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방송, 화려한 그래픽·패러디 여전...MBC '세월호 추모'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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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1위 지킨 KBS , '여혐 논란' 논란 속 의미 찾은 MBC
패러디 강자 입증한 SBS...TBS '김어준 개표방송' 동시접속자 '15만'

[PD저널=이미나·박상연 기자] 대부분의 지역구에서 투표 결과가 윤곽을 드러낸 16일 자정 넘어 각 방송사가 오랜 시간 준비해 온 제21대 총선 개표방송도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사태로 차분한 사회 분위기를 의식한 듯 그동안 화려한 그래픽 등 볼거리를 자랑했던 각 방송사는 이번 선거에선 각 지역구의 개표 현황과 판세 분석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15일 방송된 KBS '내 삶을 바꾸는 선택 2020 총선 국회의원선거 개표방송'은 야외 무대를 설치하고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선거 관련 데이터를 띄웠다. ⓒ KBS
15일 방송된 KBS '내 삶을 바꾸는 선택 2020 총선 국회의원선거 개표방송'은 야외 무대를 설치하고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선거 관련 데이터를 띄웠다. ⓒ KBS

KBS는 화려한 CG는 최대한 자제하고, 각 지역구별 개표현황 입체적으로 전하는 데 집중했다. 국회의사당 잔디밭과 한강 일대에 설치된 야외무대에서는 각 지역구별 득표 현황 분석에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하고, 실내 스튜디오에도 24m 대형 LED 월을 설치하는 등 규모 면에서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였다.

그동안 KBS 총선 기획의 일환으로 <정치합시다>에 출연해 왔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도 16일 자정을 넘긴 시각까지 스튜디오에 남아 지역별 표심 분석에 나섰다.

선거 직전 '범여권 180석' 발언으로 논란을 불렀던 유시민 이사장이 자신의 '예언'이 현실이 되자 "내가 '180석' 발언을 하지 않았다면 더 의석을 얻을 수 있었을 것 같다"며 “앞으로 정치비평을 그만하려 한다"고 선언하는 장면은 눈길을 끌었다.

MBC에서는 영화 소개 형식을 빌려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의 출구조사 결과를 전하던 중,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라는 대사가 방송돼 시청자의 항의 끝에 사과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이는 MBC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띠동갑내기 과외하기> 촬영 중 일어난 욕설 논란에서 비롯된 표현으로, 이후 여성 간의 다툼을 희화화할 때 사용됐던 데다 각 정당 후보 간의 대결을 '여성 간의 감정싸움'으로 폄하한다는 점에서 여성혐오적이라는 시청자의 비판이 잇따랐다. 항의가 이어지자 성장경 앵커는 16일 자정께 "의도는 전혀 아니었지만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MBC 개표방송의 '출구조사 60초 카운트다운' 영상에서는 세월호 참사 6주기를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증장했다. ⓒ MBC
MBC 개표방송의 '출구조사 60초 카운트다운' 영상에서는 세월호 참사 6주기를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증장했다. ⓒ MBC

논란 속에도 MBC의 개표방송은 각 정당 대표의 목소리를 AI 기술로 합성해 실시간 개표상황을 대표들이 육성으로 읽는 듯한 장면을 구현해 내고, 위성정당의 출현으로 복잡해진 선거 양상을 세심하게 분석해 내 호평을 받았다.

매 개표방송 때마다 주목을 받는 출구조사 발표 60초 카운트다운 영상에서는 물에 잠겨 있던 인형이 노란 빛에 휩싸여 떠오르고, 바다 속을 헤엄치던 고래가 구름 속을 유영하는 장면이 등장해 세월호 참사 6주기를 추모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프로듀스' 시리즈 패러디, <왕좌의 게임> 패러디 등으로 매번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SBS의 경우, 패러디는 줄었지만 잔잔한 재미와 감동을 주는 볼거리 만큼은 여전했다.

