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시대 관통한 ‘몸쓰는'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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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에서 뜨거운 반응 쏟아진 넷플릭스 '피지컬:100'
스포츠 예능에 이어 '격투기' '씨름' 소재 예능 줄이어
'팀워크'에서 '생존' '강인한 체력' 강조 흐름 뚜렷

공개 이후 열띤 호응을 얻고 있는 넷플릭스 '피지컬:100'
공개 이후 열띤 호응을 얻고 있는 넷플릭스 '피지컬:100'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몸쓰는’ 예능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4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피지컬: 100>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글로벌 OTT 순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넷플릭스 TV쇼 부문 TOP 10에 진입한 뒤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간 드라마와 비교하면 예능이 세계적으로 흥행한 적이 드물었는데, 모처럼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내 반응도 뜨겁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발표에 따르면 <피지컬: 100>은 화제성 점유율 6.1%를 차지하며 TV·OTT 통합 비드라마‧쇼 부문 1위를 기록했다. TV에서 방영되지 않았는데도 국내 TV 프로그램보다 화제성을 장악한 것. ‘몸쓰는’ 예능에 열광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피지컬: 100>은 국가대표 선수부터 인플루언서까지 ‘뛰어난 몸’을 가진 100명이 참여한 서바이벌 예능이다. 3억 원의 상금을 타기 위해 대결을 펼친다. 출연자 면면을 보면 화려하다. 격투기 선수 추성훈, 스켈레톤 선수 윤성빈, 체조선수 양학선부터 운동 및 헬스 유튜버, 보디빌더, 전직 특수부대원, 모델, 댄서, 농부까지 그야말로 ‘몸이 재산’인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사전 퀘스트에서 구조물에 매달려 오래 버티는가 하면 나이, 성별, 체급을 따지지 않고 일대일 또는 팀을 구성해 데스매치를 겨룬다. 뻔한 결말보다 반전으로 긴장감을 북돋는다. 모두 패배를 예상한 참여자가 짜릿한 승리를 보여주고, 힘으로 이길 때도, 기술로 상대를 제압한다. 

그간 ‘몸을 쓰는’ 스포츠는 예능의 단골 소재였다. 축구, 야구, 농구, 탁구, 골프 등의 종목을 내세운 스포츠 예능이 앞다퉈 제작됐다. SBS<골 때리는 그녀들>, JTBC<뭉쳐야 쏜다>‧<뭉쳐야 찬다>‧<최강야구>‧<언니들이 뛴다-마녀체력 농구부>, E채널<노는 언니> 등에서는 각 분야 ‘레전드’인 스포츠 스타들이 다른 종목에 도전하며 겪는 좌충우돌을 다뤘다. 또는 몸보다 마음만 앞선 출연자들이 실수를 연발하다가 차근차근 기량을 쌓아가는 과정을 볼거리로 내세웠다.

‘몸값’을 내건 예능도 등장했다. 티빙<제로섬게임>에서는 팀 미션인 몸무게 변동 수치에 따라 상금 액수가 올라가거나 깎이는 포맷을 선보였다. 웨이브<배틀그램>에서는 참여자들이 최대한 살을 찌운 뒤 ‘조각 같은 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았다. 

SBS '순정파이터'
SBS '순정파이터'

이러한 가운데 격투기, 팔씨름 등 액션으로 경합을 벌이는 예능도 나오기 시작했다. JTBC<오버 더 톱-맨즈 챔피언십>은 전국의 팔씨름 고수들이 모여 오직 팔 힘 하나로 팔씨름 최강자를 가리는 서바이벌을 내세웠다. 현재 방영 중인 SBS <순정 파이터>는 연예인, 무도인, 운동선수 등의 참여자들이 파이터의 조언을 받아 진짜 파이터로 거듭나는 격투기 예능을 표방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피지컬:100>의 흥행 바통을 이어받아 올해 중으로 <사이렌: 불의 섬>을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경찰, 소방관, 경호원, 군인, 운동선수 등 각 분야에서 뛰어난 신체 능력을 지닌 여성 24인의 서바이벌 생존기를 담을 예정이다. 

공통으로 ‘몸 쓰는’ 예능이지만 결이 달라졌다. 스포츠 예능이 ‘팀워크’와 ‘과정’을 강조했다면, ‘개인’과 ‘생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면 여성 스포츠 예능의 포문을 연 <골 때리는 그녀들>의 경우 각 팀원의 약점을 보완하고, 팀워크를 쌓아가는 데 중점을 뒀다. 방영 초반 경기 운영방식조차 미숙했던 출연자들이 개인 훈련과 팀 훈련을 거치며 기술을 익혀나갔다. 이들은 경기 중 크고 작은 부상에도 투혼을 발휘하는가 하면, 쓰라린 패배에 눈물을 훔쳤다. 스포츠를 통해 성장하는 서사를 엮어내 시청자에게 예능적 재미와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반면 <피지컬: 100>에서는 ‘개인’과 ‘생존’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부족한 실력을 차근차근 쌓아가며 팀워크를 발휘하는 성장형 예능이라기보다 오롯이 개인의 강인한 몸으로 대결을 펼치는 예능이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실사판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어찌 보면 각자도생 사회를 빗대기도 하지만, 개인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열어두고 있다. 제작진은 ‘가장 완벽한 피지컬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대중은 ‘보기 좋은 몸’을 전시하기보다 ‘완벽한 몸’을 향해 팽팽한 대결을 펼치는 등 날 것 그대로 모습에 호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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