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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08 19:38
  • 수정 2016.08.19 22:41

김미화·나선홍 “결국 라디오는 사람의, 사람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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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시즌5] ② tbs 김미화, 나선홍의 ‘유쾌한 만남’

올해 3월 봄 개편 이후 오후 4시에 청취자를 찾기 시작한 tbs 라디오(FM 95.1㎒) 김미화, 나선홍의 <유쾌한 만남>은 말 그대로 유쾌하고 또 유쾌한 만남이 있는 프로그램이다. 시사까지 섭렵한 라디오 진행의 베테랑인 개그맨 김미화, ‘개나운서’라 불릴 정도로 재치있는 입담을 자랑하는 나선홍 아나운서가 마치 탁구공을 주고받듯 나누는 얘기들은 청취자들에게 두 시간 동안 만담을 듣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지난 5일 오후 상암에 위치한 tbs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만난 <유쾌한 만남>의 김미화, 나선홍 두 DJ로부터 <유쾌한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어봤다.

▲ (사진 왼쪽부터) 김미화 씨와 나선홍 아나운서 ⓒ김성헌

- 3월부터 공동 DJ 체제로 변화했는데 어떤 부분에서 가장 크게 변화를 느끼나요.

김미화: 지난해 3월부터 <김미화의 유쾌한 만남>을 맡았어요. 그전에는 쉬면서 농사일을 빡세게(?) 했죠. 스스로 “시사는 10년만 진행하자”고 생각했기에 10년 정도 시사 프로그램 진행하고 나서 잠시 쉬었어요. 2년 만에 tbs <유쾌한 만남>을 통해 방송을 시작하면서, 곳곳에서 방송 요청이 많아지고 있다보니 더욱더 이 프로그램에 고마워요.

더 고마운 건, 청취자분들이 <유쾌한 만남>을 좋아해 주셔서, 프로그램 시간대가 오후 8시에서 황금 시간대인 오후 4시로 변경되고, 심지어 방송 시간도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어났어요. 그리고 나선홍 아나운서는 tbs에서 진행을 제일 잘하는 아나운서죠. 그래서 함께 진행하다보니 더 힘이 나요. 스스로를 ‘개나운서’라고 칭하는 나선홍 아나운서는 개그맨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즉흥적으로 하는 애드립을 진짜 잘 해요.

나선홍: 저도 ‘아나운서’라는 딱딱한 이미지보다는, 청취자들이 즐거워하고 재미있어하는 이미지로 다가가고 싶어요. 청취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아나운서라는 이미지를 던져버리고 새로운 것들도 많이 시도하려 해요.

김미화: 제가 과거 시사 라디오를 할 때, 보이는 라디오를 통해서 재밌는 실험을 많이 했거든요. 그중에서 출연하는 아나운서나 기자에게 개구리 모자나 곰탈을 씌웠는데, 청취자들이 굉장히 즐거워 했어요. 대개 뉴스나 시사를 얘기하면, 대단한 것 같거나, 있어 보이는 것 같고, 근엄할 거라는 편견을 깨버리고 싶었어요.

앞으로 tbs 라디오랑 TV 방송을 함께 융합할 방법을 고민 중인데요. 만약 나선홍 아나운서가 TV에 출연한다면, 귀여운 인형 탈을 쓰고 방송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나운서는 진지하고, 개그맨은 항상 웃긴다는 범주에만 머물러야 하는 게 아니잖아요? 이런 걸 깨면서, 즐거움을 주는 방송을 하고 싶어요.

특히나 청취자들이 나선홍 아나운서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요. 저는 30년 넘게 TV에서 봤으니 목소리만 들어도 지금 김미화가 어떤 표정일지 상상할 수 있지만, 나성홍 아나운서는 상대적으로 그런 부분이 덜한 거죠. 가끔 나선홍 아나운서의 얼굴을 잘 모르는 청취자들이 저에게 “나 아나운서, 잘생겼어요?”라고 물어봐요. 상상할 여지가 많은, 신비로운 존재인 거죠.(웃음)

▲ 나선홍 tbs 아나운서 ⓒ김성헌

나선홍: 과거 오픈 스튜디오로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는데, 여성 청취자분들이 근처에서 다른 사람에게 “나선홍씨 어디있어요?”라고 질문하시는 거예요. 제가 바로 옆에 앉아있는데도요!(웃음)

김미화: 근데, 나선홍 아나운서가 라디오에서는 엄청나게 까불까불한데도, 실제로 볼 때는 또 다른 면들이 보이니까, 오픈 스튜디오 왔다가 반전 매력에 팬이 된 분들도 꽤 많아요.

