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AI 시대, 할리우드 작가들이 파업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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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가 만든 저작물로 학습하는 AI...저작권 보호와 쟁점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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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한정훈 다이렉트미디어랩 대표]  제작자의 의도에 맞는 텍스트와 이미지, 비디오를 만들어주는 생성AI(Generative AI)가 전 세계 산업을 강타하고 있다. 특히, 작가, 스튜디오, PD 등 콘텐츠 창작 산업 종사자들은 더 많은 고민에 빠졌다. AI를 활용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들의 권리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 왔기 때문이다. 생성AI가 기본적으로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결과를 내놓은 만큼, 저작권 침해 논란은 숙명이다. 그러나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 중 하나는 저작권이 있는 자료를 학습하는 AI트레이닝이 언제 어떻게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는지와 그 시기다.

저작물을 참고해 저작물을 만드는 AI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생성 AI모델은 공개 정보를 통해 엄청난 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메이저 언론사에서부터 개인 아티스트까지 창작 집단 사이에서는 트레이닝을 위한 AI의 데이터 사용이 저작권법(Copyright law)상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콘텐츠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작가(WGA)들도 저작권을 보유한 작품을 학습하는 AI트레이닝(AI training)에 대한 많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미국 작가 조합(WGA) 파업의 주요 쟁점 중 하나도 AI다. 작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AI가 수정하거나 AI가 글을 만들어 낼 때 자신들이 쓴 고유 각본을 참조하는데 민감해하고 있다.

대부분 작가들은 다른 창작자들과 마찬가지로 AI트레이닝에서 자신들의 저작권물이 쓰이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입소스가 2023년 1월 미국 작가 1,1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인간의 작품을 AI 생성물로 바꾸는 행위’에 응답자의 35%가 반대했다.

미국 작가들의 AI사용에 대한 우려(버라이어티)
미국 작가들의 AI사용에 대한 우려ⓒvariety

하지만, 문제는 콘텐츠 IP는 대부분 작가가 아닌 제작자나 스튜디오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저작권 침해 인식은 희미하다. 오히려 일부 스튜디오들은 AI를 이용해 각본의 초고를 만들거나 인간 작가가 쓴 대본을 AI를 통해 재수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 물론 여기에는 AI를 이용해 비용을 줄이겠다는 논리가 기저에 깔려있다.

이에 2023년 5월, 미국작가조합(WGA) AI 담당 분과(AI working group)에서 작가들은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생성AI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기술에 맞서는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어떠한 IP 보호 조치가 없다는 것에 매우 놀라워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드라마트론(dramatron)과 같은 글쓰기 AI는 이미 작가나 기존 저작물의 특징을 완벽하게 복제하고 학습하고 있다. 때문에 일부는 AI활용은 불가피하지만, AI 생성물의 저작권, AI 저작권 침해 등은 반드시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미 다른 영역에서는 법적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이 중 게티 이미지(Getty Images)의 이미지 생성AI ‘스테빌리티AI(Stability AI)에 대한 소송'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티스트들의 미드저니(Midjourney)등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 등 2023년 초 제기된 두 개의 소송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이 결과에 따라 AI 학습을 둘러싼 크리에이터 인더스트리의 대응이 어떻게 진화될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소송에서 창작자 집단은 ‘AI를 훈련시키기 위한 저작권 데이터 사용은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명백히 주장했다.

게티 이미지가 저작권 침해를 주장한 스테빌리티AI 생성 이미지
게티 이미지가 저작권 침해를 주장한 스테빌리티AI 생성 이미지

차용 예술과 AI 저작권 침해
AI와 저작권, 창작자 간 갈등은 더 격화될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2023년 5월 18일 미국 대법원(Supreme Court)이 내린 앤디 워홀(Andy Warhol) 판결은 주목할 만한 하다.

