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방송 살아남기, 지역 콘텐츠로 승부수 띄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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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지역방송 누적된 위기...탈출구가 안보인다 ②

전주MBC '전파사수'
전주MBC '전파사수'

[PD저널=엄재희 기자] '지역방송의 위기' 속에서도 지역방송의 존재이유를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역방송이 있다. 오래된 문제인 만큼 단번에 판도를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지역에 밀착된 기사를 생산하고 지역의 이야기를 발굴하며 차별화를 꾀하는 노력은 다각도로 이어지고 있다. 

활로 찾기에 나선 지역 프로그램 
올해 4월 첫 전파를 탄 전주MBC 라디오의 <전파사수>는 ‘지역방송은 지역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주목을 받은 좋은 사례다. ‘전라북도 주파수를 사수하라’는 뜻의 <전파사수>는 하이퍼로컬리즘을 내세우며 전북 지역 소식을 데일리로 전한다. 40여 분의 방송 시간은 14개 시군에 소속된 시민기자단이 전하는 뉴스를 포함해 다양한 지역 이야기로 가득 채워진다.

지역 소식에 오히려 무관심한 지역 청취자들의 귀를 사로잡기 위해 <전파사수>가 찾은 전략은 ‘쉽고 재밌는 뉴스’다. 지역 소식을 쉽고 재밌게 전달하면 그만큼 지역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커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박규현 전주MBC PD는 “뉴스가 딱딱하고 어렵기 때문에 지역뉴스도 보지 않게 되고 결국 지역을 스스로 거부하게 되는 것”이라며 “지역소식이 내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면 지역에 대한 애정이 생기고 지역방송의 필요성도 깨닫게 될 것”이라고 했다.

MBC경남은 지난 5월부터 지역사 중 처음으로 방송, 라디오, 유튜브에 동시 송출하는 뉴스 프로그램 <뉴스파다>를 방송하고 있다. <뉴스파다>는 '양평 고속도로' '서이초 교사 이슈' 등 경남 지역 이슈보다 전국 이슈를 더 자주 다룬다. 이목이 집중된 전국 이슈를 지역민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방식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전우석 MBC경남 PD는 "사회가 초밀착되면서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는 이 시대에 전국 이슈도 결국 지역민과 결부된다"며 "전국적인 사안을 우리 지역은 이렇게 본다고 풀어내는 것이 지역사회를 위한 새로운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어른 김장하> 넷플릭스 진출...새로운 수익모델
올해 1월 MBC경남에 첫 방영된 <어른 김장하>는 지난 10일부터 OTT 서비스 '넷플릭스'에 공개되면서 지역 콘텐츠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역 방송사가 제작한 다큐멘터리가 글로벌 OTT에 제공되는 건 <어른 김장하>가 처음이다. 경남 진주 한약방을 운영하며 지역사회에 봉사해 온 김장하 선생을 조명한 지역 이야기가 다른 플랫폼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나간 것이다. 지역방송사가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도 자리잡고 있다.

경남MBC '어른 김장하'
경남MBC '어른 김장하'

전우석 MBC경남 PD는 "진주라는 작은 지역에서 만든 이야기를 넷플릭스에도 올리고 영화관에도 올리면서 새로운 유통 경로와 수익 구조를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며 "콘텐츠를 공중파 방송 채널로만 송출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지역 기반 '유튜브 콘텐츠' 제작
뉴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도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KBS광주는 올해 초부터 광주 시내 명소를 돌아다니며 시민과 인터뷰하고 퀴즈를 맞추면 현금 5만원을 주는 오리지널 유튜브 콘텐츠 <오만원빵>을 만들고 있다. 지역 정보를 공유하며 대중성과 지역성을 동시에 잡았는 평가를 받는다. 대전세종 지역의 전통시장을 골라 방문하는 KBS대전의 <걸어서 대세남속으로>, 광주가 연고지인 프로야구팀 기아 타이거즈의 역대 선수들이 출연해 대화를 나누는 광주MBC <라떼 타이거즈> 등 지역 특색을 반영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다.

특히, 2019년부터 뉴미디어 추진단을 구성해 다양한 실험을 해온 KBS광주는 젊은 층이 타깃인 유튜브 채널 '901K' 재개설하고 시니어가 타깃인 '치평동 싸우나' 를 운영하며 플랫폼 성격에 맞는 콘텐츠 전략을 세우고 있다.

손광우 KBS광주 PD는 "뉴미디어 맞게 프로그램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또 다른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끝난 게 아니라 파생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데, KBS광주의 <남도 지오그래픽>의 인터뷰 일부를 발췌해 어록처럼 유튜브 쇼츠로 만드는 등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답'은 콘텐츠에 있어
미디어 환경 변화에 지역방송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탓에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도 줄곧 있었다. 정책 차원의 로드맵고 지원 대책도 필요하지만 지역방송 스스로도 변화의 필요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박규현 전주MBC PD는 "전파 송출권을 가진 방송사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콘텐츠를 만드는 '콘텐츠 제작사'로 인식을 바꾸는 것에 해답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복성경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방송인은 결국 존재이유를 프로그램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며 “지역민들이 가려워하는 곳을 긁어주거나 지역의 사회적 제도를 점검하는 등 지역민의 입장에서 기획한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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