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디즈니+에서 인기 끈 K콘텐츠 경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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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식의 OTT 세상 48]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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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유건식 언론학 박사(KBS 시청자서비스부)] 글로벌 OTT에서 K-콘텐츠의 인기는 여전할까. 최근 K-콘텐츠의 글로벌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유료로 전환된 플릭스 패트롤(flixpatrol.com) 프리미엄에 가입하여 데이터를 확인했더니 그 인기는 꾸준했다. 

2023년 1년간 넷플릭스의 100위 안에는 6위 <더 글로리>, 9위 <킹더랜드>, 27위 <여신강림> 등 18개의 한국 TV쇼가 있고, 영화는 43위 <발레리나>, 48위 <길복순> 등 4편이 올라 있다. 디즈니+의 100위 안에는 30위 <무빙>, 33위 <낭만닥터 김사부>, 36위 <카지노> 등 14개의 한국 TV쇼가 포진해 있고, 영화는 43위 <범죄도시>, 81위 <올빼미> 등 4편이 있다. 

2024년에도 3월 초까지 K-콘텐츠는 상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넷플릭스보다는 상대적으로 디즈니+가 더 선전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영화는 <황야> 혼자 4위를 차지하고 있고, TV쇼에서는 7위 <닥터 슬럼프>, 10위 <마이 데몬> 등 10개가 있다. 디즈니+에서는 영화는 25위 <달짝지근해>, 26위 <밀수> 등 7개가 포함되었고, TV쇼는 22위 <킬러들의 쇼핑몰>, 25회 <재벌X형사> 등 9개가 있다.

연도별로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100위 내 K-콘텐츠 통계를 산출해 보니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넷플릭스만이 글로벌에서 K-콘텐츠가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디즈니+에서도 인기는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3년에 100위 TV쇼가 16개로 넷플릭스와 2개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영화는 4개로 같다. 물론 전체적인 순위에서는 넷플릭스가 디즈니+보다 높다.

디즈니+ 오리지널 '무빙'
디즈니+ 오리지널 '무빙'

둘째, 디즈니+가 효율적으로 콘텐츠 관리를 한다. 한동안 디즈니+가 한국에서 실적이 좋지 않아 한국팀을 해체하고 철수한다는 이야기까지 있었다. 다행히 <무빙>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산업에서 독점은 좋지 않다. 한국 OTT 시장에서 주요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비슷한 수준의 성과가 있어야 경쟁이 되고 K-콘텐츠 산업에도 도움이 되므로 디즈니+의 선전을 기대한다.

셋째, 장르로 보면 여전히 영화보다 드라마 등의 TV쇼에 강점이 있다. 오프라인에서 2019년 <기생충>의 인기가 엄청났으나 1회성으로 끝나고 그 뒤를 잇지 못하고 있다. OTT 오리지널도 <더 글로리>나 <무빙> 같은 화제작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기대작 <로기완>이 2월 마지막 주에 글로벌 3위를 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넷째, TV쇼 중에서 예능 콘텐츠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 2023년 넷플릭스의 <피지컬: 100>이 31위를 차지했다. 디즈니+에서는 <어쩌다 사장>이 59위, <버티는 자가 살아남는다>가 66위를 기록했다. 2022년에는 디즈니+에서 <인더 숲: 우정여행>이 73위, <더존: 버텨야 산다>가 75위였다. 2021년에는 디즈니+에 <런닝맨>이 86위였다. 점차 예능 프로그램도 글로벌에서 인기가 증가하기를 바란다.

다섯째, 콘텐츠의 메카인 미국에서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보도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K-콘텐츠의 미국 진출은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TV쇼에서만 41위 <피지컬: 100>과 49위 <더 글로리> 단 두 개만 올라 있다.

K-콘텐츠는 여전히 글로벌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위기에 처해있다. 방송사들은 제작비 부담이 너무 커 드라마 편성을 대폭 줄이고 있다. 드라마제작사협회는 지난 1월 중순 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IP 보유 권장 정책하에 선제작하는 작품의 편수가 과거 2년 동안 크게 늘었으나 방송사의 상황 악화로 인해 제작을 다 마치고도 표류하고 있는 작품이 20편 가까이 되며, 이에 약 3천억 원 정도가 잠겨있다고 하는데 이는 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가져올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시급하게 해소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에서 K-콘텐츠의 인기에 도취해서는 안 된다. 방송 영상 제작 관련자들이 모여 지속가능한 생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골든 타임이 지나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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