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라디오 PD 76명 비상총회 "센터장 사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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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격 신분으로 일방 지시…"편성규약 6개 항목 위반" 주장

KBS PD협회 라디오구역 PD 비상총회 결정문 ⓒPD저널
KBS PD협회 라디오구역 PD 비상총회 결정문 ⓒPD저널

[PD저널=엄재희 기자] KBS라디오 진행자 줄 하차 사태에 대해 KBS라디오 PD들이 신임 라디오 센터장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KBS PD협회 라디오 구역 PD 76명은 15일 비상총회를 열고 "김병진 신임 라디오센터장은 라디오 구성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모멸감을 안겼다"며 "폭압적 프로그램 변경에 대해 해명하고 문서를 통한 공식 사과 후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박민 KBS 사장 취임 후 발령받은 신임 라디오센터장이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와 <최강시사> 진행자 하차를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프로그램을 협의없이 변경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이들은 "김병진 라디오센터장은 발령 일자가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 12일 일요일 저녁, 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담당 피디에게 전화를 걸어 주진우 MC의 하차를 결정했다며, 이를 MC에게 당장 통보하라고 ‘지시’했다"며 "발령문조차 뜨지 않은 시점에서 내정자가 아무런 권한이 없는 ‘무자격’ 신분으로 업무 지시를 했고 편성 변경을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13일 오전에는 <최강시사> 담당 PD에게 당시 진행자인 김기화 기자의 ‘하차 통보’와 새로운 진행자(전종철 기자)와 방송을 제작하라는 ‘지시’가 떨어졌고 그로부터 몇 시간도 안돼 프로그램 제목 변경, 시그널 음악 교체 지시까지 일사불란하게 내려졌다"며 "‘군사 작전’을 하듯 1라디오 대표 프로그램 2편이 삭제되는 과정에서 제작진이 납득할 만한 어떤 명분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했다.

라디오 PD들은 "이는 KBS 방송 편성규약 제 6조 2항 '취재 및 제작 책임자는 방송의 적합성 판단 및 수정과 관련하여 실무자와 성실하게 협의하고 설명해야 한다'를 비롯해 총 6개 항목을 위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최강시사>와 <주진우 라이브> PD들은 제작자가 아닌 ‘로봇’, ‘기계 부품’ 취급을 당했다는 참담함과 청취자들과의 신뢰를 저버린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며 "편성규약을 위반하고 절차를 무시하며, 피디들의 제작 의욕을 땅바닥에 처박아 버린, 폭력적인 방식으로 본인의 무능력을 내보인 라디오센터장은 수장으로서의 자격을 잃었다"고 했다.

라디오 PD들은 △ 김병진 라디오센터장이 문서를 통한 공식 사과 후 사퇴할 것 △ <최강시사>와 <주진우 라이브> 제작진을 '특집' 프로그램 제작에서 분리할 것 △ 편성규약 위반 재발방지를 약속할 것 △ '특집' 프로그램 이후 라디오 개편에 청산짓을 밝힐 것 등 4가지를 요구했다.

하루 앞서 15일에는 KBS 2TV <더 라이브> 제작진들이 결방 사태를 비판하는 입장을 내놓는 등 KBS 내부가 끓고 있다.

<더 라이브> 제작진은 14일 "구멍가게가 하루 문을 닫아도 이유를 적시하고 양해를 구한다"며 "무엇 때문에 이런 감당 불가의 '작전'이 감행된 것인 그 이유를 묻고 후속조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편성 변경을 결정한 책임자를 공개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박민 KBS 사장 취임 후 벌어진 진행자 하차와 프로그램 편성 제외 등에 대해 편성규약 위반 등으로 고발을 검토 중이다. 

ⓒKBS
ⓒKBS

다음은 PD협회 라디오구역 PD 비상총회 요구사항 전문이다.

박민 사장 취임 전날인 11월 12일부터 15일까지 KBS 라디오에는 전무후무한 비상식적 일들이 몰아닥쳤다. 공영방송 50년 역사상 전례가 없는 폭압적 조치였다. 이것이 지난 4일간 벌어진 믿을 수 없는 일들이다.

