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시장, 잇속 따라 혼돈의 이합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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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식의 OTT 세상 22] 넷플릭스에 콘텐츠 공급 끊었던 기업들, 막대한 적자에 전략적 제휴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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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유건식 언론학 박사(KBS 제작기획2부)] 미디어 기업들은 다시 OTT와의 공존을 택한 것일까. 넷플릭스가 급성장하자 콘텐츠 공급을 끊었던 미디어 기업들이 다시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디즈니가 경쟁사에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하였고, 국내에서는 MBC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피지컬: 100>,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을 직접 제작했다. OTT 콘텐츠 시장이 각 사업자의 이익에 따라 다시 요동치고 있는 모양새다. 

넷플릭스는 1997년 기존 스튜디오에서 만든 영화나 TV쇼의 DVD를 구매하여 이용자에게 우편으로 대여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초기에 넷플릭스는 디즈니, NBC 유니버설 등 헐리우드 스튜디오의 유통을 담당하는 곳과 계약을 맺고 콘텐츠를 수급했다. 

에픽스(Epix)는 파라마운트와 MGM, 라이온스게이트의 3,000편이 넘는 영화와 프리미엄 TV 시리즈의 VOD 유통권을 가진 회사로 2010년 9월 <아이언맨>, <인디아나 존스>, <트랜스포머>, <스타 트랙>, <헝거 게임> 등을 넷플릭스에 5년간 독점 공급하는 곳으로 계약했다. 이 계약은 2012년 아마존과 비독점 계약을 하기 위해 파기됐다. 

스타즈(Starz)는 컬럼비아 픽쳐스와 소니 픽쳐스, 디즈니의 영화 스트리밍 유통권을 보유한 회사로, 2008년 넷플릭스에 4년간 2500편의 영화와 TV쇼를 공급하여 넷플릭스의 초기 성장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후 넷플릭스가 스타즈 채널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과 넷플릭스 가입자가 2008년 940만 명에서 2300만 명으로 증가하면서 2012년 계약을 종료하고 자체 스타즈 플레이를 만들었다. 스타즈와의 결별은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 도입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자체 오리지널 <릴리해머>를 선보인 건 2012년이다. 

여기에 디즈니+, HBO 맥스, 피콕 등 다양한 OTT가 문을 열면서 각 미디어 기업들은 넷플릭스에 대한 콘텐츠 공급 계약을 멈췄다. 운영하는 OTT에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면 가입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디즈니의 <어벤저스> 등 마블 시리즈, <스타워즈>, <그레이 아나토미> 등, 워너미디어는 <매트릭스>, <슈퍼맨>, <배트맨>, <반지의 제왕>, <프렌즈> 등, NBC 유니버설은 <더 오피스>,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 등이 해당한다.

최근 미국에서 광고요금제를 출시한 디즈니 플러스.
디즈니 플러스.

한동안 자체 OTT 플랫폼의 성장을 위해 콘텐츠 공급을 중단했던 미디어 기업들의 콘텐츠 전략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는 수직 계열에 한정해 콘텐츠를 유통하는 전략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HBO 맥스의 일부 콘텐츠를 로쿠나 폭스의 FAST 채널 투비(Tubi)에 재판매하였고, 라이온스게이트는 스튜디오 사업과 스타즈 스트리밍 서비스를 분리하고 있다.

디즈니는 올해 2월 초 디즈니+의 손실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타사에 판매하는 것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다시 CEO로 복귀한 밥 아이거는 콘텐츠를 제3자에게 라이센싱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워너 브라더스와 파트너십을 확대하여 HBO의 <석세션>, <왕좌의 게임>, <워치맨> 등을 서비스할 예정이다. 파라마운트+는 출범 초기부터 경쟁 OTT에 공급했다. <사우스 파크>를 HBO 맥스에 유통하고, <옐로스톤>은 피콕에 판매하였다.

2016년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진출했을 때 대부분의 영상 콘텐츠 저작권을 갖고 있는 국내 방송사들은 콘텐츠를 공급하지 않았다. 넷플릭스가 초기에 가입자 증가가 더딘 이유도 콘텐츠 확보를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2019년 CJ ENM과 스튜디오 드래곤이 2020년부터 3년간 21편을 공급하기로 하고, 며칠 뒤 JTBC도 유사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넷플릭스가 성장가도에 올랐다. 지상파 3사도 2019년 9월 웨이브를 출범하면서 방송사별로 연간 1~2편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MBC가 예능 <피지컬:100>과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해 주목을 받았다. SBS는 <국가수사본부>를 웨이브에 오리지널로 공급했다. LG 유플러스는 8부작 스포츠 다큐멘터리 <아워게임: LG트윈스>를 티빙을 통해 이달 30일 공개하기로 했다. 

미디어 기업들의 콘텐츠 유통 전략이 달라진 이유는 적자의 영향이 크다. 넷플릭스는 2022년 52.6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봤지만, 디즈니+는 영업적자가 36.7억 달러이고, HBO 맥스 디스커버리는 16억 달러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티빙이 지난해 영업 손실이 2021년 762억 원에서 지난해 1190억 원으로 급증했고, 웨이브도 2021년 558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티빙보다 더 큰 규모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피지컬: 100'
MBC가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피지컬: 100'

국내 미디어 기업은 OTT를 통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자 글로벌 OTT 문을 두드려왔다. 현재로서는 MBC가 가장 적극적인 편이지만 다른 방송사들도 글로벌 OTT에 눈길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사가 전적으로 콘텐츠를 유통하는 관행에 한계가 닥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제작비가 급증하면서 제작사가 지상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방송사는 저작권이 있어야 이후 사업을 확장할 수 있으나, 제작사의 요구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요구사항을 들어 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과거에 오리지널 콘텐츠를 자사 채널 가입자 이탈을 막는 데 이용해온 지상파 방송사들도 다양한 플랫폼에 판매해 매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OTT 시장을 둘러싼 미디어 시장의 유통 전략이 카오스 상태에 진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 1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미디어 기업의 입장에서는 점차 효율적으로 콘텐츠를 확보하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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