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 PD 인터뷰-사극 연출의 장인, 동아시아를 매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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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 일본서 ‘대장금’ 인기 힘입어 20일 문화훈장 받아

|contsmark0|일본 테레비tv프로그램제작사연맹이 주는 특별상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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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溫故知新). “옛 것을 알고 새 것을 알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이 사자성어는 논어의 위정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허준’과 ‘대장금’의 대성공으로 ‘tv 사극 연출의 지존’으로 불리는 이병훈(62) pd는 이 말이 꽤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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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경력 36년. 한국방송협회 방송대상, 한국pd연합회 올해의 프로듀서상 수상 등 상복이 많은 그에게 올해 10월은 또 한번 잊혀지지 않는 계절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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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중국과 일본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의 공로를 인정받아 20일 정부가 수여하는 옥관 문화훈장을 받는다. 더 나아가 ‘겨울연가’를 연출한 윤석호 pd와 공동으로 일본 테레비프로그램제작사연맹이 주는 특별상 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겹경사를 치르게 됐다. 23일 일본으로 출국하는 이병훈 pd와 윤석호 pd는 특별상을 받는 첫 외국인이기도 하다. 그의 수상 소식은 한류가 일본 사회에 미친 영향력의 크기를 가늠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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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pd는 “훈장은 최고의 명예를 의미하는데, 내가 과연 훈장을 받을 만큼 큰일을 했는지 반문하게 된다”며 몸을 낮췄다. 하지만 일본 특별상 수상 소감을 묻자 “첫 외국인 수상자란 점 때문인지 매우 기쁘다”며 환한 미소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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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pd는 내년 9월 방송을 목표로 tv 사극을 기획중이다. 이 pd와의 인터뷰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라이프오피스텔에 마련된 그의 사무실에서 1시간 30분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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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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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pd가 방송사 입사를 결심한 것은 군대에 있을 때였다. 밤마다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 “평생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품었다. 방송사에 입사한 뒤 ‘수사반장’ ‘사랑의 계절’ ‘조선왕조 500년’ 등을 연출했으며 퇴임 직전 ‘허준’을 만들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대장금’은 중국, 일본에서 인기리에 방영됐으며 한류 열풍을 일으켰다. ‘대장금’은 우리 전통 문화에 기반을 둔 새로운 한류 드라마의 가능성을 제시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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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pd는 허준을 기획하면서 기존 tv 사극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했다. 그 단초는 당시 대학생이었던 딸이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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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제 사극 그만 만드세요. 화면도 칙칙하고 이야기도 재미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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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무심코 내뱉은 이 말에 “상처받았다”는 이 pd는 “어떻게 하면 우리 딸 같은 젊은이들이 사극을 좋아할지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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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야기 전개를 빠르게 했다. 1회 방송 분량에 이야기 거리를 풍부히 집어넣었다. 영상 세대를 의식, 화면을 화사하게 만들기 위해 옷 색깔에 심혈을 기울였다. 배우들에게 흰색, 검은색, 갈색 일색이었던 기존 한복 대신 분홍색, 파란색 등 파스텔톤 계통의 화사한 한복을 입혔다. 그 다음 신경 쓴 부분은 음악이었다. 사극에 어울릴 만한 뉴에이지 음악을 찾아 국악을 접목시켰다. 대사 역시 특별한 궁중 언어를 제외하고 모두 현대어로 바꿔 젊은 층의 거부감을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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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의 성공이후 tv 사극의 시청자 층은 기존 40-50대 장년층에서 10대-80대 전 연령층으로 바뀌었으며 사극은 전 세대가 즐기는 국민 프로그램으로 새롭게 자리매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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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는 평생 겸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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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pd는 프로그램을 만들 때 1년간 꼼꼼한 기획, 준비단계를 갖는다. 우선 함께 일할 작가를 물색한다. 사극을 써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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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을 쓴 최완규 작가나 ‘대장금’과 ‘서동요’를 쓴 김영현 작가 모두 이 pd와 작업할 때는 신인이었다. 책을 많이 읽고 공부를 좋아하며 열정을 가진 사람을 선택한다. 물론 이야기 구성능력이 뛰어나야 한다는 것은 기본 전제다. 자료 수집과 스토리 구성에 공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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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을 만들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청소년들입니다. 청소년들이 봤을 때 좋고 의미도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제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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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pd는 ‘허준’을 통해 당시 사회의 신분제도, 의료제도를 보여주었고 ‘상도’를 통해 18세기말부터 19세기초에 이르는 조선시대의 실물경제를 느낄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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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pd는 ‘서동요’를 기획하면서 백제와 관련된 30여권의 책을 읽었다. 