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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12 14:33
  • 수정 2020.06.16 18:08

“예능이 담지 못한 외국인의 삶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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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 깨는 유튜버들 ⑤] '외국인코리아' 채널 운영하는 국제커플 '덴'과 '만두'
외모 가리고 한국인 찾는 '히든 코리안' 화제..."서로의 다름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 만드는 게 목표"

대세로 자리잡은 유튜브는 사회적 소수자‧약자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창이기도 하다. 수백만 구독자를 거느린 스타 유튜버 사이에서 '나다움'을 찾는 유튜버들이 적지 않다.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노인, 외국인 등 각자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할 말을 하는 유튜버를 5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주- 

유튜브 채널 '외국인 코리아'의 만두와 덴(왼쪽부터) ⓒ 외국인코리아
유튜브 채널 '외국인 코리아'의 만두와 덴(왼쪽부터) ⓒ 외국인코리아

[PD저널=이미나 기자] "외국인 안에서도 (계급이) 나눠지는, 차별이 있는 것 같다." "외국인이라는 이미지에 맞는, 원하는 답이 있다. 돌려서 그런 답을 받으려고 한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다섯 명의 외국인들이 'TV에 나오는 외국인'(▷바로가기)을 주제로 지난 3월 유튜브 채널 <외국인코리아>에 털어놓은 속내다.

한국에 장·단기 체류하는 외국인이 전체 인구의 4.9%(2019년 12월 기준)로 우리 사회는 빠르게 다문화 공동체로 변화하고 있지만, 미디어가 재현하는 그들의 모습 가운데 여전히 선입견이 자리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2018년 정의철 상지대 교수는 "이주민과 외국인을 소재로 한 방송 프로그램이 이들을 이국적 혹은 시혜적으로 바라보는 '타자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미디어에는 여전히 아이돌 그룹의 외국인 멤버가 서툴게 한국어를 말하는 모습이 희화화되거나, 맛있게 국밥 한 그릇을 해치우는 외국인을 보고 '한국인 다 됐다'고 표현하는 동화주의적 태도가 나타나기도 한다. 한국 문화를 예찬하는 외국인들의 모습만이 부각되고, '백인' '남성' 등 주류 정체성을 선호하는 경향도 아직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구독자 13만 3천 명의 유튜브 채널 <외국인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는 '덴'(오대용)과 '만두'(아만다)는 이 같은 선입견을 넘어 같은 시공간을 살아가는 한국 속 외국인의 삶을 그려내고자 한다.

<외국인코리아>에 등장하는 이들은 때론 난생 처음 도수치료나 전통시장을 체험한다며 눈빛을 빛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국에서 무분별하게 일어나는 스타를 향한 사이버 폭력을 비판하고 '혼혈' 한국인이 빈번하게 겪는 '무례'를 꼬집기도 한다. 대화만으로 한국인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이들의 최신 프로젝트, '히든 코리안'은 조회수 349만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음은 지난 5월 29일 만난 덴·만두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유튜브 채널 '외국인코리아'의 'TV에 나오는 외국인 보면 어때?' 편 ⓒ 외국인코리아
'TV에 나오는 외국인 보면 어때?' 편의 한 장면 ⓒ 외국인코리아

외국인의 한국 생활 전반을 다루는 <외국인코리아>는 어떻게 시작된 것인가?

덴: 대학 시절 워킹 홀리데이로 캐나다에서 산 적이 있었는데 정말 즐거웠다. 캐나다의 문화도 많이 경험했고, 만두를 포함해 친구들도 많이 만났다. 한국에 돌아오고, 그때 만났던 친구들이 한국에서 생활하는 걸 보니 정말 재미없게 지내더라. (웃음) 내가 그랬던 것처럼 (친구들이) 한국 문화를 즐기는 게 아니라, 일터와 집만 오가며 전형적인 '한국의 직장인'처럼 지내는 걸 보고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부터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뭐라도 하자고 했다. 처음엔 한국어를 가르치는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만드는 우리도 보는 사람들도 재미없어 하더라. 그러다 친구들이 삼겹살을 먹는 콘텐츠와 광장시장을 구경하는 콘텐츠가 입소문을 탔고, 그 때부터 '우리가 한국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영상으로 만들어 보여주자'는 채널의 방향을 정하게 됐다.

채널을 보면 보편적인 먹방부터 자유롭게 한국 이슈에 대한 생각을 말하거나,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과의 인터뷰 등 다양한 시리즈물이 있더라.

