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민원 의혹' 다시 수면 위로...류 위원장은 책임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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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로 의혹제기 정당성 인정받은 김 위원...'청부민원' 작심비판
野위원이 상정한 '청부민원' 논의 안건은 산회 후 자동폐기?...재상정 쟁점될 듯
소위 재배정도 논란....방송소위 여야 4대1 구도 유지

뉴스타파가 지난 25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청부 민원을 제기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뉴스타파가 지난해 12월 25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청부 민원을 제기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PD저널=엄재희 기자] 부당해촉을 인정받은 김유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이 복귀한 후 처음 참석한 회의에서 '청부민원 의혹'을 다시 제기하고 나섰다. 류희림 위원장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해명하지 않고, 앞서 야권 추천 위원이 해촉 전 상정한 '청부민원 의혹' 진상규명 안건은 자동폐기됐다고 해석하며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류 위원장 퇴장으로 회의 파행됐는데...안건은 자동폐기?
'청부민원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해촉된 후 법원 판결로 복귀한 김 위원은 지난 11일 두 달여만에 공개회의에 참석했다. 김 위원은 '청부민원 의혹' 관련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법원이 김 위원의 부당해촉을 인정하면서 의혹 제기의 공익성과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 바탕이 됐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지난 1월 상정된 '청부민원 의혹' 진상규명 안건이 폐기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당시 야권 추천 위원들이 진상규명 기구 설치와 대국민 사과 등을 담은 안건 3건을 상정했는데, 여야 추천 위원들이 설전을 벌이자 류 위원장이 정회를 선포, 회의가 파행된바 있다. 나흘 뒤 야권 추천 김유진 옥시찬 위원이 해촉되면서 안건과 관련된 논의는 사라졌다. 

이 같은 이유로 당시 야권 측에서 상정한 안건이 법률 검토 과정을 거쳐 자동 폐기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전체회의에서 방심위 기조실장은 안건 폐기 근거로 울산광역시 시의회 회의규칙 등을 사례로 들었다. 방심위 설치법 등 관련 법률과 규칙에는 이러한 규정은 없다.

이에 해당 안건을 상정하려면 재적위원 3분의 1인, 3인 이상의 방심위원이 동의해야 하는데, 현  야권 추천 위원은 김유진 위원과 윤성옥 위원 2인 뿐이어서 안건 상정을 이끌어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 위원은 "야권 추천 위원은 2명인데, 재상정할 수 있으면 해보라는 태도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그 근거는 명확해야 하기 때문에 기조실장이 자동폐기의 근거를 문서로 제출하면 검토 후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야권 추천 김유진 위원이 지난 1월 12일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해촉 건의안이 의결된 후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야권 추천 김유진 위원이 지난 1월 12일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해촉 건의안이 의결된 후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김유진 위원 방송심의 제외...4월에 재배정?
이날 회의에서는 야권 추천 위원들의 의사에 반한 소위 배정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나왔다.

해촉 전 방송소위를 담당하던 김 위원을 복귀 후 광고소위와 디지털성범죄소위에 배정하고, 김유진 위원의 복귀로 회의 보이콧을 철회한 윤성옥 위원을 방송소위·통신소위·광고소위 세 곳에 배정했다.

이들 위원들은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된 조치로 기존 관례에서도 크게 벗어났다고 반발했다.

윤 위원은 "배정 과정에서 위원장은 사전에 위원들과 협의를 했나"며 "소위원회 구성은 위원장이 마음대로 하는 인사권이 아니고 최소한 위원들과 상의해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따졌다. 이어 "김 위원이 가처분 인용으로 돌아오면 원래 있던 자리(방송소위)에 배정하는 게 정상적"이라며 "저는 방송소위까지 3개 소위에 참여하게 됐는데 무리가 있고 전례도 없다. 방송소위에서 저를 빼고 김 위원으로 바꿔달라"고 했다.

또, 류 위원장이 4월에 소위를 재배정하겠다고 한 점도 의문을 낳았다. 김 위원은 "류 위원장은 4월에 소위 배정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했다"며 "왜 4월이냐. 4월에 방송소위 위원을 바꾸면 뭐가 달라지나. 달라지는 것은 단 하나밖에 없다. 바로 총선이다"고 주장했다. 

류 위원장은 '협의했냐'는 질문에는 "윤성옥 위원이 지난 1월부터 현장심의 참석을 거부해 와 위원장으로서 가슴이 아팠다"며 "이런 상황에서 윤 위원과 소위 배정 이야기하는 것은 실례라 생각해 사전에 말씀드리지 않았다"고 했다. 

또, 김 위원 소위 배정에 대해선 "방송소위로 다시 배정하려했으나 기존 활동하던 위원과 맞물려 일단 디지털성범죄소위에 배정했다"며 "여성 성범죄 예방 차원에서 여성 위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김 위원을 배정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원래 윤 위원이 디지털성범죄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었는데, 이를 김 위원으로 교체한 것이어서 '여성 위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은 충분하지 못하다. 통상 여야 3대2로 구성되던 방송소위가 여야 4대1 구도를 유지하게 되면서 심의 공정성에 대한 비판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뉴시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뉴시스

여권 추천 위원 모두 퇴장...류 위원장은 폐회 선언
이날 여권 추천 위원들은 야권 추천 위원들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도, 하나둘 자리를 떴다. 김우석 위원은 "객관적으로 보면 김 위원은 임시조치를 받은 것인데, 그렇게 당당하게 말씀하실 건 아니다"며 "특별하게 논의할 필요도 없고 피곤해서 저는 빠지겠다"며 퇴장했다. 황성욱·문재완·이정옥 위원도 '더 이상 논의할 것이 없다'며 차례로 퇴장했다.

여권 위원 추천이 모두 퇴장하자, 김유진·윤성옥 위원과 류희림 위원장만이 회의장에 남게됐다. 이들이 문제제기를 이어가려 하자 류 위원장은 "충분히 들었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이야기"라며 회의 폐회를 선언한 뒤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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