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100' 성공이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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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식의 OTT 세상 20]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피지컬: 100'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피지컬: 100'

[PD저널=유건식 언론학 박사(KBS 제작기획2부)] 넷플릭스 오리지널 <피지컬: 100>이 가히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장호기 PD가 기획하고 MBC가 제작사 루이웍스미디어와 공동 제작한 <피지컬: 100>은 가장 강력한 피지컬(몸)을 가진 사람에게 수여되는 우승상금 3억 원을 놓고 참가자 100명이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한국에서 <범인은 바로 너>부터 <먹보와 털보> 등 많은 예능 콘텐츠를 제작했는데, <피지컬:100>은 처음으로 글로벌 1위를 차지하면서 K-콘텐츠의 장르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깊다. 한편으로는 지상파 방송사인 MBC가 자체 채널에서 방송하지 않고, 경쟁 관계에 있는 넷플릭스에 독점 공급했다는 점은 비판적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피지컬:100>은 지난 1월 24일부터 매주 화요일 2회씩 공개하고 있다. 현재 6회까지 공개되었고, 오는 21일 9회로 종료된다. 처음 1, 2회를 연속으로 시청하고 든 느낌은 ‘이거 되겠다’와 ‘글로벌에서 포맷으로 성공하겠다’였다.

<오징어 게임>처럼 서바이벌 포맷이 경쟁력이 있고, 격투기 선수 추성훈이나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 등을 포함해 화제성 있는 출연자들이 상당하고, 비주얼적으로 멋있는 피지컬을 맘껏 즐길 수 있으며, 상금도 3억 원이나 걸려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채널A에서 방송했던 <강철부대>에 열광했으며,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 선정한 MZ세대의 ‘오하운’(오늘하루운동)에 맞게 PT(Personal Training) 인구도 상당하다는 외부 환경적 요인도 받쳐주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순위를 집계하는 플릭스패트롤(FlixPatrol.com)에서 1월 15일에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16위에 오른 뒤, 26일 7위, 27일 5위, 2월 1일 4위, 8일에 1위에 올라 9일까지 1위를 하고 <너의 모든 것 4>에 1위를 물려주었다. 8일에는 영국, 스위스, 스웨덴 등 38개 국가에서 1위를 했다. 넷플릭스가 공식적으로 밝히는 주별 톱10(top10.netflix.com) 비영권 TV에서는 1월 넷째 주에 7위, 2월 첫째 주에 2위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OTT 화제성을 조사하는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K-콘텐츠 화제성’ 1월 4째주 비드라마 OTT에서 1위를 차지했다.

<피지컬:100>의 성공이 반가운 이유

우선, 한국에서 제작한 예능 프로그램 <피지컬:100>이 글로벌에서도 통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반갑다. 지금까지 한국의 예능은 해외에서 인기를 끌기가 어려웠다. 한국의 고유한 문화나 웃음 코드가 문화 장벽을 넘기 힘들었다. 특히 엄청나게 많은 자막은 해외로 진출하기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작진은 가능한 자막을 줄였다고 했다.

다음으로 드라마에 이어 예능에서도 지상파 방송사의 PD의 실력을 증명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예능인 <범인은 바로 너!>, <코리아 넘버원> 등은 큰 반향이 없었다. 그나마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TV 4위에 오른 <솔로지옥>은 KBS, JTBC를 거친 김수아 PD가 CP를 담당했다. 넷플릭스 측은 2021년 10월 18일 MBC의 장호기 PD가 기획안을 메일로 보내면서 <피지컬: 100>이 추진됐다고 밝혔다.

장 PD는 현직 지상파 방송의 PD도 글로벌 시청자에게 사랑받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 앞서 <미생>(이응복), <이태원 클라스>(김성윤), <부부의 세계>(모완일), <스위트홈>(이응복)을 만든 PD들도 규제가 많은 지상파 방송이라는 울타리를 떠나 창의성을 훨씬 더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준다면, 언제든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바 있다. 

지상파 방송이 지상파라는 플랫폼의 벽을 깨고 성공했다는 점도 매우 의미가 크다. 기존에 김태호 PD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먹보와 털보>를 제작하여 공급했었으나 큰 반향은 없었다. 장호기 PD는 기자 간담회에서 “지상파가 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조직원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돌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사람들이 많이 보는 곳에서 콘텐츠를 제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제작하게 됐다”고 했다. 