이 사건은 1984년 워홀이 패션 잡지 베니티 페어의 의뢰로 가수 프린스의 초상화로 작업한 ‘프린스 시리즈’가 저작권을 침해했느냐 여부가 쟁점이었다. 그러나 워홀은 초상화 밑그림으로 사진작가 린 골드스미스가 1981년 촬영한 프린스 사진을 사용했다. 워홀은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프린스 사진에 다양한 색을 입히며 총 16점을 제작했다. 골드스미스는 2016년 프린스가 사망한 뒤에야 워홀이 자신의 사진을 허락 없이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까지 간 소송에서 법원은 이 작품이 저작권법이 인정하는 ‘공적이용(fair use)’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린 골드스미스는 재정적 손해를 봤다고 그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다수의견(7대 2)에서 “골드스미스의 원작은 다른 사진작가들의 작품처럼 저작권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다. 이런 보호에는 원본을 변형한 파생적인 작품에 대한 보호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판결 후 미국 창작자 단체인 영화협회(Motion Picture Association (MPA))리코딩 단체 협회 (RIAA) 등은 대법원 지지 성명을 냈다.

스타일은 보호받을 수 있는가?
이 판결은 다른 작품을 사용해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이른바 ‘차용(appropriation) 예술’에 대한 주요 가이드라인으로 적용될 수 있다. 다른 작품을 학습해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알고리즘을 가진 생성AI도 참조나 차용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앤디 워홀 판결이 AI 트레이닝을 위해 사용된 저작권 데이터(copyrighted data)를 보호하는 것을 포함, AI로 인한 ‘저작 권리 침해’를 입증하는 명확한 길을 저작권자’에 제시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현재 창작자와 AI솔루션 간 진행 중인 소송의 주요 쟁점은 앤디 워홀과 린드버그의 쟁점과 비슷하다. 게티 이미지는 소송에서 ‘스테빌리티AI(Stability AI)'가 불법적으로 저작권을 가진 사진들을 학습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이렇게 생산된 이미지들이 AI 이미지 유통 플랫폼 스테이블 디퓨즌(Stable Diffusion)에서 거래돼 게티의 비즈니스 모델을 침해하고 있다고 게티 이미지는 언급했다. 다른 이미지들을 차용한 ‘파생 상품’으로 상업적인 이득을 얻고 있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이야기다.

미국작가조합(WGA) 회원들이 5월 2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컬버시티의 아마존 스튜디오 부지 밖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이들은 AI를 활용해 신규 대본을 작성하거나 작가들이 작업한 대본을 AI를 통해 수정하거나 각색해선 안 되고 주장했다. ⓒ뉴시스

게티 이미지의 주장에는 특정 아티스트의 ‘스타일’을 만드는 생성AI가 결국 아티스트와 경쟁 관계에 형성하며 창작자의 생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견해가 깔렸다. AI의 생성물이 원본을 뛰어넘을 정도로 완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 스테빌리티AI(Stability AI), 미드저니(Midjourney), 데비안트ART(DeviantArt) 등 이미지 생성AI에 대한 샌프란시스코 집단 소송에서도 작가들은 AI 출력물이 원본의 파생 작품(derivative)이라고 주장했다. 예술가 이름이 AI 제작 명령(Prompt)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적 이용을 새로운 단계에 올려놓는 AI
모호한 부분도 많다. 특정 작가나 화가의 스타일을 차용한다면 판단은 더 애매하다. 현재 저작권법에서도 ‘스타일(Style)’은 보호받기 어렵다. 그러나 결과물이 오리지널 작품과 경쟁할 정도로 성숙된다면 상황은 다르다. 원본을 넘어선 AI복제본은 창작 시장을 흔들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저작권법이 개입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생성AI와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시각적 유사성의 낮다(de-emphasis on visual similarity)’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법원은 AI가 원작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작품을 만들어 냈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수백만 개의 작품을 참조하고 훈련하는 AI 시스템상, AI와 단일 작품 간 유사성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앤디 워홀에 대한 대법원의 결정은 AI 시대 창작자들의 희망이다. ‘허가되지 않은 복사본이 원본과 실질적으로 유사한지 여부’뿐만 아니라 이 작품이 시장에서 원본과 어떻게 경쟁하고 있는 지도 법적 판단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논리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공정 사용의 의미를 확장하는 것(fair-use emphasis)이다.

물론 워홀에 대한 대법원이 판단이 완벽하게 정립된 개념이 아니다. 그러나 워홀의 사례처럼 유사성에 경쟁 가능성까지 더해진다면 ‘저작권’ 보호 판단은 더 쉬워질 수 있다. 또 AI기술 고도화에 따라 AI툴 제작 회사들이 주장하는 공적 이용(fair use)의 범위에 시장장을 포함해야 한다는 저작권자들의 목소리에 더 많은 주목을 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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