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지원중단 D-71...멀쩡한 방송사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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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부터 서울시 지원 전면 중단...대표도 사임
민영화 현실적으로 어려워..."이대로면 폐국 수순"

지난 2월 28일 TBS 구성원들이 서울시의회 앞에서 'TBS 민영화 전면 백지화를 요구한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

[PD저널=엄재희 기자] 3월 21일 현재 기준으로 71일 후, TBS는 사라질 위기에 놓인다. 경영난 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마련한 민영화 추진은 난항을 겪게 되었고, 대표이사가 사임하면서 리더십도 붕괴했다. 열쇠를 쥐고 있는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가 결단하지 않으면 34년을 이어온 TBS가 문을 닫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TBS가 지난해 11월부터 지원조례 폐지 대안으로 추진 중인 민영화는 현재로선 실현 불가능해 보인다. TBS가 공고한 'TBS 투자처 발굴 용역'은 지난 12일 입찰자가 없어 무산됐다. 지난달 29일 1차 유찰 이후 두 번째 유찰이다. 민간 투자자 발굴을 맡을 용역업체 선정부터 제동에 걸린 것이다. TBS는 별도의 부동산 자산이 없고 자본금도 100만원인데 다가, 공공성을 이유로 상업광고가 허용되지 않아 수익 사업에 제한이 크다. 이렇다 보니 상업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시장 평가가 지배적이다.

설상가상으로 민영화 추진을 내세웠던 정태익 대표이사가 돌연 사임하면서 리더십도 무너졌다. 정태익 대표이사는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며 지난해 12월 말 한 차례 사직서를 냈으나 서울시는 이를 반려했고, 두 번째 사표를 제출하자 지난 15일 수리했다. 현재 목희수 라디오본부장이 박노황 이사장과 협의하에 사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TBS는 서울시와 함께 대표 대행 선임 절차를 추진 중이지만, 선임 전망은 불투명하다. 

TBS 내부는 아비규환이다. 강양구 TBS 경영전략본부장은 18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서울시 예산 출연 근거가 사라지는 5월 31일 이후에는 임금체불이 시작될 수 있고, 비용 절감 수단으로 임금 반납 등의 고통도 동반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강 본부장은 "6월 이후 TBS 희생 가능성은 현재로서 희박하다. '희망을 가져도 좋습니다'고 언급할 만한 사항도 없다"며 "먼저 배에서 내리시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라고 토로했다. 현재 TBS에는 239명의 직원이 남아있다.

ⓒT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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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지원조례 복원이 유일한 생존법...시의회, "TBS 청산이 목표"
TBS 구성원들은 실현 가능성이 낮은 민영화 추진을 폐기하고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로서 TBS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서울시의회가 TBS 지원조례를 복원하는 것이다. TBS는 한 해 예산의 70%를 'TBS 지원조례'에 근거해 서울시로부터 지원받아 왔다. 하지만 서울시의회의 완강한 반대를 넘기 어려워 보인다.

송지연 언론노조 TBS지부장은 "서울시의회가 지금이라도 기존 조례안을 유예하거나 새 지원조례안을 만든다면 언제든지 다시 지원받을 수 있고 TBS는 회생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회 의원들은 TBS 청산을 서슴없이 거론하고 있다. 문성호 의원(국민의힘)은 지난달 28일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임시회에서 "지난 정례회 때 5개월 연장한 것의 목표는 TBS의 청산을 위한 절차였다"고 잘라 말했다. 이종배 위원장(국민의힘)도 "이제 의회의 시간이라는 말은 안 통하고, 저희 손을 떠났다"며 "TBS 집행부는 민영화가 안되면 어떻게 청산하겠다는 이야기를 해야 TBS 직원들이 미래를 그릴 수 있다"고 했다.

TBS 구성원,"서울 로컬 방송사로 활용해 달라" 호소
TBS는 서울지역 시민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와 프로그램을 제작해 왔으나, 여권은 정권 비판적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만 집중해 왔다. 김어준 진행자 등이 떠났어도 교통 정보 서비스 기능을 맡던 TBS의 수명이 다했다며 폐국 위기에도 수수방관하고 있다

TBS는 지금도 지역 공공성 실현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첫선을 보인 <서울라이트>는 '기후동행카드' 등 서울시의 정책 정보를 제공한다. '의료대란'에 대응하여 출퇴근 시간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서울시 비상진료대책을 시민에게 전하고, 비상진료기관과 야간 진료 가능 병원을 안내하는 등 서울시 비상진료대책에도 역할을 하고 있다. TBS 한 직원은 "뉴욕시장이 NY1을 통해 다양한 뉴욕시 만의 소식을 전하고 활용하듯이 TBS를 서울 로컬 방송사로 성장시키고 활용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TBS는 서울지역의 유일한 공영방송이고, 서울시 각 구마다 조금씩 다른 상황을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며 "이러한 지역 공동체에 밀착한 프로그램이 다 사라지게 되는데, 서울시의회는 서울지역 공영방송의 필요성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본적인 해법은 안정적이고 독립적인 재원 구조를 마련하고 시정 홍보 방송이 아니라 지역민이 직접 보고 선호하는 지역방송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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