드라마에서 백제 시대의 문화와 과학을 처음 다뤘다는 점에서 기대가 컸지만 시청률은 높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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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성공했을 때 저는 자신감으로 충만해 뭘 해도 성공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거품은 곧 꺼지더군요. pd는 평생 겸손해야 한다고 깊이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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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pd의 작업 철칙은 “즐겁게 일하자”다. 일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억지로 스텝들을 웃기려고 유도하는 편이다. 스텝들을 구성할 때도 “주변인들을 잘 웃기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배정한다. 배우를 선택할 때도 인간성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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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바람 이후 배우 캐스팅이 너무 힘들어졌습니다. 출연료도 그 전보다 3-10배나 올랐습니다. 이는 곧 제작비와 수출단가의 상승으로 이어져 중국과 일본에서 한류에 대한 거부감을 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은 한류를 적극적으로 진단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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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pd는 “문화는 일방적으로 흐르면 거부감을 주게 돼 있다”며 “국가간 신의를 잘 지켜야 한류의 생명이 길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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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하지 않을 때 그는 책읽기, 외국 드라마 보기 등으로 시간을 보낸다. 최근엔 ‘위기의 주부들’ ‘로스트’ 등 인기 있는 미국 외화 시리즈를 모두 섭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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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절정기는 각각 다르게 찾아옵니다. 저만해도 마흔 넘어서야 프로그램을 잘 만든다는 칭찬을 받았어요. 최선을 다하고 기다린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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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pd는 젊은 후배들에게 “조급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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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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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pd표 사극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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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성들이 전면에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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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pd가 연출한 사극의 특징은 사극 속에 등장하는 여성 인물들을 살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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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적 가부장적 질서가 팽배한 사회 안에서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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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의 대다수가 여성이다. 이들은 순종적이고 고전적인 여성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대담한 여성들을 선호한다. 페미니스트적 시각에서 프로그램을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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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pd는 사극의 시대적 배경은 과거 전통 사회지만 그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시청자의 현대적 취향을 고려해 만들다보니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그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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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의 예진아씨(황수정 분), 대장금(이영애 분), ‘상도’의 거상 박단영(김현주 분), ‘서동요’의 선화공주(이보영 분) 등은 모두 견고한 가부장적 신분제 사회의 한계를 넘어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과 사랑을 개척해 나가는 인물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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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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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pd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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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pd는 1970년 mbc에 입사해 ‘113 수사본부’ ‘수사반장’ ‘사랑의 계절’ ‘암행어사’ ‘조선왕조 500년’ 등을 연출했으며 mbc 드라마국 국장을 역임했다. 퇴임 뒤 상도, 대장금, 서동요 등을 기획,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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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수상경력으로 유명하다. 1986년 ‘임진왜란’으로 방송대상 tv부문 연출상을 수상했다. 2000년엔 ‘허준’으로 한국 방송협회 방송대상 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국회 대중문화미디어상, 한국방송pd연합회 올해의 프로듀서상 등 굵직한 상을 휩쓸었다. 2002년엔 ‘상도’로 한국 방송협회 방송대상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받았고 2004년엔 제40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연출상을, 2005년엔 여의도클럽 제6회 방송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부 겸임교수로 후학들을 양성하면서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contsmark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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