김병진 라디오센터장은 발령 일자가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 12일 일요일 저녁, 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담당 피디에게 전화를 걸어 주진우 MC의 하차를 결정했다며, 이를 MC에게 당장 통보하라고 ‘지시’했다. 다음날 방송까지 24시간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또 다음 날부터 해당 시간대에 보도국 기자가 진행하는 ‘특집 프로그램’이 생긴다고 ‘통보’했으며, <주진우 라이브> 제작진에게 그 특집 프로그램의 제작을 맡으라고 ‘지시’했다. 담당 피디에게 업무 불이행 시 사규에 따라 처리될 수 있다는 협박성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기 시작 전, 발령문조차 뜨지 않은 시점에서 김병진 당시 센터장 내정자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 ‘무자격’ 신분으로 업무 지시를 했고 편성 변경을 시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13일 월요일 오전에는 <최강시사> 담당 피디에게 당시 진행자인 김기화 기자의 ‘하차 통보’와 새로운 진행자(전종철 기자)와 방송을 제작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그로부터 몇 시간도 안돼 프로그램 제목 변경, 시그널 음악 교체 지시까지 일사분란하게 내려졌다. ‘군사 작전’을 하듯 1라디오 대표 프로그램 2편이 삭제되는 과정에서 제작진이 납득할 만한 어떤 명분도 제시되지 않았다. 라디오 간부들은 그저 ‘어쩔 수 없다’ ‘이미 정해졌다’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이 모든 과정의 책임자인 김병진 라디오센터장은 앞서 지적한 대로 권한 없는 무자격 신분으로 업무 지시를 했을 뿐 아니라, 모든 절차를 무시한 채 프로그램을 바꿈으로서 KBS 방송 편성규약을 명백히 위반했다. 편성규약 위반 항목은 제 6조 2항 “취재 및 제작 책임자는 방송의 적합성 판단 및 수정과 관련하여 실무자와 성실하게 협의하고 설명해야 한다”를 비롯해 총 6개 항목이다. (제6조 4항, 제7조 2항, 제7조 3항, 제7조 4항, 제7조 6항)

무엇보다 김병진 라디오센터장은 라디오 구성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모멸감을 안겼다. <최강시사>와 <주진우 라이브> 피디들은 제작자가 아닌 ‘로봇’, ‘기계 부품’ 취급을 당했다는 참담함과 청취자들과의 신뢰를 저버린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입사 1년 차 피디부터 경력 15년의 메인 피디까지 좋은 프로그램을 열심히 만들겠다는 의욕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김병진 센터장이 임기 시작과 동시에 보여주는 능력인가? 신임 사장은 이런 능력을 보여주는 간부를 바라는가?

편성규약을 위반하고 절차를 무시하며, 피디들의 제작 의욕을 땅바닥에 쳐박아 버린, 폭력적인 방식으로 본인의 무능력을 내보인 라디오센터장을 누가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동료와 후배들에 대한 일말의 예의와 상식조차 포기한 김병진 센터장은 이미 라디오 조직 수장으로서의 자격을 잃었다.

이에 PD협회 라디오 구역 피디들은 11월 15일 비상총회를 열어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김병진 라디오센터장은 라디오 구성원들에게 편성규약 위반과 절차를 무시한 폭압적 프로그램 변경에 대해 해명하고 문서를 통한 공식 사과 후 책임지고 사퇴하라.

2. 모멸감과 트라우마 속에 제작을 이어가고 있는 <최강시사>와 <주진우 라이브> 제작진을 당장 ‘특집’ 프로그램 제작에서 분리하라.

3. 제작 피디들과 상의 없이 프로그램 편성을 변경하고 편성규약을 위반하는 사태가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약속하라.

4. 정체를 알 수 없는 ‘특집’ 프로그램 이후 라디오 개편에 대한 청사진을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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