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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DJ “좋은 이야기 들려주는 좋은 친구로 기억되길”

[라디오스타 시즌5] ③ SBS 러브FM ‘2시의 뮤직쇼, 김기덕입니다’ DJ 김기덕 이혜승 기자l승인2016.08.19 2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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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방송을 하면서 단순히 음악만을 전달한 건 아니다. 인문학 속의 음악, 이런 걸 나름대로 했다. 그렇게 해왔던 이유는, 라디오라는 건 들으면서 어떤 감동 혹은 메시지, 삶의 지혜, 위안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취자가 ‘이렇게 좋은 이야기를 좋은 친구가 해주는구나’ 하고 느끼길 바랐다. 때때로 나조차 기억나지 않는 이야기를, 누군가 ‘이런 말을 라디오에서 해주셨는데 기억난다’고 하면 감사하다. 나중에도 그런 DJ로 남고 싶다.”

라디오 진행만 40여 년. 김기덕 DJ는 1973년 처음 마이크 앞에 선 후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과 이야기를 들려줬다. MBC에서 <2시의 데이트>를 23년, 이어 <골든디스크>를 13년 간 진행한 그는 2010년 정년퇴임을 기점으로 라디오를 잠시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2011년 SBS 주말라디오 <2시의 뮤직쇼, 김기덕입니다>로 돌아와 여전히 우리 곁에서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 SBS 러브FM <2시의 뮤직쇼, 김기덕입니다> 김기덕DJ ⓒ김성헌

“방송을 할 땐 아직도 긴장한다”

그렇게 오래 DJ 자리에 있었던 그이지만 아직도 방송을 할 때는 긴장한다. 다시 라디오로 돌아온 이유도, 그 ‘긴장감이 그리워서’라고 한다.

“생방송이다보니 주어진 시간에 긴장할 수밖에 없는데, 예전엔 그게 참 싫었다. 그런데 그게 익숙해지고 30년 이상을 그렇게 살다 보니 그 긴장을 다시 찾게 되더라. 묘한 들뜸이라고 할까. 지금도 방송할 때 그런 흥분과 들뜸, 긴장감을 느낀다.”

어느덧 내년이면 칠순을 앞둔 나이지만, 여전히 생방송만을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말만이라고 해도, 매주 생방송을 진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라디오라는 건 현장감이 중요하다. 지금 이 시간, 이 분위기 안에서 대화하고 기를 나누는, 에너지를 주고받는 그런 게 있다”며 “녹음방송은 그게 안 된다. 그래서 생방송이 더 좋다”고 말했다.

평일에도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청취자는 여전히 많다. 하지만 이제는 그가 라디오를 ‘즐길’ 때다. ‘지금이 딱 좋다’고 말하는 김기덕 DJ는 예전에 비해 한 발 물러난 위치에서 라디오를 바라보고 있다.

사실 그는 MBC <골든디스크>를 진행할 당시 PD를 겸하기도 했다. 이후 MBC 라디오국 국장을 역임할 만큼 진행자가 아닌 ‘제작자’로서 오랜 기간을 보냈다. 그런 만큼 지금도 혹시 새로운 기획에 대한 꿈이 있지는 않을까 싶지만, 그는 “나도 좀 살아야지”라고 웃으며 답했다.

김 DJ는 “이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 남은 여생이 짧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지금은 즐기고 있다. 하나의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건 엄청난 고난이다. 그래서 이제는, 지금처럼 편히 살고 싶다”고 전했다.

▲ SBS 러브FM <2시의 뮤직쇼, 김기덕입니다> 김기덕DJ ⓒ김성헌

“라디오도 투자가 필요하다”

새로움에 대한 짐을 내려놓긴 했지만, 라디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만큼 라디오에 대한 고민 역시 끊임없이 하고 있다. 한창 프로그램을 기획하던 당시, 그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 사람으로 회자됐다.

특히 라디오 드라마 ‘음악에세이’는 지금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다. 김기덕 DJ가 <골든디스크>를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던 당시 시도했던 코너다. 그때 ‘음악에세이’ 팬카페가 생기기도 했고, 여전히 녹음파일이 인터넷상에 돌아다니기도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약 40분 동안 흘러나오던 코너지만 그 뒤에는 많은 이들의 노고가 숨어 있었다. 특히 매회 40분 분량의 원고를 써주던 이가 바로 박지은 작가다. 지금은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스타작가’가 됐다. 김 DJ는 “지금 보니 유명한 사람이 됐더라”고 웃으며 “당시 20대에 처음 원고를 쓰기 시작해, 11년 동안 결혼도 하고, 아이를 낳고 할 때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원고를 썼다”고 말했다.

라디오 드라마는 이렇게 작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 녹음에 서너 시간이 걸릴 만큼 품이 들어간다. 녹음 후 적절한 음악을 선곡하고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음악효과를 삽입하는 일 역시 쉽지 않은 일이었다.

김기덕 DJ는 지금도 라디오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다면 이렇게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걸 시도하기만 한다고 잘되는 게 아니다”라며 “지금도 언뜻 (새로운 시도를 하는) 그런 게 보이긴 하지만, 내가 보기엔 완성도가 낮다. 그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라디오에서만 할 수 있는, 획기적인 ‘소리’ 중심의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여기에는 투자가 필요하다. 김 DJ는 “라디오는 TV에 비해 제작비가 너무 적다. (돈을 들이지 않아도) 부가가치가 높으니까. 하지만 돈을 들여야 새로운 시도가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SBS 러브FM <2시의 뮤직쇼, 김기덕입니다> 김기덕DJ ⓒ김성헌

“전문 DJ 없는 시대, 라디오만 하는 DJ도 생기길”

여전히 그의 대표작으로 남아있는 <2시의 데이트, 김기덕입니다>가 전성기를 누리던 당시, 라디오는 음악 중심이었다. 그 안에서 김기덕 DJ는 고(故) 김광한, 이종환 DJ와 함께 팝송 전문 DJ로 사랑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라디오 DJ는 예전에 비해 오락 중심으로 가고 있다. 새로운 유머와 에너지를 가진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음악전문’ DJ가 사라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김 DJ는 “김광한 씨, 이종환 씨도 돌아가시고 이제는 전문적으로 음악을 직접 틀면서 진행하는 DJ가 많이 줄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특히 라디오만 하는 전문DJ가 사라졌다. 그는 “이제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라디오만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지만 여기에 미칠 수 있고, 열정을 가질 수 있는데 다른 일하고 같이 하려다 보니 아무래도 에너지가 분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제는 ‘떠난 사람’”이라며 “이런 걸 주장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아나운서로 이 일을 시작한 만큼 목소리로 할 수 있는, 가령 ‘나레이터’ 같은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면 바랄 게 없다고 웃어보였다.

SBS <2시의 뮤직쇼, 김기덕입니다>를 시작했던 5년 전만 해도 젊은층의 유입을 위해 여러 시도를 했었다는 그는, 이제는 자신을 추억하고 같은 감성을 공유하는 이들 곁에만 있어도 충분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와 함께 이 시대를 지나온 사람들 역시, 그가 여전히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위안을 받을지도 모른다.

“라디오라는 건 ‘온에어’, 말 그대로 공기에 흩어지는 거다. 다 흩어버리고, 그게 되돌아오기를 바라면 안 된다. 라디오는 흩어지고 난 후 끝난 거고, 매일 매일 그 흩어질 걸 만들고, 그 조각들을 작업하는 게 방송인이고 DJ다.”

▲ SBS 러브FM <2시의 뮤직쇼, 김기덕입니다> 김기덕DJ ⓒ김성헌

이혜승 기자  coa331@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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