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규제 보따리 푼 정부...소유 제한 낮추고 재허가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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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규제 완화 골자로 한 '미디어·콘텐츠 산업융합 발전방안' 발표
1조원대 ‘K-콘텐츠·미디어 전략펀드’ 조성...세액 공제율 최대 30%까지 확대
방송사 소유 제한 '대기업 10조' 기준 완화...외주 의무 편성 규제도 재검토
"공영방송 장악한 뒤 규제 완화 만능 정책"..."총선 앞두고 보수 언론사에 던져준 당근"

한덕수 국무총리가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PD저널=박수선 기자] 정부가 글로벌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소유 제한, 재허가 제도 등 미디어 산업 분야의 규제를 대폭 푼다.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이하 융발위)는 1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회의를 열고 미디어·콘텐츠 산업융합 발전방안을 확정했다. 과기정통부·문체부·방송통신위원회 수장과 민간위원 14명으로 구성된 융발위는 1년 여간 콘텐츠 산업 지원방안 등을 논의해왔다. 미디어 컨트롤 타워 설치와 미디어 산업 규제 완화는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된 내용이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발전방안에는 OTT·방송 사업자의 요구사항이 상당 부분 담겼다. 

국내 OTT 사업자들이 요구했던 세액 공제율 확대는 최대 30%까지 늘어난다. 정부는 민간 투자 촉진을 위해 기본 공제율을 대기업의 경우 3%에서 5%까지 상향하고, 중소기업은 10%에서 15%까지 높였다. 국내 지출 비중이 높은 경우에는 추가 공제율을 적용해 중소기업의 경우 30%까지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중소·중견기업이 영상콘텐츠 문화산업전문회사에 투자한 금액에는 3%의 세제 혜택이 붙는다.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펀드 규모도 늘렸다. 민관 합동으로 ‘K-콘텐츠·미디어 전략펀드’를 신규 조성하고, 올해부터 2028년까지 1조 200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콘텐츠 IP 확보를 돕기 위해 ‘IP 확보’를 조건으로 내세운 지원 사업도 확대한다. IP 공동보유가 의무인 OTT 특화 제작지원 사업 등에 올해 537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 IP 특성에 맞는 단계별 지원 제도를 마련해 기획·개발, IP 확장 등을 지원한다. 

국내 OTT 해외 진출 방안으로는 국내 스마트TV FAST 채널을 통한 글로벌 진출, 제작사와 연계한 제작 지원 등을 제시했다.   
 
인수위 때부터 낡은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규제 완화의 폭은 더 크다.  

유료방송(케이블, 위성, IPTV, 홈쇼핑)은 재허가·재승인 제도가 아예 폐지된다. 과도한 행정 부담으로 사업 안정성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재허가·재승인 제도를 폐지하고 장기적으로 등록·신고제로 전환한다. 
 
현재 3~5년 주기로 재허가·재승인 심사를 받고 있는 지상파와 종편·보도채널은 유효 기간을 최대 7년까지 연장해 준다. 방통위가 방송사 재허가·재승인을 결정하면서 붙이는 조건도 사업자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부관 부가 원칙을 사전에 명시하기로 했다. 

방송 공공성 보장을 위해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 소유·겸영 규제도 대폭 완화한다. 방송사 지분 소유를 제한하는 대기업 기준(자산 10조)을 상향하고, 일간신문과 외국인의 유료방송 지분 제한도 일부 폐지하기로 했다.  방통위가 예고한 대로 올해까지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마무리 지으면 해당 조항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받은 SBS가 당장 수혜를 받는다.     

정부는 대규모 투자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유료방송과 일반 PP의 시장점유율 제한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방송광고 유형은 현행 7개에서 3개(프로그램 내/외,기타광고)로 단순화하고 프로그램별 편성 시간당 광고시간(20%)도 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속가능한 상생 생태계 조성 전략에선 순수외주제작 의무편성 완화, 프로그램 제목 광고 특혜 도입 검토 등이 중소·지역방송 활성화 방안에 포함됐다. ‘제목 광고’와 외주 의무편성 규제 완화는 정부가 도입을 검토할 때부터 언론단체와 독립PD들의 반발을 불러왔던 사안이다.   

미디어 사업자들은 규제 완화로 산업을 키우겠다는 정부의 방향에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대형 사업자들 위주로 방안을 세운 것이라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민행 한국독립PD협회 사무처장은 “정부의 방안은 콘텐츠 산업의 바탕을 일구고 있는 창작자 육성보다는 큰 자본이 투입되는 대형 제작사와 방송사 쪽에 편중되어 있다. 외주제작 의무 편성 비율을 낮춘다는 계획은 영세한 제작사와 독립PD들의 생존권을 침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 경쟁 등을 위해 유지해왔던 제도를 없애면서 별다른 부작용 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은 것도 문제다.
   
미디어공공성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창현 국민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공영방송의 파괴와 사기업 방송의 진흥이라는 양대 목표를 갖고 움직이고 있다"며 "파괴한 공영방송을 정상화하라는 목소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만을 만능으로 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특히 지상파·종편·보도채널의 최대 유효기간을 현재 5년에서 7년으로 늘리는 것은 방송에 대한 사회적 규제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공적 소유 구조를 지켜온 YTN를 사영화 한 이후에 이에 대한 사회적 통제 없이 방송을 7년 간 이어간다면 이는 특혜 중의 특혜”라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날 낸 성명에서 “통신 3사, CJ ENM,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자본력과 IP를 가진 대기업에 세제 완화 및 기금 조성의 특혜를 주겠다는 사실상의 친재벌 미디어 정책”이라며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 폐지, 채널 편성 규제 완화, 재허가 재승인 기간 및 조건 부여 완화 등은 전국 사업자의 민원처리일 뿐 지역의 중소 방송사와 같은 콘텐츠 제작 부문에 대한 진흥책은 어디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결국 총선 국면을 맞아 졸속으로 발표한 이번 발전 방안은 국내 미디어 대기업과 보수 언론사에 던져주는 당근일 뿐”이라며 “22대 총선에 나서는 모든 정당은 총선용 특혜 공약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22대 국회에서 미디어 규제 진흥 체제 전반을 개혁할 미디어개혁특별위원회의 설치를 약속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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