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기자 고소, 불구경하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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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접대 의혹 보도한 ‘한겨레’ 기자 고소에 검찰 곧바로 수사 착수
취재원 색출 의지 보인 검찰, 권력 사유화 우려도...언론 자유 위축에도 '침묵' 왜?

지난 1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찰 마크와 깃발이 보이고 있다. 대검찰청은 16일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엄중한 뜻을 경청하고 공감한다"며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개혁을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뉴시스
지난 1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찰 마크와 깃발이 보이고 있다. 대검찰청은 16일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엄중한 뜻을 경청하고 공감한다"며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개혁을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뉴시스

[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현직 검찰총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보도에 대해 검찰이 서둘러 수사에 착수하고, 수사 대상에 취재원까지 포함됐는데도 언론은 비판 없이 중계 보도를 하고 있다. 불리할 때마다 시도 때도 없이 '언론자유'를 외치던 목소리는 사라지고 검찰권력에 대한 감시도 보이지 않는다. 검찰총장의 기자 고소에 언론은 왜 침묵하는가.

건설업자 윤중천 씨 접대 의혹 보도와 관련해 <한겨레> 기자 등을 고소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취재 과정을 다 밝히고 사과한다고 (신문) 지면에 밝힌다면 고소를 유지할지 재고하겠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또 (<한겨레>의) 이 보도는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기관의 문제일 수 있다”며 본인은 물론, 검찰조직 전체의 명예가 걸린 문제로 고소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논란은 지난 11일 <한겨레>의 보도에서 시작됐다. <한겨레>는 지난 11일 윤 총장이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별장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윤씨의 진술이 나왔으나 검찰이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마무리했다는 의혹을 1면 톱기사에 실었다. 

단순한 진술만으로 검찰총장을 겨냥해 의혹을 제기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보도였다. 사실 여부를 떠나 보도가 어떤 파문을 가져올지 충분히 예상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물론 실체적 진실은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취재성실의 의무, 언론의 검증 측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어 보인다. <한겨레> 보도의 문제와 별개로 부적절해 보이는 검찰총장의 언론인 고소에 언론 집단은 이상할 정도로 침묵하고 있다.  

<한겨레> 보도에 대한 수사 착수는 신속하게 진행됐다. 보도 당일 바로 고소하고 총장의 고소에 따라 검사는 바로 수사 착수를 알렸다. 검찰은 고소가 접수됐다고 모두 수사하지 않는다. 그래서 검찰의 ‘선택적 정의’라는 비판이 나오는데, 검찰조직을 건드리는 비판에 대해서는 이렇게 즉각적으로 응수하는 것은 검찰에게 주어진 권력을 사유화한 측면은 없는가. 

더구나 윤 총장이 공개적으로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기관의 문제일 수 있다”라고 말했기 때문에 검사는 검찰기관의 이익과 보호를 위해 수사하는 셈이 됐다. 검찰총장과 검찰기관이 똘똘 뭉쳐 보도 당일 고소하고 바로 수사 착수를 하는 것처럼 과거 검찰의 비리, 검사의 부정 사건 수사를 한 적이 있는가. 

검찰은 수사 대상에 익명의 취재원까지 포괄적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대대적으로 수사해서 언론사에 제보한 취재원까지도 색출해내겠다는 의지다. 취재원 보호를 내세우던 모든 언론사, 기자들이 이런 과도한 수사대상 범위에 대해 부당하다는 지적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윤 총장의 서슬에 언론인들조차 움츠러든 것은 아닌가.

취재원을 무조건 감싸라는 것은 아니다. 제공받은 정보의 진실성 여부는 언론인과 언론사의 몫이고 그 보도의 결과에 대해서도 언론이 책임을 져야 한다. 검찰총장의 고소라고 취재원까지 색출, 처벌하겠다는 것이 과연 온당한지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수사 주체가 가장 큰 문제다. 언론이 그렇게 문제시하는 ‘이해충돌’ 때문이다. 검찰총장이 자신과 검찰조직의 명예회복을 위해 검사에게 수사를 지시하는 구조, 과연 공정한 수사와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을까. 살인을 저지른 흉악범조차도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법에 명시하고 있다.

검찰총장이 보고받지 않는다고 해서 수사의 공정성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수사 검사가 총장의 의중을 파악해서 총장과 조직에 충성하지 않겠느냐는 의문은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이다. 

마지막으로 그토록 ‘허위조작정보’에 대해서조차 ‘언론자유’를 내세우던 언론사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이해충돌’ 비판을 무릅쓴 검찰총장의 성급한 고소와 검사의 즉각적인 수사 착수로 언론자유가 위험에 빠졌는데도 타언론사들은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다. 언론도 선택적인 ‘언론자유’로 검찰의 ‘선택적 정의’와 보조를 맞추는 것일까.

윤 총장은 수사의 칼을 뽑기 전에 먼저 <한겨레>에 특정 시한을 주고 정정보도를 요청해서 결자해지의 기회를 줄 수는 없었을까. 검찰개혁이 화두가 된 현실에서 검찰이 권력을 절제하지 못한다면 그 검찰개혁의 본질은 무엇인가.

부당한 언론보도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곧바로 사건 수사를 착수시킨 윤 총장을 어떻게 바라볼까. 언론자유를 내세워 자기 면피를 하는 언론의 행태도 비판받아야 하지만 검찰총장의 고소 역시 문제는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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