덴: 처음엔 먹방에 대한 반응이 커서 많이 했는데, 어느 순간 지치기도 하고 똑같은 것을 반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부터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 봤고 그 가운데 괜찮은 것들을 시리즈화하고 있다. '그럽 앤 갭'(Grub & Gap, 덴과 한국 거주 외국인이 음식을 먹으며 한국에서의 생활을 이야기하는 콘텐츠)은 주로 함께 촬영하던 아만다가 그날따라 몸이 아파 다른 친구와 밥을 먹으며 영상을 찍어 보니, 토크쇼 같기도 하고 반응도 좋아 시리즈가 된 경우다. 보통 사람들이 친해질 때 '밥 한 끼 하자'고 말하기도 하고.

인종이나 성별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을 두루 출연시키려 하는 게 인상적이다. 아예 'TV에 나오는 외국인'을 주제로 출연진이 이야기를 나누는 영상도 있더라. TV에서 다양한 '외국인 예능'이 방송되고 있지만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 이런 부분을 고려한 것인가?

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분들을 찾는 게 우리 채널의 목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TV에서 방영되는 '외국인 예능'은 '외국인'이라는 타이틀을 소비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 사람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보고 싶은 것들, 듣고 싶은 것들만 골라 보여준다고 해야 할까. 물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방송 속 외국인 출연자들은 또 그것을 즐기고 노력하는 분들이고, 나름의 매력을 보여주는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이해하고 인정하지만, <외국인코리아>는 조금 다른 방향을 추구하려고 한다. 각 영상마다 구성은 있지만, 대본이나 특별한 연출이 없는 것도 그래서다.

만두: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평가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외국인코리아>가 똑같은 것을 반복한다고 보일 수 있겠지만, 한국에 살고 있는 다양한 외국인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특정 집단이 다른 집단들에 비해 미디어에서 충분히 대표되지 않는다 생각하는데, '연령'도 그 중 하나다. 한국에는 40대 이상의 외국인도 많이 살고 있지만 TV에서 그들의 모습은 20대·30대 외국인만큼 자주 보이지 않는다. 이제 막 (우리 채널에서) '다양성'을 보여주기 시작한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배경과 연령대의 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유튜브 채널 '외국인코리아'가 제작한 '히든 코리안' 편의 한 장면 ⓒ 외국인코리아
'히든 코리안' 편의 한 장면 ⓒ 외국인코리아

3년 넘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도 많을 것 같다.

덴: 최근에 했던 '히든 코리안' 프로젝트(▷바로가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아이디어였는데, 구독자 10만 기념으로 실현했다는 것 자체가 뿌듯한 일이었다. 반응이 좋은 것도, 출연자 모두가 빠짐없이 즐겁게 촬영했다는 것도, 자세한 대본이 없었는데도 내가 기획했던 대로 됐다는 것도 다 좋았다.

확실히 '히든 코리안'은 눈에 띄는 콘텐츠였다. 한국말을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한국인보다 더 잘하는 이들의 모습을 담아낸 것을 보면서, 어쩌면 한국인이 흔히 갖는 편견을 겨냥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덴: '(출연자들이) 한국말을 아무리 잘한다 해도, 한국인이 구분 못할 정도일까?'라는 생각도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결과는 달랐지 않나. 말 그대로 예능적 콘텐츠였지만 깊이 생각해 보면 '얼굴을 보지 않으면 한국에서 나고 자란 이들과 다를 게 없다'는 게 '히든 코리안'이 전하는 가장 큰 메시지였다. 흔히 사람들은 얼굴을 보고, 피부색을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지 않나. 그것만으로는 그 사람을 판단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만두: 물론 차차 변화하고는 있지만, '외국인은 한국어를 잘 못한다'는 고정된 인식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채널에 출연한 많은 출연자들은 한국어를 완전히 받아들이고, 그들의 한국어 실력을 높이기 위해 무척 열심인 이들이다. 그게 우리가 '히든 코리안'을 만든 이유기도 하다. 그들이 얼마나 한국어를 잘 하는지, 이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동시에 그들은 내가 더 한국말을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혼혈 한국인이 출연해 들었던 무례한 말들을 이야기하는 영상(▷바로가기)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말을 왜 이렇게 잘해요?'라든지 일방적으로 그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대목도 물론 그랬지만, '하이브리드 아기를 갖고 싶다'는 말까지 들었다니 충격적이었다.

