 YTN 사영화를 속도전으로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언론학계도 입장을 밝혔다. 한국언론정보학회와 미디어공공성포럼은 26일 성명을 내고 "방통위는 유진그룹이 급조해 만든 유진이엔티라는 페이퍼 컴퍼니에 YTN 매각을 결정하고 최대주주 승인을 기습 의결했다"며 "공적 방송 매체로서 YTN 사영화에 반대하며 이는 정치와 자본 권력으로부터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일"이라고 밝혔다.

전·현직 YTN 시청자위원들이 27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언론노조 YTN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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