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방송사·OTT 협업, 흥행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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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100' 등 지상파 제작진이 만드는 OTT 오리저널 화제몰이
중심축 자리잡은 OTT 오리지널 TV에 연계 편성도

웨이브 오리지널 '국가수사본부' 포스터.
웨이브 오리지널 '국가수사본부' 포스터.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방송사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경계를 허문 협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방송사 소속 PD와 OTT 간 협업이 눈에 띄는가 하면, OTT에서 방영된 오리지널 콘텐츠가 방송사에 연계 편성되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

그간 방송사 PD가 종합편성채널이나 케이블 채널, OTT 플랫폼으로 이적했다는 소식이 뉴스거리였지만, 이제 방송사 PD의 선을 넘나드는 협업이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다. 무게추가 방송사에서 OTT 중심으로 옮겨간 현실을 보여준다. 방송사들이 ‘자사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로 변신하려는 의지로 읽히지만, 자칫 콘텐츠 ‘납품’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화제성을 거머쥔 협업은 MBC PD가 연출한 넷플릭스 <피지컬: 100>이다. 넷플릭스 100% 제작 투자한 오리지널 콘텐츠이지만, 기획‧연출은 MBC 시사교양국 소속 장호기 PD가 맡았다. <피지컬: 100>은 최고의 몸을 자부하는 남녀 출연자 100명이 등장해 상금 3억 원을 걸고 승부를 겨루는 예능이다. ‘넷플릭스 톱10’에 따르면 2월 둘째 주(6~12일) 비영어 TV쇼 부문 1위에 등극했다. 미국·멕시코‧이집트 등 전 세계 78개국 넷플릭스 톱10 순위에 드는 기록도 세웠다. 방송사 소속 PD와 글로벌 OTT의 합작으로 흥행 열풍을 일구고 있다. 

티빙이 올해 상반기 공개 예정인 오리지널 예능 <브로마블>은 SBS가 기획‧제작한다. 이승기·유연석·이동휘 등이 두바이에서 ‘현실판 부루마블’ 게임을 통해 여행을 즐기는 버라이어티 예능이다. SBS 예능국 민의식 CP와 이홍희 PD가 제작진으로 참여한다. 웨이브도 방송사 PD의 실험 무대가 되고 있다.

웨이브는 내달 3일 SBS<그것이 알고 싶다>를 연출한 배정훈 SBS PD가 연출을 맡은 탐사 다큐멘터리<국가수사본부>를 선보인다. 범죄 수사의 최초 신고 접수부터 용의자 검거까지, 일선에서 뛰는 현장의 기록을 담았다. 이밖에 지난 2021년 시즌1을 MBC에서 선보였던 <피의 게임> 시즌2를 올 상반기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로 공개한다. MBC 예능 스튜디오 ‘M드로메다’의 황재석 PD가 제작한 예능 <만찢남>은 티빙에서 지난달부터 순차 공개되고 있다. 

티빙 오리지널 '만찢남' 6회 예고 영상 갈무리.
티빙 오리지널 '만찢남' 6회 예고 영상 갈무리.

OTT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방송사 채널에 편성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MBC는 지난 7일부터 권상우 주연의 웨이브 드라마 <위기의 X>를 방영하고 있다. 지난해 웨이브 화제작인 <약한 영웅 Class1>은 채널S에서 지난 17일부터 압축 버전으로 방송되고 있다. 채널A는 한석규‧김서형 주연의 왓챠 드라마<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지난 7일부터 편성했다. 

콘텐츠 협업의 배경은 방송사와 OTT의 경계, 콘텐츠 제작과 편성의 공고했던 벽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지상파 방송사의 위상은 떨어졌고, ‘플랫폼 각축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콘텐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다. 출범 초기만 해도 OTT는 방송사 콘텐츠를 다시 보는 주문형비디오(VOD) 중심으로 서비스했지만, 오리지널 콘텐츠를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채널 편성까지 꿰차는 기회를 누리고 있다. 방송사는 OTT를 통해 검증된 콘텐츠를 편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OTT는 방송사의 채널을 통해 작품의 화제성을 다시 점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있다. 방송사 PD들이 자사를 넘어 타사 오리지널 콘텐츠를 연출하는 방식은 획기적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로 변신을 꾀하는 방송사의 ‘자체 제작 콘텐츠’는 누가,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 것인지, 과연 자사와 타사 사이 콘텐츠 제작의 균형을 찾을 수 있을지에 관한 의문이 남는다. 방송사와 OTT의 연계 편성도 보수적인 편성의 틀을 깼다고 평할 수 있지만, OTT 콘텐츠인 만큼 노출된 결말과 방송 심의 기준에 따라 재편집하는 부담을 진 방식이 자칫 ‘편성 때우기’처럼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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