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세월호 충돌설 등 보도에 사실관계 적시”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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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민실위 4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관련 보도 평가와 권고’ 보고서 발간
“참사 진상규명 완성됐지만 '부족한 보도' 사회적인 공인 저해"
"검증 미비·취재원 맹신·정정 부족" 지적 …출입처 취재 관행 따른 연속성 부족 한계도

한국PD연합회와 언론노조 등의 주최로 2015년 열린 ‘세월호 참사 1년, 기레기는 사라졌나' 토론회에서 정혜숙씨(고 박성호 학생 어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와 언론노조 등의 주최로 2015년 열린 ‘세월호 참사 1년, 기레기는 사라졌나' 토론회에서 정혜숙씨(고 박성호 학생 어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언론노조

[PD저널=임경호 기자]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언론의 부족한 취재와 보도 책임을 묻는 보고서가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이하 민실위)는 4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관련 보도 평가와 권고’ 보고서를 내고 “9년 전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저널리즘의 참사이기도 했다”며 “참사 초기 ‘기레기’ 호명의 핵심 이유 중 하나였던 ‘검증 없는 받아쓰기식 보도’가 9년 동안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 팽목항 인근 바다에서 인천과 제주를 오가는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해 304명의 희생자(299명 사망, 5명 실종)가 발생한 사건이다. 사건 당일 ‘승객 전원이 구조됐다’는 미확인 정보를 대다수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면서 우리 사회에 큰 상처를 남겼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 정부는 9년 동안 검경합동수사본부와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등 9개 국가기관을 동원해 조사를 벌여왔는데 세월호 유가족들은 올해도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반면 세월호 참사를 오랫동안 조사하고 연구해온 전문가들은 여러 수사와 조사를 통해 진상규명 핵심 과제인 세월호 침몰 원인과 구조 실패 이유 등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됐고, 세간의 각종 의혹들도 대다수 해소됐다고 보고 있다.

<뉴스타파> 김성수 기자가 집필한 보고서는 “참사의 진상규명이 내용적으로는 완성되었지만 사회적인 공인을 획득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현 상황을 규정한 뒤 “이 같은 괴리를 야기한 중심에 지난 9년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과정에 대한 우리 언론의 ‘부족한 취재와 보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세월호와 관련된 3개 의혹을 사실관계 정리, ‘부족한 보도’ 사례 제시, 권고 순으로 분석했다. 주제는 △세월호 외력 침몰 의혹 △세월호 AIS 항적 조작 의혹 △세월호 CCTV 관련 증거 조작‧은폐 의혹이다.

목포MBC의 2018년 8월 1일자 보도 <세월호 내부 변형 최초 확인..외력의 흔적?>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에 속한 권영빈 상임위원의 개인적 입장(외력설)을 교차검증 없이 대대적으로 보도해 근거가 부실한 세월호 외력 침몰 의혹을 확산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와 함께 KBS의 2021년 11월 1일자 보도 <50도 꺾인 스태빌라이저…“운항 중 충격 가능성”>, <‘끼익’ 소리 뒤 4배 커진 음압…“뭔가 힘이 걸렸다”> 등이 외력 침몰 의혹 관련 ‘부족한 보도’로 거론됐다.

2020년 12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사고 당일 세월호 AIS 항적 관련 의혹’ 발표를 검증 없이 전달한 보도 관행도 아쉬움을 남겼다. 

그에 앞서 2015년 1월 15일 보도된 한겨레 <세월호, 병풍도에 바짝 붙어 운항한 이유는?> 기사는 다큐멘터리 감독 김지영씨와 방송인 김어준씨가 제기한 ‘세월호 AIS 항적 조작 의혹에 사실상 합리성을 부여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MBC <출발 비디오여행> 1224회(2018.4.15.)는 세월호 AIS 항적 조작과 고의 침몰설을 주장한 영화 <그날, 바다>를 “그날의 진실에 다가서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밖에도 MBC <스트레이트> '세월호 참사 5년, CCTV마저 감췄나?'(2019.4.15), KBS <[단독] 세월호 DVR 수색영상 입수…“사라진 20분, 수색영상도 조작됐다”>(2019.4.16) 등이 사참위의 세월호 선내 CCTV ‘바꿔치기 의혹’을 검증 없이 보도해 잘못된 정보 확산에 일조했다고 봤다.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만 내 세월호 거치 장소에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뉴시스
세월호 참사 9주기였던 지난 4월 16일 오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만 내 세월호 거치 장소에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뉴시스

보고서는 조사기관의 발표를 거의 모든 매체가 받아쓰는 관행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잘못된 정보에 대한 정정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민실위는 "‘부족한 보도’들이 객관적으로 확립된 사실들의 사회적 공인을 더 이상 저해하지 않도록, 각 본부·지부는 뉴스 편집국 및 보도국과 협의해 기사나 콘텐츠에 올바른 사실관계를 적시한 편집자 주를 삽입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면서 “지난 9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과정 동안 우리 언론이 남발한 수많은 ‘부족했던 보도’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며 국가조사기구 발표에 대한 검증 미비, 기구 내부 취재원에 대한 맹신, 오류에 대한 정정노력 부족 등을 꼽았다.

보고서는 이런 패턴의 원인이 취재기자가 유가족의 관점과 입장을 자연스럽게 내면화하면서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상대하는 기관이 세월호 유가족들로부터 의심과 불신의 대상인지, 지지와 기대의 대상인지에 따라 기자들도 유사한 취재와 보도 패턴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이어 “실제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담당했던 국가기관 9곳 가운데 검경 합수부, 감사원, 해양심판원, 검찰 특별수사단 등 기존 상설 기관의 수사와 조사 결과에 대해 대다수 언론은 의심하거나 부정적인 뉘앙스의 보도를 내놓는 데 반해 특조위와 선조위, 사참위 등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의 요구로 통과된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국가조사기구의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심이나 검증 없이 사실일 것으로 받아들여 보도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했다.

대다수 언론이 갖추고 있는 ‘출입처 중심 취재 시스템’의 한계도 조명했다.

보고서는 “각 출입처에 소속된 담당 기자들은 조사나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수시로 교체되어 연속 취재를 이어가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오히려 기자의 정보력과 이해도가 진상규명 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 유가족이나 시민단체들보다 부족할 수밖에 없고, 자연히 유가족과 시민단체의 관점과 입장에 휘둘리는 취재로 이어지기 쉽다”고 했다.

또 “보고서가 지적한 요소들 외에도 각 매체 단위에서 성찰적 회고를 통해 무엇을 바꿔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불가피하게 반복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재난과 참사 현장을 언론은 또다시 지킬 것이고 그 진상규명을 위한 긴 과정들도 반드시 취재해야만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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