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성찰 없는 '제2 이동관' 반복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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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 방통위원장 검사 출신 거론에 또다시 우려 확산…‘5인 체제’ 정상화 시급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정책실장 및 수석비서관 임명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정책실장 및 수석비서관 임명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시스

[PD저널=김창룡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후임으로 검사 출신인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누가 위원장으로 올지는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의 의중에 달렸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식의 국정 혼란과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대안 인사를 내는 것이다. 잘못에 대한 반성이 없으면 문제는 반복된다. 성찰 없이 ‘제2의 이동관’이 임명되면 미래는 더욱 암울해진다. 

윤 대통령은 무엇을 잘못했나. 어떤 지점을 다시 살피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다섯 가지로 나눠서 살펴본다.

첫째, 헌법과 법률 정신을 무시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가장 존중돼야 하기 때문에 독임제로 하지않고 법적으로 위원회로 만들었다. 국회와 대통령 추천 5인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를 대통령 몫의 상임위원 2인 체제로 운영했다. 사실상 독임제로 운영하며 일방적 행정, 독단, 독재체재로 위법, 불법 가리지 않고 의결권을 행사하며 사회적 혼란과 정치권 분란을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합의제 기구를 독임제 기구로 전락시킨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의 문제가 지적돼야 개선을 논할 수 있다.

둘째, 처음부터 자격 논란을 빚은 사람을 방통위 위원장에 임명했다. 이동관 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홍보수석을 지내며 언론 통제에 앞장섰던 인물로 꼽힌다. 이러한 전력이 알려지면서 언론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일제히 이 전 위원장 임명에 반대했다. 임명된 뒤에도 본색을 감추지않고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가짜뉴스 단속’ 등 기준도 모호하며 국민적 합의,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사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부적격 인사라는 예측은 어긋나지 않았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셋째, 언론 자유라는 시대적 소명에 역행하는 방송정책을 강행했다. 이 전 위원장은 임명 이후 논란 속에서도 일관되게 언론장악을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공영방송 이사진을 해임하고, 친정부 인사를 임명했다. 또한, 독립민간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가짜뉴스 전담부서를 만들도록 사실상 지시한 정황도 나왔다.  

언론연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가짜뉴스심의센터라는 위법한 기구를 설치해 법적 근거도 없는 일들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보도를 심의하는 등 언론 통제에 앞장서고 있다. 그 중심에 이동관 위원장이 있다”고 했다. 방심위는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행정적 제재는 물론 과도한 과징금 부과 등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의 방송장악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데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가 공조직의 사유화, 개인화는 국가 위상을 추락시켰다.

넷째, 윤 대통령의 인사권 잘못에 대한 책임도 사과도 없었다. 백일도 못 채우고 탄핵 직전에 사퇴하는 인사 실패가 있었는데, 그 책임자는 사과가 없다. 윤 대통령은 이 전 위원장의 방송장악 행위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사퇴를 하며 “방송 정상화의 기차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여전히 방송장악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인사권은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하지만 멋대로 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만큼 인사권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행사되어야 하며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29일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이동관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PD저널
29일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이동관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PD저널

다섯째, 윤정부는 인사참사의 반복에도 개선은커녕 여전히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언론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이 전 위원장과 같은 인물이 지명될 경우, 언론 자유 침해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방송 장악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언론의 자유와 독립이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임을 인식하고, 언론장악 시도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정부는 당장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방송을 급선무로 인식, 국가의 공조직이 멍들든 사유화 논란을 빚든 영향력을 행사할 듯 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쪽 일만 하는 것이 아니다. 통신분야는 국가주요기간시설 관리업무와 직결됐으며 국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통신비, 광고 사업 등 수많은 일을 관할하고 있어 정상 가동이 시급하다. 

한시라도 빨리 원래의 5인 체제로 정상화 시켜야 한다. 위원회 설립 당시 법의 취지대로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 언론자유의 가치를 훼손하는 측근 인사를 임명해서는 안 된다. 국가 주요 행정기구를 이렇게 무시, 추락시키는 행정수반은 훗날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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