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 선방심위...공정도 상식도 없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방심위 석 달 간 9건 '법정제재' 의결
여야 협의없이 선방심위 구성...정당성 잃어
특정 방송사 겨냥 '표적심의' '편파심의' 논란 가열

지난 1월 30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앞에서 열린 '바이든-날리면' 보도 심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에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가 비판언론 죽이기·정치보복적 심의 자행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PD저널=엄재희 기자] 선거기간 방송되는 모든 선거보도를 심의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윤석열 정부의 '언론통제' 중심에 섰다. 여권 편향적으로 구성된 선방심위가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을 콕 집어 징계를 내리고 있어서다. MBC에 집중하던 심의는 최근 CBS로 옮겨붙고 있다. 방송 제재 횟수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늘었고, 제재 수위도 더 강화됐다. 다만, 법원이 6일 방통위가 MBC에 내린 심의 제재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면서 제동 움직임도 보인다.

□ MBC에 중징계 '남발'한 선방심위...이번에는 'CBS'
지난해 12월 출범한 22대 국회의원 선거 선방심위는 7일 열린 회의까지 포함해 약 석 달간 9차례 회의를 열어 9건의 법정제재를 의결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 선방심위의가 법정제재 총 2건, 20대 대통령 선거 선방심위가 법정제재 총 3건을 의결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선방심위는 선거 후 30일인 5월 10일까지 운영되어서 제재 횟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심의 대상을 보면 '표적심의'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특정 방송사를 겨냥한 점이 뚜렷하다. 이번 선방심위는 오늘까지 63건의 안건을 처리했는데, 이중 MBC가 20건, CBS가 13건, YTN이 8건으로 이 세 방송사 심의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연거푸 중징계를 받은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의 신장식 진행자가 자진하차한 후에는 CBS 심의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29일 '관계자 징계'를 받은 CBS는 7일에도 2건의 방송에 대한 심의를 받았다. 선방심위는 이 2건에 대해 패널 불균형 등을 이유로 '행정지도'를 의결했다. 

김중호 언론노조 CBS지부장은 <PD저널>과의 통화에서 "TBS는 폐국 위기에 처했고 MBC도 곧 대주주인 방문진 교체 수순(올해 8월) 이어서, 이제 남은 시사프로그램 중 CBS를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며 "CBS는 공정성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중시해왔는데, 선방심위는 이런 합리적인 방송마저도 수용할 수 없다며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심의를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재 수위도 이례적이다. MBC는 '관계자 징계' 5건, '경고' 2건, YTN은 '경고' 1건, CBS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관계자 징계' 1건을 받았다. 출범 석 달도 안된 이번 선방심위는 법정제재 중 두 번째로 무거운 '관계자 징계'를 6차례나 의결한 것인데, 이전 선방심위는 2008년 출범 이후 15년 동안 '관계자 징계'를 단 두 차례만 내렸다. '관계자 징계'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 평가에서 벌점 4점(주의 1점, 경고 2점)에 해당하는 중징계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지난 4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선방심위의 입틀막 심의를 심의한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PD저널

□ 사실상 류희림 위원장이 구성한 '선방심위' 추천단체...시작부터 '편파' 논란
선방심위에 '편파 심의' '표적 심의'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심의위원 구성부터 이례적으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9명의 위원이 '여야 8대1'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러한 편파 구성 문제는 역시 '편파 심의' 논란을 받고 있는 류희림 방심위원장 주도하에 여야 협의없이 선방심위를 구성했다는 데서 출발한다.

선방심위는 방심위가 선정한 단체에서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된다. 관련 법에 따라, 국회 교섭단체·중앙선거관리위원회·대한변호사협회와 방송사·방송학계·언론인단체·시민단체에서 9인까지 추천을 받는다.

이 가운데 방송사·방송학계·언론인단체·시민단체 중 어떤 단체를 선정할지는 방심위의 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위원으로 구성된 상임위원회가 논의해 결정한다. 현재 야권 몫인 부위원장이 공석이라 사실상 류희림 위원장과 황성욱 상임위원 두 명이 결정한 셈이다. 