나선홍 아나운서는 tbs 입사 20년 째인 베테랑 아나운서로, <노래하는 FM>, <교통 백과>, <주말이 좋다> 등 여러 프로그램의 DJ를 맡았다. <라디오를 켜라, 나선홍입니다>의 DJ를 맡으면서는 새벽시간대 라디오 중에서는 유일하게 생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나선홍 아나운서는 2009년 이 방송으로 한국 아나운서 대상 라디오 진행상을 수상했다.

- 두 사람의 호흡이 좋아요. 라디오로 처음 만난 게 아니지 않을까 생각할 만큼요. 첫 인연이 언제였나요?

나선홍: 이번에 남산에서 상암 사옥으로 이사 오면서 수첩을 정리하다가, 제가 1998년에 김미화 누님을 2시간 동안이나 인터뷰 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그런데 재밌는 게, 수첩 발견하기 전까지 서로 기억을 못 했어요(웃음). 그리고 제가 누님을 아나운서국에 초청해서 강의를 의뢰한 적도 있었어요.

김미화: 서로 몰랐지만, 그만큼 깊은 인연이 있었던 거죠. 즐거웠던 순간이라면…(잠시 생각) 사실 라디오 진행하면서, 매번 즐거워요. 일도 즐겁지만, 일 끝나고 같이 밥 먹으러 갈 때도 즐거워요.

라디오는 매일매일 하는 방송이기 때문에, DJ와 제작진이 가족 같다고 보시면 돼요. 방송 전에 점심도 같이 먹고, 차도 같이 마시고…. 우리 둘 다 성격상 서로 친하지 않으면, 일이 어려운 스타일이에요. 근데 스트레스 받으면서 일할 필요까지는 없잖아요.

나선홍: 맞아요. 사실은 두 명이 같이 DJ를 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하지만 김미화 누님께서 무척 편하게 해줘서, 즐겁게 하고 있어요.

- 라디오는 매일 다양한 코너를 마련하고 있잖아요. 그 중에서도 DJ로서 추천하는 코너가 있나요?

▲ 방송인 김미화 씨 ⓒ김성헌

김미화: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그동안 TV에서 나오지 않았던 스타들이나 명사들이 출연하는 ‘고급진 강의’라는 코너가 있어요. 그들이 깊은 인생 이야기를 하면, 저희가 이야기가 너무 무겁게 흐르지 않도록 중간중간 클래식 음악 틀고서 “고급진~ 강의”라며 느끼한 멘트를 하고, 이야기를 정리를 해줘요. “그오급진~~ 그앙의~”, 이게 글로 표현될까 모르겠네요.(웃음)

‘고급진 강의’에서는 사실, 사회의 터부를 깨는 내용도 많이 나오는 편이에요. 그런데 저는 그게 라디오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고급진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오히려 청취자 입장에서는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고요. 출연자들의 인생 이야기를 청취자들의 이야기로 녹아낼 수 있도록 끌어가는 게 우리 DJ들의 역할이죠.

목요일에 있는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는 이 시대 이슈가 된, 말 그대로 ‘풍문으로 들리는’ 사람들과의 전화로 인터뷰하는 시간인데요. 무인도 테마연구소 윤승철 소장, 이삭 애견훈련소 이웅종 소장, 사운스케이프 전문가인 김창훈 음악감독, 아이들의 장난감을 고쳐주는 장난감 병원 원장 등 각자 살아가는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다양한 직업들을 알려주고 있어요.

나선홍: 청취자들이 우리와 함께 놀 수 있는, 마당같은 코너를 만들고 싶었는데, 금요일의 ‘이럴 땐 이런 DJ’ 코너는 특히 청취자의 참여가 굉장히 돋보이는 코너라고 할 수 있어요. 교통방송이라는 채널의 특성상, 청취율 조사를 하면 블루칼라 계층이 많아요. 특히 4시 대에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정리하면서, 청취자들이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시간이거든요. 그런 순간 듣기 좋도록, 청취자와 전화 연결을 통해서, 자신의 사연을 콘셉트에 맞춰 소개하는데, 사람 사는 정을 느낄 수 있는 서민적이면서도 휴머니즘을 가미한 코너라고 소개할 수 있겠네요. 특히 젊은 분들이 이 코너에 많이 신청을 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기도 하죠.

김미화: 이제는 청취자들이 많이 바뀌었어요. 지금 <PD저널>에서 저희를 ‘라디오스타’라고 인터뷰하고 있지만, 사실은 청취자들이 스타라고 생각해요.