박성제 MBC 사장도 2021년 창사 60주년 기념사에서 MBC를 “지상파 플랫폼을 소유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라고 선언했고, 지난 1월 24일 페이스북에서도 “MBC는 이제 지상파 TV가 아니다. 지상파 채널을 소유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다. 피지컬:100은 MBC가 글로벌 OTT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나는 본격적인 도전이며 올해 내내 같은 도전들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최대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를 경쟁상대로만 여기지 않고 거대 넷플릭스를 활용하여 로컬 방송사라는 한계를 뛰어넘는 계기를 만들어 낸 점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MBC는 1월 27일 선보인 티빙 오리지널 <만찢남>도 공급했고, 4월에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는 등 이러한 노력을 계속할 예정이다.

넷플릭스 TOP 10 집계에서 2위에 오른 '피지컬: 100' 

<피지컬:100>의 성공이 반갑지 않은 이유

넷플릭스는 단일 가입자 수로 글로벌 OTT 1위이다. 한국에서 오리지널을 제작하여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당분간 한국 오리지널을 확대할 것으로 보이며, 올해에만 34개의 콘텐츠를 공개하고, 그중 예능은 8개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피지컬:100>이나 <만찢남> 등을 보면서 지상파 방송사가 제작사처럼 타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일이 긍정적으로만은 보이지 않았다. 필자가 지상파 방송에 30년 이상 근무하고 있는 관성 때문일 수 있지만, 넷플릭스나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의 공급이 방송사의 본연의 기능이고 새로운 상황에 맞는 전략인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방송사 PD는 자체 플랫폼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주어진 의무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급하여 지상파 콘텐츠 제작능력을 인정받는다는 긍정적인 면은 있을 수 있으나, 지상파 방송의 존재감을 높이기보다 이를 성공시킨 PD의 유출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또한, 방송사 자체 콘텐츠 제작보다 넷플릭스용 콘텐츠 기획에 매달릴 가능성도 있다.

<오징어 게임>처럼 제작사는 큰 이익 없이 경쟁사인 넷플릭스만 키워줄 수도 있다. MBC와 루이웍스미디어가 저작권을 넷플릭스에 넘기면서 통상 이윤인 총 제작비의 10% 정도만 더 받는다면 넷플릭스 이익에 비해 MBC의 재무적 이익은 그렇게 크지 않다.

MBC가 저작권을 넷플릭스에게 넘긴 점은 재고했어야 한다. <오징어 게임>이 대성공을 거뒀음에도 IP를 소유하지 못해 추가 수익이 없는 구조에 문제 제기가 있었다. 반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제작사가 IP를 가지고 성공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을 받았다. 지상파 방송에서 이러한 형태가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피지컬:100>의 특성상 지상파에서 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은 인정한다. 출연자의 신체에 문신이 많아 일일이 지우기 어렵고, 치열한 경쟁 과정에서 뛰어나오는 언어에 자연스럽게 욕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MBC가 IP를 갖는 대안으로 ‘19세 이상 시청가’로 등급을 고지하고, 넷플릭스에게 글로벌 독점 유통권을 부여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MBC가 투자한 OTT인 웨이브를 통해 공개하고, 넷플릭스에는 국내 홀드백을 주면서 공급하고, 해외 독점권을 주는 방법도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해외처럼 스튜디오를 독립시켜야 한다. 공영방송사인 BBC도 BBC스튜디오롤 분사시켰다. 여기에서 BBC 콘텐츠도 만들고, 넷플릭스 오리지널도 제작한다. 국내에서는 스튜디오 드래곤이 그렇고, SBS의 스튜디오S, KBS의 몬스터유니온, JTBC의 SLL 등이 이런 형태를 띠고 있다. SBS는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예능본부도 분사를 추진하고 있다. 결국 국내에서도 모든 방송사가 스튜디오 모델로 전환해야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피지컬:100>의 성공은 K-콘텐츠의 역사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미디어 시장 전체에서 바라보면 양면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 예능의 글로벌 가능성을 보여준 반면, 지상파 방송사의 역할이나 저작권 양도 등에 대한 숙제도 남겨 주었다. 디즈니도 디즈니+의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경쟁사에 영화나 드라마 공급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지상파 방송에서는 글로벌 OTT를 경쟁관계로 설정해 왔었는데, MBC처럼 적극적인 협력관계로 변화해야 할지 깊은 고민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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