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입력 2023.03.23 16:42
  • 수정 2023.03.28 16:55

'국가수사본부' 배정훈 PD “표현 자유로운 OTT, 제작자 기준 있어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정훈 SBS PD가 연출한 '국가수사본부' 웨이브 유료가입 견인·시청률 1위
"제작 가이드라인 성급히 만들 필요 없더라도 논란될 수 있는 케이스 축적해야"

배정훈 SBS PD가 22일 서울 여의도 포스트타워 3층에서 웨이브 오리지널 다큐 '국가수사본부'와 관련해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웨이브
배정훈 SBS PD가 22일 서울 여의도 포스트타워 3층에서 웨이브 오리지널 다큐 '국가수사본부'와 관련해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웨이브

[PD저널=임경호 기자] (두 팔을 들어올리며) “끝났다!”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와 <궁금한 이야기 Y> 등을 연출했던 배정훈 SBS PD가 쉬어가는 목소리로 웃으며 외쳤다. 웨이브 <국가수사본부>로 인터뷰를 마친 22일 오후 6시였다. 오전 9시부터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지친 기색이 묻어났다. “이 모두가 프로그램의 인기 덕분”이라고 취재진은 입을 모았다.

<국가수사본부>는 SBS 소속인 배정훈 PD의 첫 OTT 연출작이다. 사건 발생부터 검거까지, 세상에 단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100% 리얼 수사 다큐멘터리를 표방한 이 콘텐츠는 대한민국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24시간을 담았다. 지난 3일 공개 이후 웨이브 신규 유료가입 효과를 견인하며 ‘시청시간 1위’라는 발자취를 남겼다.

콘텐츠에 대한 인기는 인터뷰에서도 드러났다. 50분 인터뷰 후 10분씩 휴식하는 방식으로 인터뷰가 진행됐지만 취재진의 관심은 쉬는 시간까지 이어졌다. 이 때문에 다음 인터뷰가 지연되거나 휴식 시간에 언급했던 이야기가 실시간으로 기사화하기도 했다.

‘오늘만 사는 PD’라는 별명을 가진 배 PD는 <국가수사본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내 생기를 되찾았다. 지상파 PD들이 OTT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사례가 하나둘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새롭고 낯선 경험이다.

배정훈 PD는 “<그알>은 PD가 앵글 안에서 의문을 가지고 탐문하는 프로였다면, <국수본>은 시점이 바뀌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3인칭관찰자 시점으로 거리두기를 유지한다. 사건의 중심이나 변두리에서 거리감을 바꿔가며 사안을 조망하는 것이 <그알>이었다면, <국수본>은 적절한 거리에서 관찰자 입장을 견지했다”고 차이점을 소개했다. 이를 위해 6~7명으로 구성된 7개 팀이 길게는 6개월 간 경찰서 인근에 상주하며 촬영을 이어갔다.

배 PD는 ‘막내 형사가 돼 수사현장을 따라다니는 느낌을 받았다’는 시청 소감을 보고 의도가 제대로 전달된 것 같아 무릎을 쳤다고 한다. 

웨이브 오리지널 다큐 '국가수사본부'를 연출한 배정훈 SBS PD가 웨이브 조형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수본'은 배정훈 PD의 첫 OTT 연출작이다. ⓒ웨이브
웨이브 오리지널 다큐 '국가수사본부'를 연출한 배정훈 SBS PD가 웨이브 조형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수본'은 배정훈 PD의 첫 OTT 연출작이다. ⓒ웨이브

방송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규제와 여유로운 촬영 환경 속에서 새로운 실험도 가능했다. 영화 제작에 사용되는 카메라를 촬영에 투입해 다큐멘터리를 4K 화질로 풀어냈다. 휴대전화와 드론도 촬영에 동원했다. 이런 시도들이 ‘날 것 그대로의 기록’에 영상미를 입혔다. 살인, 마약, 보이스피싱 등 강력범죄를 조명하는 웨이브식 무대는 이렇게 탄생했다.

범죄현장을 보여주는 방식을 두고 언론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예컨대 ‘부산 양정동 모녀 살인사건’을 다룬 1~2화의 경우 살해 현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비판이 일었다. 피의자에 대한 재판(1심)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죄 추정 원칙’을 어겼다는 보도도 나왔다.

배정훈 PD는 “재판 중인 사람을 영상에 사용하면 어떻게 하냐는 문제 제기인데 지적한 1~2화에 등장하는 피의자의 음성은 실제이지만 일부 장면은 대역을 사용했다”며 “구속된 피고인의 반론권 보장을 위해 당사자의 진술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촬영 범위와 표현의 수위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다큐멘터리를 보면 법정에서 카메라가 피고를 촬영하는 장면이 나온다”며 “우리나라는 재판장 재량권에 촬영 여부가 달려있어 한 번도 촬영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부연했다. 또 “이 부분에 대한 강력한 사회적 합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다큐 제작자들에게 상당히 중요한 논의 주제”라며 “가치 있는 비판들을 계기로 우리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OTT의 자유로운 제작 환경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배정훈 PD는 <국가수사본부>의 선정성이나 자극적 요소 등에 대해 “제작진의 많은 고민이 있었다”며 법적 검토와 회차별 담당PD, 작가들과 지속적인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혈흔이 나오는 장면에선 색 보정을 통해 붉은 색을 빼고, 증거사진의 의미를 사건의 맥락 속에서 발견되도록 연출한 것은 고민의 흔적이다.

웨이브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국가수사본부' 포스터. ⓒ웨이브
웨이브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국가수사본부' 포스터. ⓒ웨이브

배정훈 PD는 “때로는 보수적으로, 때로는 적극적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점은 장점이지만 독이 될 수 있다는 위험성도 동시에 경험했다“며 “모든 상황을 커버할 수 있는 선명한 가이드라인을 성급히 만들 필요는 없더라도 논란이 될 수 있는 케이스들을 잘 축적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취재와 촬영 과정에서 쌓은 경험이 축적돼서 논의의 밑천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 뚜렷한 기준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많은 기대와 우려 속에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웨이브 <국가수사본부>은 오는 24일 8~9화가 공개될 예정이다. 각 지역에서 범죄와 싸우며 묵묵히 고군분투하는 경찰들의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13부작으로 제작됐다. 배정훈 PD는 “경찰들의 극한직업과 같은 모습을 여과없이 담아내기 위해 10회차로 계획된 작품을 웨이브 측에 부탁해 13회차까지 늘렸다“며 “당연하고 마땅한 일이라 여기던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해 행하는 노력들의 실체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관심을 당부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