류희림 위원장이 꾸린 이 추천단체들은 기존과 크게 달랐다. 권위와 대표성을 인정받은 단체들이 대거 빠지고, 신생이거나 보수 성향 단체 위주로 선정됐다.

먼저, 방심위는 방송사 몫 추천단체로 TV조선·JTBC·채널A·MBN 종편 4사를 추가했다. 기존엔 방송사업자 단체인 한국방송협회와 한국케이블티비방송협회가 번갈아가면서 추천한 것에서 달라졌다. 방심위는 "추천 대상에 종편도 포함해야하는데 관련 협회가 없어 4사에 개별 추천을 의뢰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심의 대상인 방송사가 직접 심의위원을 추천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종편에 추천권을 주려면 한국방송협회 등과 협의하게 해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TV조선이 추천한 인사가 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또, 한국언론학회·한국방송학회·한국언론정보학회 등이 추천해 온 방송학계 몫은 신생 학회인 한국미디어정책학회에 돌아갔다. 한국미디어정책학회는 지난 2019년 6월에 출범했다. 학회 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여권 몫으로 방심위원과 방문진 이사를 맡았던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다.

시민단체 몫으로는 보수 성향 언론 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가 선정됐다. 2022년 6월 창립된 공언련은 대선과 지선에서 '불공정방송국민감시단'을 구성하고 KBS와 MBC를 집중 모니터링해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모니터를 근거로 공영방송 패널에 '좌파' 딱지를 붙이면서 압박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이같은 '편파 추천단체' 논란에도 불구하고 방심위는 각 단체가 추천한 위원으로 지난해 11월 13일 선방심위 구성을 의결했다. 야권 추천 위원 3인은 퇴장했고, 여권 추천 위원 4인만 남아서 결정했다.

야권 추천 옥시찬·김유진·윤성옥 위원은 당시 "류희림 위원장은 합의제 기구에 맞는 절차를 거쳐 선방심위를 구성하자는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며 "적법하지 않은 절차와 편파적 위원 구성으로 선방심위의 정당성과 정상적인 운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류희림 방송심의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1일 백선기 22대 국회의원 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 '편파 추천단체'는 다시 '편파 위원' 논란으로
'편파 추천단체' 논란 속에서 구성된 선방심위는 보수 인사 일색으로 구성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권재홍 위원(공언련 추천)은 MBC의 공정방송 파업에 참여한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에 부당전보와 탈퇴종용을 하는 등 노조활동 부당개입 혐의로 지난 2019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올해 2월 윤석열 정부 설날 특사에 포함되어 복권됐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지난 4일 열린 선방심위 규탄 기자회견에서 "권재홍 위원은 노조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다가 윤석열 정권에 의해 사면받았다"며 "윤 대통령이 기본적인 상식과 균형을 몰각한 정권의 사냥개를 언론탄압하라고 풀어준 꼴"이라고 비판했다.

손형기 위원(TV조선 추천)은 TV조선 보도본부 시사제작에디터 출신으로 보수 성향 언론 단체 '미디어연대' 모니터 위원장을 맡았다. 최철호 위원(국민의힘 추천)도 '불공정방송 국민감시단'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위원장인 백선기 위원은 류희림 위원장의 박사논문 지도 교수다.

특히, 권재홍 위원은 공언련 이사장을 맡고 있어 논란이 크다. 최철호 위원도 공언련 운영위원이다. 공언련은 자체 언론 모니터를 바탕으로 선방심위에 다수의 민원을 넣고 있다. 심의위원이 자신과 직접 관련 있는 단체의 민원을 심의하는 꼴이어서, '이해충돌방지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는 "권재홍·최철호 위원이 선거방송에 대해 심의를 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정성 유지'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며 "두 공언련 인사들이 당장 위원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는 지난 2월 국민권익위원회에 두 위원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신고했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심의위 위원 명단. 표=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심의위 위원 명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 결국 '과잉제재' '표적심의'..."이게 왜 심의 대상이냐" 비판도
논란 속에서 출범한 선방심위는 첫 회의가 열린 지난해 12월 21일부터 MBC를 저격했다. 이날 선방위는 국민의힘에 편파적인 방송을 했다는 이유로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법정제재를 전제로한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MBC와 신장식 진행자를 향한 집요한 공세의 시작이었다. 

