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재 과시한 '막장 드라마'...IP 확보 경쟁 더 치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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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드라마 결산] 제작비 압박에 4부작 8부작 등 포맷 다변화
'경이로운 소문' 등 웹툰 원작 드라마 흥행
대박 친 넷플릭스 '킹덤' '스위트홈'...카카오TV 숏폼 콘텐츠 정착

올해 방영돼 좋은 성적을 거둔 SBS '펜트하우스', OCN '경이로운 소문', 카카오TV '며느라기',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왼쪽부터 시계방향)
올해 방영돼 좋은 성적을 거둔 SBS '펜트하우스', OCN '경이로운 소문', 카카오TV '며느라기',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왼쪽부터 시계방향)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올해 드라마 업계는 치솟는 제작비와 주52시간 근무제에 따른 근로환경에 적응할 뿐 아니라 코로나19 여파까지 감당해야 했다. 악조건 속에서 내놓은 드라마의 성적표는 희비가 엇갈렸다. 기대를 모았던 대작과 톱스타의 복귀작 중에 시청자의 호응을 이끈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다. OTT(온라인 동영상서비스)의 강세에 이어 포털까지 콘텐츠 경쟁에 뛰어들면서 방송사의 고심은 깊어진 한해였다. 한편 지적재산권(IP)을 통해 국내 콘텐츠의 외연을 넓히는 시도는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앞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종편, 케이블 방송사 모두 시청률 10%대를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 고착화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방송사별로 보면 올해 JTBC와 tvN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영국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리메이크한 JTBC<부부의 세계>가 흥행 열풍을 일으켰다. 시청률 상승곡선을 타고 최종회에서는 28.4%라는 비지상파 채널 중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국내에 이어 해외에서도 화제성과 수익성을 올린 작품도 있었다. <별에서 온 그대>를 집필한 박지은 작가의 tvN<사랑의 불시착>과 독특한 로맨스를 다룬 tvN<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후 일본과 아시아 등지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켰다. 

지상파 방송사 중에서 SBS가 그나마 자존심을 지켰다. 지난 10월부터 방영 중인 <펜트하우스>는 ‘막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로 시청률이 24%까지 치솟았다. <앨리스>는 ‘한국형 SF’를 일궜다는 호평을 얻었고, 김은숙 작가의 <더 킹: 영원한 군주>는 지나친 간접광고(PPL)로 인해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으나, 넷플릭스에서 인기 콘텐츠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MBC는 <그 남자의 기억법>, <더 게임:0시를 향하여>,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저녁같이 드실래요>, <나를 사랑한 스파이>, <카이로스> 등 로맨스 스릴러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지만, 과거 명성에 비해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KBS는 두터운 고정 시청층이 확실한 주말·일일 드라마로 존재를 입증하는 데 그쳤다. 주말 드라마 <한번 다녀왔습니다>는 이혼을 소재로 한 가족 드라마로 37%까지 기록했고, 바통을 이어받은 <오! 삼광빌라>도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어 일일 드라마(<위험한 약속>, <기막힌 유산>, <비밀의 남자>)에서도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막장’ 요소를 반복하는 데 그쳤다. 작품성과 별개로 시청자의 외면을 당한 미니시리즈도 연달아 나왔다. 전생과 현생을 미스터리로 엮은 <본 어게인>은 최저 시청률 1.3%를 기록했고, 비혼과 전생 스토리를 다룬 <그 놈이 그놈이다>외에 <영혼 수선공>, <좀비탐정>도 힘쓰지 못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스위트홈'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스위트홈'

웹툰 원작·시즌제 드라마 ‘청신호’

흥행한 작품을 훑어보면 웹툰 리메이크작의 선전이 눈에 띈다. 현재 방영 중인 OCN<경이로운 소문>은 ‘예상 밖 흥행’의 주역이다. 시청률 10%대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고,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을 경신할 정도로 시청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경이로운 소문>은 ‘악귀 사냥꾼’을 다룬 웹툰이 원작인데, 웹툰 속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높은 배우들이 열연하면서 몰입감을 높이고 있다. ‘흥행 보증 수표’로 통하는 스타 배우가 나오지 않지만, ‘슈퍼 히어로’가 아닌 우리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이웃을 ‘히어로’로 내세워 회를 거듭할수록 입소문을 타고 있다. 

JTBC<이태원 클라쓰>는 웹툰 원작자가 직접 극본까지 쓴 드라마다. 기성세대를 향한 ‘힙한’ 반란을 그리는 동시에 일관성 있는 선악 구도의 대립으로 드라마의 흡입력을 높였고, 시청률 16%대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렇지만 모든 웹툰 원작 드라마가 결실을 얻은 건 아니다. KBS<어서와>는 지상파 최저 시청률이라는 불명예를 안았고, 현재 방영 중인 tvN<여신 강림>도 웹툰의 인기에 비해 다소 저조한 반응에 그치고 있다. 

시즌제 드라마는 나름 ‘중박’을 쳤다. SBS<낭만닥터 김사부2>는 시청률 14%대로 시작해 27.1%를 기록했다. 시즌제를 염두하고 나온 tvN<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주1회, 90분 방영으로 파격적으로 편성됐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내년 시즌2 제작이 진행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tvN<비밀의 숲>은 마니아층의 지지에 힘입어 3년 만에 돌아왔지만, 호불호가 갈렸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시대적 현안을 반영했으나, 캐릭터의 일관성이나 긴장감 있는 전개가 전작에 비해 떨어진다는 아쉬움도 나왔다. 

