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시신 이송' 생중계한 TV조선 "기자의 본능"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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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제재 근거 없다며 TV조선에 행정지도인 '의견제시'...연합뉴스TV에는 '문제없음'

▲ 7월 23일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화면 갈무리 ⓒ TV조선

[PD저널=이미나 기자]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시신이 이송되는 장면을 생중계해 논란을 불렀던 TV조선과 연합뉴스TV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각각 '의견제시'와 '문제없음' 결정을 내렸다. '의견제시'는 방심위가 내릴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위의 행정지도이며, '문제없음'은 방송심의 규정 위반으로 제재할 이유가 없다고 봤을 때 나온다.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이하 방송소위)는 20일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과 연합뉴스TV <뉴스13> 관계자들의 의견진술을 청취했다. 앞서 지난 7월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은 노회찬 의원의 시신 운구 장면을 생중계했고, 연합뉴스TV <뉴스13>도 비슷한 화면을 방송했다.

이날 의견진술에서 노회찬 의원의 시신 운구 생중계 과정에 대한 TV조선과 연합뉴스TV 관계자의 태도는 달랐다. TV조선 측은 "비중 조절을 잘 못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은 하지만, 당시 정국이나 노회찬 의원의 대중적 인지도 등을 고려해 실시간 상황을 보여주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권기덕 TV조선 보도본부 시사제작부 차장은 정차 중 시신을 운구 중인 구급차의 창문을 클로즈업한 장면에 대한 질문에 "촬영기자의 직업적인 본능의 발로였다고 생각한다. 저희(<보도본부 핫라인> 제작진)이 지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함께 출석한 정박문 TV조선 보도본부 편집2부 차장도 "PD나 촬영기자에게는 (방송에) 같은 화면이 나가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직업적인 속성이 있다. 양해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반면 보도 직후 내부 비판이 나오기도 했던 연합뉴스TV는 "무리한 보도였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앵커의 표현이나 자막 사용 등의 부분에 대해선 나름 신경을 썼지만, 현장에서 영상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미처 체크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가희 연합뉴스TV 심의실장은 이날 의견진술에서 "두 시간 넘게 속보가 이어지면서 약간 방심한 부분이 있었고, (시신 이송 장면을) 방송 제작 책임자가 인지하고 난 뒤 바로 내보내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이후 현장 연결할 때의 주의사항 등을 매뉴얼로 만들었다. (방심위 민원도) 저희에게 약이 되는 지적이었다"고 말했다.

방송 이후 비난 여론이 크게 일었음에도 이날 낮은 제재 수위가 결정된 것은 현행 심의 규정에 이번 사안을 심의할 수 있는 명확한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 탓이 컸다. 심영섭 방송소위 위원은 "자살보도 관련 가이드라인이나 방송심의 규정에 이 사안을 심의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며 "심의규정이나 가이드라인 모두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심의에는 방송심의 규정 제27조(품위유지)가 적용됐으나, 심의위원들은 조항의 모호성을 지적했다. 이 같은 이유로 TV조선에는 '의견제시'가, 여기에 제작진이 문제를 인지하고 운구 장면 송출을 중단하는 등 사후 조치를 취한 연합뉴스TV에는 '문제없음'이 의결됐다.

이날 출석한 TV조선 관계자들도 제재 근거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기덕 차장은 "이런 것(시신 운구 장면)을 방송하지 말라는 심의 규정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었다"며 "그렇지만 시청자가 불편함을 느꼈다면 내부 논의를 통해 제작 기준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윤정주 방송소위 위원은 TV조선 관계자들의 의견진술을 들은 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게 기자는 아니다"라며 "언론이라면 적어도 다른 사람의 아픔을 돌아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언론의 보도 태도를 지적했다.

전광삼 방송소위 위원은 "자살보도의 경우 건조하게 보도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 (시신 운구를) 따라갈 이유도 없거니와 따라가며 보도할 정도로 중요한 사실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방송소위에서는 노회찬 의원의 타살설을 보도한 MBN <뉴스8>과 시신이 발견된 장소의 아파트 동·호수까지 보도한 YTN <뉴스타워>에 대한 심의도 이뤄졌다. 먼저 방심위에 출석한 위정환 MBN 보도국 국차장과 정창원 보도국 사회부장은 "일각에서 나온 타살설 주장을 눈여겨보고 경찰이 이 의문을 해소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보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방송소위 위원들은 명확한 근거나 검증 없이 타살설을 보도한 것은 부적절했다며 제재해야 한다는 데엔 동의하면서도, 수위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두 명의 위원이 법정제재인 '관계자 징계'와 '주의' 의견을 냈고, 두 명의 위원이 행정지도인 '권고'를 건의해 해당 안건은 전체회의에서 제재 수위가 논의될 예정이다.

YTN은 서면진술을 통해 "사망 사실을 속보로 전하는 과정에서 잘못 전달했으나 이는 경찰이 최초로 확인해준 것으로 이후 수정 보도했다. 사망 장소도 1보에서만 전하고 2보부터는 보도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심의위원들은 구체적으로 사망 장소를 전한 것은 부적절했다며 법정제재 '주의' 처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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