선방심위의 심의 의결 과정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의에 출석한 MBC 관계자가 "이것이 왜 심의 대상인지 모르겠다"고 항의하는 일도 벌어지기도 했다.

선방심위는 2월 15일열린 회의에서 MBC <뉴스데스크>가 지난해 보도한 <'겸직 논란' 김홍일, 사의 표명 뒤 '몰래' 이임식>(12월 22일)에서 '몰래'라는 단어 사용한 것은 '편향'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손형기 위원은 "이임식 공지가 의무사항은 아니지 않냐"며 "이것을 가지고 자막에 '몰래'라고 넣었다. 이것은 김홍일 위원장과 윤석열 정부를 과대하게 비판하려고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의견진술에 출석한 박범수 MBC 뉴스룸 취재센터장이 "이게 왜 공정성 조항에 어긋났다고 판단하는지, 왜 심의대상인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항변했다.

SBS는 출연자가 '김건희 특검'을 언급하면서 '여사' 등 호칭을 생략했다는 이유로 행정지도인 '권고'를 받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백선기 위원장은 "대통령 부인에 관련해서는 아무리 야당 인사라고 해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CBS의 패널 구성을 문제삼은 심의에서 최철호 위원이 "장성철 씨가 보수라고 하지만 ‘민주당 대변해서 나온 사람’이라고 얘기한다. 왜 하필이면 그런 사람을 부르냐"고 하기도 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선거 선방심위 위원을 지낸 정인숙 가천대 교수는 <PD저널>과의 통화에서 "방송심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의기 때문에 심의위원들 간 토론을 통해 신중하고 엄격하게 해야한다는 기본적인 합의가 필요하지만, 지금 선방심위는 '표적 심의'와 '과잉 규제'만 남아있다"며 "그간 사회적 논의를 통해 쌓아온 제도와 시스템의 취지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철호 위원이 지난해 2월 국민의힘이 주최한 한 토론회에 참석한 모습 ⓒ공정언론국민연대 홈페이지 상단 화면 갈무리
최철호 위원이 지난해 2월 국민의힘이 주최한 한 토론회에 참석한 모습 ⓒ공정언론국민연대 홈페이지 상단 화면 갈무리

□ 제재처분 줄줄이 법원행?..."방송사는 부당 제재 거부해야"
한편, 이러한 심의기구의 심의 '남발'에 법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서울행정법원은 6일 MBC가 방통위를 상대로 낸 제재 처분 집행정지를 인용했다. 앞서 방심위는 지난해 10월 16일 '김만배 인터뷰'를 인용보도한 MBC '시선집중'에 '주의', 같은달 30일 대통령 전용기 탑승배제 관련 보도를 한 <뉴스데스크>에 '주의'를 의결했다. 이에 방통위는 제재처분을 확정하고 고지방송 명령을 내렸는데, 이 처분의 집행을 정지시킨 것이다.

앞서 MBC는 방심위의 '바이든-날리면' 등 법정제재에 대해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MBC 한 관계자는 "방심위냐 선방심위냐에 따라서 부당함이 달라지는 건 아니어서 (선방심의 제재가) 소송을 제기할 만큼의 부당함이 있다면 차이 없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CBS는 현재 법적 대응 여부를 논의 중이다.

언론노조는 4일 "선방심위의 정치심의로 부당 제재 대상이 된 방송사들은 그 처분 이행을 거부해야 한다"며 "부당한 심의 의결에 굴복하는 사용자들에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향후 제재를 받은 방송사들이 법적 대응에 나설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