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게 호평받은 한국…예능 성장 돋보인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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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제16회 한중일 PD포럼…출품작 선정 기준, 통역 등 과제 남겨

지난 21일 시작한 제16회 한중일 PD포럼이 4박 5일 간의 일정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전반적으로 한국 프로그램의 발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반면 일본과 중국의 출품작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한국 출품작 ‘태양의 후예’, ‘마이 리틀 텔레비전’, ‘SBS 스페셜’ 등 모두 호평

KBS <태양의 후예>는 일본과 중국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됐던 만큼, 명성에 걸맞은 프로그램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에 상영 후 토론에서는 제작 과정에 대한 질문들이 오고 갔다. (▶관련기사 ‘‘심각함’ 피하는 한중일 드라마, 드라마의 본질이란?’)

SBS <SBS 스페셜-헬조선과 게임의 법칙> 상영 후에는 일본과 중국 측에서 한국 청년들의 현실에 충격을 받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국 측 참가자들 사이에선 “내용에 더해 ‘랩내레이션’과 파격적인 화면 구성에 놀랐다”는 반응들이 나왔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역시 한중일 3국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일본과 중국 측 참가자들에겐 출연진에 대한 사전 정보나 이해가 없고 심지어 문화 차이도 있었지만 프로그램 상영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중국과 일본 측 참가자들은 상영 후 토론에서 “인터넷 생방송이 중국과 일본에서도 성행하는 상황 속에서 이를 TV 방송과 적절히 혼합했다”는 평가를 공통으로 전했다.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강영석 CP가 토론에서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PD저널

한중일 PD포럼에 나오는 프로그램만으로 전체를 평가하는 데에는 여러 한계가 있지만, 적어도 올해 상영된 프로그램에 한해서는 일본 프로그램이 퇴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들도 나왔다.

일본 측 다큐멘터리 NHK <노인표류사회-‘노후파산’의 현실>은 일본 고령층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한국 측 일부 참가자들은 “프로그램 구성에 있어서는 새로움이 없다”는 평가를 전했다. 특히 한국 측의 한 참석자는 “2014년 초에 방영한 작품을 올해 들고 나왔다. 이는 다른 곳이었다면 매우 욕을 먹었을 일”이라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후지TV 드라마 <언젠가 이 사랑을 떠올리면 분명 울어버릴 것 같아>에 대해서도 양분된 평가가 있었다. 포럼 후 토론에선 “요즘 좀처럼 볼 수 없는 정통 드라마를 오랜만에 볼 수 있어 좋았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일부 한국 참가자들은 토론 후 소감을 묻는 <PD저널>을 향해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드라마가 아닌가”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일본 동해방송국의 <세계를 휩쓴 팽이대회>는 2014년 한중일 PD포럼에 출품돼 예상치 못한 웃음 포인트로 호평을 받은 <열중 팽이 대전>의 후속작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영 후 토론에서 “다소 산만한 구성으로 지난 작품에 비해서는 재미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 중국 다큐멘터리 <우리들의 청춘> 제작진이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PD저널

중국은 대체적으로 지나치게 국가주의적인 프로그램을 출품해 실망스러움을 남겼다. 특히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청년 20명의 모습을 담은 휴먼 다큐멘터리 <우리들의 청춘>은 내용은 ‘아무리 힘들어도 이를 극복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중국 측 참가자들은 토론에서 ‘제작과정은 어땠는지’, ‘어떻게 이런 좋은 프로그램을 생각할 수 있었는지’ 등의 질문을 던진 반면, 일본과 한국 측 참가자들은 토론에 참여할 기회도 잡지 못했다. 이에 한국 참가자들은 “과거에도 중국은 이런 성향이 있기는 했지만 올해는 유난히 심한 것 같다. 다큐의 구성 방식 역시 오래된 기법이어 실망스러웠다”는 평가들을 내놓았다.

중국 예능 <대학교 1학년>, 재미와 감동 모두 담았다

반면 중국 예능은 발전된 모습이었다는 평가들이 많았다. 호남위성TV의 <대학교 1학년>은 상해 예술학교 학생들의 모습을 담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정식 학생들이 아니라 따로 선정된 학생들이 1년 동안 예술학교에 다닌 후 마지막 평가를 통해 정식 학생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를 평가하는 내용이다. 그 안에서 학생들이 겪어 나가는 상황과 에피소드를 관찰 카메라로 담아냈다.

이번 프로그램이 12기 학생들의 모습을 담은 만큼, 중국에서는 이미 성공적으로 안착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프로그램 상영 후 한국 측 참석자들은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 예능, 드라마, 다큐멘터리가 모두 담겨있다”고 호평했다. 또 “중국 예능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방영해도 인기가 있을 것” 등의 평가도 이어졌다.

반면 프로그램 중 설정으로 보이는 일부 장면들은 과거의 한국 프로그램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일본 측 관계자로부터 “촬영을 하면서 대본이나 예행 연습은 전혀 없었는지”, “어떤 상황에서는 대사를 읽으라고 하지는 않았는지”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중국 제작진은 “대본이 있으면 짧은 시간 안에 끝낼 수 있었겠지만, 우리는 대사와 대본이 전혀 없이 24시간 촬영했다”고 답했다.

▲ 중국 예능 <대학교 1학년> ⓒPD저널

어설픈 통역‧진행은 숙제로 남아

16년 동안 이어진 한중일 포럼은 3국의 PD들이 현재의 경향에 대해 토론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으로, 만남 자체에 의미가 깊다. 하지만 이번 포럼에서는 매끄럽지 않은 통역의 문제로 의미가 퇴색됐다는 아쉬움이 나왔다. 전문 통역인이 아닌, 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학생이 중국어와 일본어 통역을 모두 맡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문맥에 맞지 않는 문장들은 물론, 오역이 많았다. 특히 통역인이 참석자들의 말을 따라가지 못해 임의로 생략하는 부분들이 있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앞선 포럼까지만 해도 주최국에서 프로그램 통역과 별도로 곳곳에 통역 자원봉사자들을 배치해 휴식 시간 동안 PD들의 교류를 도왔지만, 이번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한 명도 없었다. 그렇다보니 3국이 언어장벽에 막혀 교류를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일정이 갑작스레 변경된 데 따른 여파도 있었다. 당초 올해 한중일 PD포럼은 10월 13일부터 중국 창사에서 열릴 예정이었나 지난 8월 29일 중국TV예술가협회에서 이메일을 통해 일정 연기 의사를 통보했고, 이후 일정과 장소가 변경됐다. 갑작스런 일정의 변경으로 일본 참가자들 중 일부가 참가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17년 일본에서 열릴 제17회 한중일 PD포럼에선 올해 행사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보완하고, 더 엄선한 프로그램을 방영하기 위한 과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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