이처럼 올해에 이어 내년 방송가에서도 흥행이 검증된 드라마를 시즌제로 제작하거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드라마 기획 및 제작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를 제작하는 환경도 이에 맞게 재편 중이다. 웹툰·웹소설업체 카카오페이지는 카카오M와 합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네이버 웹툰과 웹소설 등의 지적재산권을 활용해 CJ ENM에서 드라마를 제작해 방영하는 등 포털과 방송사 간 경계를 가로지르는 콘텐츠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SBS '스토브리그' 포스터 ⓒ SBS
SBS '스토브리그' 포스터 ⓒ SBS

드라마 관성 법칙 깬 신인작가들의 활약 

올해 드라마 흥행의 또 다른 키워드는 ‘신인 작가의 활약’이다. 신인 작가의 대부분이 단막극으로 데뷔한 이후 미니시리즈 편성을 따내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게 현실이다. 그러나 갈수록 치솟은 제작비를 감당해야 하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오로지 스타 작가와 스타 배우에게만 기대기엔 녹록지 않은 현실도 존재한다. 올해 신인 작가의 작품은 드라마의 관성을 깨는 동시에 ‘웰메이드 드라마’로 인정받아 기대감을 키웠다. 

가장 화제를 낳은 작품은 이신화 작가의 SBS<스토브리그>다. 프로야구 프런트를 소재로 신선함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드림즈의 언더독 서사를 개연성 있게 펼치며 그야말로 시청률 ‘홈런’을 터뜨렸다. 첫 회에서 5%대로 시작했으나 최종회에서는 20%대 육박하는 시청률을 얻었다. 주인공 백승수 단장(남궁민)은 적폐에 맞서 조직을 개혁하는 인물로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남겼을 뿐 아니라 스포츠 드라마는 흥행이 어렵다는 편견도 깼다. 

김루리 작가는 합법과 불법을 가리지 않는 정금자의 독특한 여성 캐릭터를 앞세운 SBS<하이에나>로 장편 드라마에 데뷔했고, 김은향 작가는 SBS<아무도 모른다>를 통해 학교폭력, 가정폭력, 연쇄살인 등 다소 무거운 소재를 엮어냈지만, 어른의 역할을 되짚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밖에 SBS<굿캐스팅>(극본 박지하)에서는 현장에서 밀려난 여성 국정원 요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통쾌한 코미디극을 펼쳐냈다.

신인 작가의 경험을 녹여낸 드라마도 눈길을 끌었다. 박주연 작가는 기간제 교사로 몸담았던 경험을 반영한 tvN<블랙독>으로 현실감 있게 교사들의 생활을 그려냈고, 바이올린·예술경영 등을 전공한 류보리 작가는 클래식을 소재로 한 SBS<브람스를 좋아하세요>로 성장 서사를 바탕으로 한 로맨스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MBC<꼰대인턴>(극본 신소라)에서는 꼰대부장을 부하직원으로 맞게 된 남자의 ‘갑을체인지’를, tvN<머니게임>(극본 이영미)에서는 금융 비리 소재를 다루는 등 실험적인 소재로 드라마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웨이브를 통해 지난 10일 공개된 MBC 드라마 'SF8' ⓒ웨이브
웨이브를 통해 지난 7월 10일 선공개된 MBC 드라마 'SF8' ⓒ웨이브

제작비 부담에 포맷 변화 불가피

드라마 한 편으로 대중성, 작품성, 수익성까지 모두 잡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제작비 대비 위험부담이 큰 드라마는 방송사의 최대 난제로 떠올랐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시청률 하락과 광고 매출 감소로 인해 드라마를 잠정 폐지했다가 부활시키는 등 쉽사리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배우 개런티와 스태프 인건비, 주52시간 근무제로 인해 평균 드라마 제작비가 상승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할 곳을 찾기 힘든 실정이다. 

방송사의 무기가 ‘콘텐츠’인 만큼 드라마를 아예 폐지하기도, 현실적 여건을 무시한 채 마냥 미니시리즈 제작 및 편성을 확대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연한 제작 및 편성이 불가피하다. 실제 드라마 방송 회차도 4편, 8편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올해 MBC가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도 시네마틱 드라마 <SF8>를 선보이며 적극적으로 실험을 나선 것도 변화의 필요성을 보여줬고, 8부작으로 방영된 tvN<산후조리원>도 산후조리원 적응기를 공동 집필 작가진이 블랙코미디처럼 풀어내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 길이뿐만 아니라 OTT를 발판 삼은 다양한 드라마 기획과 제작을 시도하는 게 중요해졌다.

방송사 바깥에서는 OTT에 이어 포털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본격화됐다. 넷플릭스에서는 <보건교사 안은영>, <킹덤2>, ‘한국판 크리처물’로 일컫는 <스위트홈> 등의 대작이 국내외 콘텐츠 이용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지난 9월 출범한 카카오TV에서는 웹드라마 <도시남녀의 사랑법>을 공개해 젊은층의 연애담을 가볍게 풀어내고 있고, 웹툰 원작 드라마<며느라기>는 매회 조회수 100만 명 안팎을 기록하며 입지를 굳혔다. 왓챠, 카카오를 비롯해 드라마 제작사에서도 미드폼 콘텐츠 제작을 위한 작가 발굴에 발 벗고 나서고 있어 향후 드라마 제작은 더욱 다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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