각 지역별 투표율 현황을 소개하는 개표방송 초반부터 SBS는 과거 개표방송에서 등장했던 개표방송 마스코트 '투표로'의 실사판 격으로 강아지들을 대거 등장시켰다. 각 지역의 달인과 상징적인 사건의 인물들도 함께 등장했다. 특히 충남 지역의 투표율을 소개하는 장면에선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중 숨을 거둔 비정규직 노동자 故 김용균 씨의 모습이 방송되기도 했다.

주목해야 할 후보들을 해외 뮤지션의 모습과 합성한 그래픽에선 SBS 특유의 위트가 돋보였다.

문재인 청와대에 근무한 이력을 내세운 후보들은 '달빛 아래 노래를 부르는 셀린 디온'(서울 광진을 고민정 후보) '문워크 춤을 추는 마이클 잭슨'(서울 구로을 윤건영 후보) 등으로 소개됐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인천 동‧미추홀을 윤상현 후보는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르는 모습으로 합성됐고, '이즌 쉬 러블리'의 가수 스티비 원더가 된 대구 달서병 조원진 후보 뒤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한자 '朴'이 쓰인 하트가 떠다녔다.

SBS 개표방송에서 '친박계' 조원진 후보는 '이즌 쉬 러블리'를 부르는 스티비 원더로 묘사됐다. ⓒ SBS
SBS 개표방송에서 '친박계' 조원진 후보는 '이즌 쉬 러블리'를 부르는 스티비 원더로 묘사됐다. ⓒ SBS

종합편성채널 가운데 자체 예측조사를 벌이는 등 개표방송에 가장 공을 들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JTBC는 참신한 시도로 눈길을 끌었다. 1부에 방송된 단편영화 <출발, 선>은 올해 처음으로 투표권을 얻게 된 만 18세 청소년 선이의 투표 직전 모습을 그려냈다.

임필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김기천‧박호산 등이 출연한 <출발, 선>은 2020년을 살고 있는 보통의 가족들이 겪는 고민들을 담담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영화를 본 김중혁 작가는 제목 안에 다양한 의미가 있음을 짚어내며 "(투표로) '선함'이 시작된다는 의미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간판 진행자인 김어준을 내세운 TBS는 유튜브에서 재미를 봤다. 16일 TBS는 "15일 오후 5시부터 16일 오전 1시 30분까지 진행된 유튜브 라이브 <김어준의 개표공장>과 <TBS 개표 댓글공장>이 최대 동시 접속자 수 15만 8417명을 기록했다"며 "유튜브 기준 주요 방송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B급 개표방송' 콘셉트의 <김어준의 개표공장>에는 1980년대 감성의 괘도와 상황판 등이 등장했다. 화이트보드에 스태프가 실시간으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와 득표율 현황을 기재하는 등 다소 어설픈 모습은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타 방송사들의 화려한 그래픽과 차별성을 둔 셈이다.

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 코너를 통해 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 총선을 평가하고, '가짜뉴스 전담반이 본 선거보도'에서는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등을 중심으로 잘못된 총선보도 유형을 살폈다. 또한 '음악이 흐르는 개표방송'을 내세우며 방송 중간마다 피아노와 기타 등 실제 합주 연주를 내보내기도 했다.

한편 지상파 3사 가운데 이번 개표방송에서 가장 많은 시청자의 선택을 받은 건 KBS인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시청률 조사기관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KBS 1TV에서 15일 오후 4시부터 방송된 개표방송 <내 삶을 바꾸는 선택 2020 총선 국회의원선거 개표방송> 1~5부는 각각 3.4%, 11.7%, 10.5%, 9.6%, 6.0%(전국 기준, 이하 동일)를 기록했다.

15일 오후 4시부터 편성된 SBS <2020 국민의 선택>은 1부 1.7%, 2부 3.8%, '8뉴스' 6.9%, 3부 7.1%, 4부 5.6%, 5부 2.5%로 집계됐으며, 오후 5시부터 방송된 MBC <선택 2020>은 1부 4.9%, 2부 격인 <특집 뉴스데스크> 6.3%, 3부 6.9%, 4부 5.3%, 5부 2.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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