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는 넷플릭스를 어떻게 따라잡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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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식의 OTT 세상 16]
디즈니 분기 실적 보니, 가입자 증가 예상치 상회했지만...영업적자 늘어

디즈니+는 국내 런칭 1주년을 맞이해 구독자 감사 캠페인으로 ‘디즈니+ 1주년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디즈니+는 국내 런칭 1주년을 맞이해 구독자 감사 캠페인으로 ‘디즈니+ 1주년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PD저널=유건식 KBS공영방송연구소장] 디즈니가 2022년 4분기(디즈니 회계연도는 10월에 시작) 실적을 발표했다. 디즈니는 전 세계에서 디즈니+ 1억 6420만 명을 포함해 2억 357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디즈니+는 935만 명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를 크게 상회하는 1210만 명이 증가하였다. 넷플릭스 2억 2309만 명보다 1261만 명이나 많은 수치다. 

지난해 3월 디즈니는 넷플릭스 10년 성과를 16개월 만에 달성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13년 정도의 ‘축적의 시간’을 건너뛴 것이다.  디즈니가 어떻게 급속도로 넷플릭스를 따라잡았을까.  

첫째, 금수저로 시작했다. 디즈니+는 2019년 11월 12일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고, 한국에서는 지난해 11월 12일 론칭했다. 디즈니는 OTT를 시작할 때부터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 마블 시리즈 <아이언맨> 등의 막대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출발부터 기대를 모았다. 무엇보다 아이들 둔 가정은 대부분 디즈니+를 가입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처럼 디즈니+는 자체 콘텐츠가 없이 시작했던 넷플릭스와는 출발점이 달랐다. 또한 당시 30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훌루와 660만 명 규모의 ESPN+ 가입자도 보유하고 있었다.

둘째, 디즈니가 넷플릭스를 따라잡고 있는 전략은 번들이다.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디즈니만의 장점이다. 3개를 개별로 보는 것보다 10달러 저렴하다. 12월 8일부터 1달러를 인상해 디즈니+($7.99), 훌루(광고형, $7.99), ESPN+($9.99)를 월 14.99달러에 서비스할 예정이다. 훌루도 광고 없이 보려면 월 19.99달러이다.

인도를 공략한 것도 주효했다. 디즈니는 인도 시장의 OTT 1위 기업 핫스타를 인수해 디즈니+ 핫스타의 이름으로 서비스하고 있는데, 9월 말 현재 613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 숫자는 글로벌 가입자 5650만 명과 북미 가입자 4640만 명보다도 많고, 인도를 제외한 디즈니의 가입자 1억 290만 명의 60%에 달하므로 인도가 가입자 증가에서 절대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도의 가입금액은 월 Rs 299(약 5천 원)로 매우 저렴하다. 넷플릭스 인도 가입자가 550만 명 정도로 추정되는 걸 보면 디즈니가 넷플릭스를 추월한 1등 공신으로 볼 수 있다.

디즈니 가입자 증가 추이.
디즈니+ 가입자 증가 추이.

넷째, 디즈니+의 가입자 증가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넷플릭스가 미국에서 월 19.99달러임에 비해 디즈니+는 월 9.99달러이다. 한국에서 디즈니+ 가입자 증가는 생각보다 지지부진하다. 이 두 가지를 두고 볼 때 영어권이 아닌 로컬에서 디즈니+는 (넷플릭스 14억 달러 흑자) 현지 콘텐츠 확보가 절실하다고 판단된다.

팬데믹 동안 펼친 디즈니+ 우선 전략도 통했다. 코로나19로 극장에서 영화를 개봉하기 어려워 <블랙 위도우>나 <크루엘라> 처럼 극장과 디즈니+에서 동시 개봉하는 방식으로 디즈니+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일반적으로 오리지널이 가입자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디즈니가 만족할만한 상황은 아니다. 매출은 OTT에서 49억 달러로 2021년 3분기에 비해 8%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4.7억 달러의 손실(전년도 동기 6.3억 달러 손실, 넷플릭스 14억 달러 흑자)을 봤다. 주당 이익도 19%나 감소했다.

이런 한계 때문인지 디즈니+는 광고 모델을 12월 8일 월 7.99 달러에 출시하기로 했고, 가입자 전용 온라인 쇼핑몰도 준비 중이다. 디즈니+의 콘텐츠와 직접 연결되는 최초의 AR앱도 출시했다. 

현재 OTT 시장은 완전한 춘추전국시대이다. 각기 다른 환경에 처한 OTT들이 펼치는 전략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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