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유튜브 받아쓰고 보는 언론, 부끄럽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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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막말 비판없이 퍼나르는 보도...최소한의 확인 없이 ‘조국 부끄러운 동문’ 조사 결과 확대 재생산    

네이버에 언론사들이 전송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SNS 인용보도.
네이버에 언론사들이 전송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SNS 인용보도.

[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유튜브나 SNS에 올라온 일방적인 주장과 의견을 언론이 무분별하게 받아쓰는 보도를 관행으로 치부해도 되는 것인가. 공신력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사가 유명인의 막말을 퍼트리는 역할을 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최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쏟아낸 막말은 연합뉴스와 <중앙일보> <서울신문> 등의 언론을 통해 그대로 전파됐다. 
 
<중앙일보>는 지난 12일 “홍준표 ‘김정은·트럼프 짝짜꿍에 한 사람은 쪼다 돼’”라는 제목의 온라인 기사에서 “요즘 김정은, 트럼프가 짝짜꿍 하는 것을 보니 한 사람은 영 쪼다가 됐다. 그러니 할 말이 없지”라면서 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홍 전 대표의 페이스북을 인용 보도했다. 

홍 전 대표가 다음날 SNS에 올린 글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홍 전 대표는 스스로 해서는 안될 말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문 대통령을 상대로 막말을 이어갔다. <중앙일보> 온라인판은 “문 대통령 겨냥 ‘쪼다’라 했던 홍준표 ‘차마 해선 안 될 말 했지만…’”라고 흥미를 유발하는 제목을 달았다. 

다수 언론이 보도한 훙 전대표의 SNS의 글은 새로울 것도 특별한 것도 없다. 막말과 비아냥만 있을 뿐이다. 내용이 있다면 스스로 막말이라고 시인한 정도다.

“어제 차마 해선 안 되는 말을 해 버렸다. 쪼다라는 말이다. 막말이라면 막말일 수도 있지만 요즘 상황이 찜통 날씨보다 더 화나고 짜증스럽다”

그리고 늘 하는 안보타령, 경제파탄 주장을 되풀이 했다.

“안보 파탄, 경제 파탄에 외교 파탄까지 겹치니 도대체 문 정권은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는지, 트럼프의 천박성과 김정은의 기만술이 서로 손 맞추고 있는데 자칭 운전자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래서 지금의 한반도 상황이 쪼다라는 말밖에 나올 수가 없었던 것.”

공신력을 생명으로 하는 주요 언론사가 SNS에 의존하여 이를 단순 퍼나르기 하는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 더구나 막말 수준의 저급한 인신공격은 그 대상이 누구든 비판받아야 한다. 그것을 확산시키는데 앞장선다는 것은 언론사의 권위와 신뢰를 스스로 허무는 일이다.

2019년 상반기 '가장 부끄러운 서울대 동문' 투표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자인 조국 교수가 1위를 기록 중이라는 주요언론의 보도 역시 인터넷에 떠도는 여론조사를 무분별하게 보도한 것이다. 대표성도 신뢰도도 의심스러운 온라인상의 투표결과를 마치 진실인양 보도하는 언론사는 최소한 여론조사 보도 원칙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다.

인터넷 여론조사를 한 스누라이프는 서울대 교직원, 재학생, 졸업생이 회원으로 있다고 한다. 전체 회원은 13만명이 넘는다. 이번 투표 참여자가 4천여명임을 감안하면 전체 회원의 3% 정도만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재학생보다는 졸업생이 훨씬 많은 구조다. 일각에서는 “언론은 서울대 재학생의 생각이 대체로 반영된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투표 결과에 의문을 제기한 KBS 보도가 온라인 커뮤니티들과 SNS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KBS는 해당 투표가 공신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게시판을 이용하는 데 필요한 서울대학교 아이디를 사거나 빌리는 경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에는 배우 송혜교의 이혼 소식을 다룬 유튜브 방송을 인용한 9개 매체가 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강용석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서 깃발 쓰러뜨리기 놀이를 하는 사진에 남성배우를 합성해 내보냈는데, 이를 조선닷컴 등 9개 매체가 여과없이 인용보도한 것이다. 신문윤리위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으로 개인의 아픔을 희화화한 사진을 실어 당사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엄중한 제재를 했다"고 밝혔다. 

언론의 무분별한 유튜브‧SNS 인용은 언론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도 대상자의 명예훼손를 초래하기도 한다. 스스로 언론자유를 남용하는 언론의 위험한 행각은 용납될 수 없다. 자율이 안 되면 타율로라도 무책임한 인용보도를 강제할 수 있어야 법치사회가 유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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