▲ (사진 왼쪽부터) 김미화 씨와 나선홍 아나운서 ⓒ김성헌

- 두 DJ에게 라디오는 어떤 의미일까요.

김미화: 라디오는 사람이에요. 저도 라디오는 사람 사는 정, 진심이 다가갈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목소리만 들어도 청취자들은 “저 사람이 거짓말하네?”, “참 따뜻하다” 이렇게 다 알 수 있거든요. 특히 제가 생각하는 ‘라디오의 따뜻함’은…(잠시 생각) 예를 들어, 11월이면 언제나 “시험 잘 보세요!”라는 멘트가 라디오에선 참 많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저는 제가 이전에 시사프로그램 진행할 때에 ‘수험생이 되고 싶었지만, 못 되었던 사람들의 입장’도 생각해 봤어요.

그들로서는 수험생을 부러워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오프닝 멘트에 한 줄 정도는 이런 이야기를 언급했죠. 아무도 헤아리지 않았던 부분을 헤아리는 것, 이게 바로 방금 나선홍 씨가 얘기한 ‘따뜻함’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또 기억나는 일이 있어요. 어떤 분이 저에게 “선생님, 고맙습니다”하면서 찾아왔더라고요. 그 분께는 저의 말이 선생님이었던거죠. 자신이 생을 마감하려고 버스를 타고 가는데, 버스에서 틀어둔 라디오에서 “여러분, 아무리 힘들더라도 삶은 살아보시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라는 제 목소리가 나왔다고 해요. 그 때 힘을 내고, 생각을 바꾸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원래는 라디오가 엄청나게 대단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고 라디오에서는 더욱 더 말을 조심해서, 따뜻하게 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라디오는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 사람이 녹아있는 이야기를 지향한다고 생각해요.

나선홍: 라디오는 보이지 않는 매체잖아요. 그래서 더 청취자의 상상력을 끌어오게끔 하는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매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라디오에선 상상력과 따뜻한 마음, 정뿐만 아니라 유머가 필수죠. 제가 거짓없이 소탈하고 유쾌한 모습을 청취자에게 보여줄 때, 청취자들도 프로그램을 찾는다고 생각해요.

- 청취자에게 <유쾌한 만남>이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나요.

나선홍: 다른 어느 프로그램들과 비교하기보다는, 그냥 김미화와 나선홍만의 독특한 색깔로 호흡하고 싶어요. 그런데 요즘 들어 부쩍 <유쾌한 만남>에 처음 들어오는 분들이 많아요. 처음 문자를 보내는 경우 ‘새싹’이 표시되어있는데, 그런 ‘새싹 문자’가 많이 와요. 아마도 오후 4시 때의 익숙한 패턴의 프로그램에서, 새로운 걸 찾으려고 들어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4시는, 가장 졸리고 나른한 시간이잖아요. 그 때 <유쾌한 만남>이 청취자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김미화: 어떨 땐 가슴이 찡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는 라디오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싶어요. 저희가 다른 라디오 프로그램을 모니터링도 많이 하거든요. 재미있는 부분들을 살려서 코너에서 실험도 해보고. 지금 저희 둘의 꿍짝이 잘 맞다 보니, 이런 실험들이 계속 시너지 효과를 계속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나선홍: 그리고 청취자분들이 문자를 통해서도 단순히 “재미있다”는 의견보다는, 프로그램에 대해 진지한 의견도 많이 제시해 주세요. 아무래도 교통방송 특성상 택시기사나 버스 운전기사분들도 많이 듣는데, 택시기사 중에서는 택시 교대를 해야 하는데 <유쾌한 만남>이 너무 재미있어서, 이거 다 듣고 교대하러 간다는 사연도 있었어요. 

- 앞으로 시간이 흐른 뒤 청취자에게 어떤 DJ로 남길 바라나요.

김미화: 편하고 유쾌한 베테랑 DJ로 생각해 준다면 좋겠어요.

나선홍: 어떤 DJ로 남는다기보다는… 청취자들 기억에 이름만 남길 수 있어도 감사하죠. 부동산에 계약하러 가서는 싸인을 하고 나니, 계약하는 분이 “자주 듣는 교통방송에 나선홍 아나운서라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저에요”라고 말하고, 그분과 한참을 수다를 떤 적이 있어요. 그런 식으로, 제가 얼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라디오를 들으면서 ‘나선홍’이라는 세 글자가 사람들에게 기쁨과 재미있는 그 시간을 만들어주는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아주 큰 영광이고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 (사진 왼쪽부터) 나선홍 아나운서와 김미화 씨 ⓒ김성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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