덴: 그냥 존재 자체가 당연한 것인데도 한국에선 신기하게 받아들여지는 거다. 그 영상에 출연한 게 친한 동생인데, 다른 유튜브 채널이나 방송에 나가는 건 그렇게 좋아하지 않더라. <외국인코리아>에 출연한 건 우리가 그 사람을 그 자체로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데 출연했다면 (보는 사람들이) 재미있어할 것들만 했겠지만, 우리는 사람들이 몰라도 알았으면 하는 걸 다뤘으면 했다.

나 역시 만두와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다문화 가정을 꾸리게 될 거다. 주변 가까이에 있는데,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혼혈 한국인을 보고 '신기하다'는 말은 어쩌면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명이라도 (영상을 보고) '그런 말은 하면 안 되는구나'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 말처럼 많은 외국인 소재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콘텐츠가 한국의 좋은 점만을 부각하는 반면, <외국인코리아>는 한국 사회의 문제도 다루려고 시도하고 있다.

덴: 한국인들은 한국에 대해 남이 안 좋은 이야기를 하는 걸 싫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한국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 좋은 이야기를 하면 안 좋은 반응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나도 한국 사람이고, 당연히 한국이 자랑스럽다. 하지만 바뀌어야 할 게 있다면 바뀌어야지 않겠나. 일례로 '한국에는 왜 장애인이 없나요?' 편(▷바로가기)은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만든 거다. 캐나다에 있을 때 받았던 문화충격 중 하나가 길에서 장애인들이 아무렇지 않게, 흔하게 있는 거였다. 한국에선 이상할 정도로 안 보이지 않나. 민감한 주제고, 비장애인 입장에서 실례일 수도 있어서 큰 용기를 갖고 만들었는데 당사자 분들이 많이 공감해 주셔서 다행이었다.

유튜브 채널 '외국인코리아'가 제작한 '혼혈에게 해선 안 되는 말 5가지' 편의 한 장면 ⓒ 외국인코리아
'혼혈에게 해선 안 되는 말 5가지' 편의 한 장면 ⓒ 외국인코리아

같은 맥락에서 한국의 문화를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많은 외국인 소재 콘텐츠가 국수적으로 흐르고, 이른바 '국뽕' 콘텐츠가 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한국의 문화를 미화하지 않으면서, <외국인코리아>만의 독특한 시각을 전달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

만두: '그럽 앤 갭'에 출연하는 외국인들은 한국에 관심이 있고, 한국의 문화와 생활을 경험하고 싶어 온 사람들이다. 하지만 태어난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주하는 데엔 분명 '고난'이 따른다. <외국인코리아>에서는 출연자들의 한국에 대한 사랑과 이주한 이후 겪었던 고군분투, 그 둘 사이의 건강한 균형을 보여주고 싶었다. 어떤 나라도 (살기에) 완벽하지 않다. 그게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하는 것 아닐까.

덴: 실제로 외국인이 봤을 때 (한국에) 좋은 부분이 존재하는 만큼, 이른바 '국뽕' 콘텐츠를 안 만들 수는 없다. 한국의 좋은 점을 다른 시선에서 본다는 건 또 재미있는 일이지 않겠나. 하지만 무조건적인 미화는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늘 소재를 정할 때 만두와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도 그렇게 생각해?'라는 식으로 상의하고, 만두가 동의하지 않으면 그건 안 하려고 한다. (출연자들에게도) '뭐가 좋아?'보단 '어떤 점에서 좋아?' '뭐가 달라?'라고 물으려 한다. 무조건 한국이 좋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코리아>를 통해 한국 사회, 혹은 한국의 구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궁극적인 메시지가 있나.

만두: 그건 각 영상마다 다른 것 같다. 어떤 메시지는 다른 영상의 메시지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지만, 각각에 (영상을 만드는) 목적과 메시지를 담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그 이면엔 항상 우리의 '의도'가 있다. 우리는 '외국인'과 '선주민으로서의 한국인'이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격차를 좁히려고 한다. 한국어와 영어로 모두 자막을 넣는 것도 그래서다.

앞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덴: '히든 코리안'처럼 시리즈로 기획하고 있는 게 많이 있다. 앞으로도 외국인에 대한 선입견을 깰 수 있는,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아울러 '인종'이나 '연령'과 같은 정체성 외에도, '성소수자'처럼 또 다른 소수자성에 대한 콘텐츠도 생각하고 있다. '히든 코리아'를 통해 전하려 했던 것처럼, 결국 우리 모두 다 같은 사람이라는 것, 일면만 보고 사람을 판단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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