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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23 16:44
  • 수정 2023.05.25 16:20

세월호 보도 권고 보고서 쓴 김성수 기자 "아픈 지적한 취지 봐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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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월호 진상규명 보도 평가와 권고’ 보고서 집필한 김성수 '뉴스타파' 기자
"민실위 소속 매체 내부성찰 기회로 기획…영향력 크고 역량 있는 매체 지적"
"내부 브리핑으로 수용성 가늠…발전적 수용방안 고민해줬으면"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관련 보도 평가와 권고’ 보고서를 집필한 '뉴스타파' 김성수 기자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PD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PD저널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관련 보도 평가와 권고’ 보고서를 집필한 '뉴스타파' 김성수 기자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PD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PD저널

[PD저널=임경호 기자] “그렇게 아픈 지적을 동료 저널리스트로서 왜 그렇게 해야 했는지, 언론노조 민실위는 소속 지부들에게 왜 아픈 지적을 하게 됐는지 취지를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아 지난 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이하 언론노조 민실위)가 공개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관련 보도 평가와 권고’ 보고서는 논쟁적인 평가 방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보고서를 집필한 김성수 <뉴스타파> 기자는 “참사의 진상규명이 내용적으로는 완성되었지만 사회적인 공인을 획득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현 상황을 규정한 뒤 언론의 ‘부족한 취재와 보도’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KBS MBC <한겨레> 등 ‘부족한 보도’를 보고서에 직접적으로 나열했다. 

지목 당한 기자들은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도 지나치게 사후적이고 결과론적 평가라고 언론을 통해 반박했다. 일부 기자는 지적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고, 업계에서는 ‘아픈 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성수 기자는 2014년 <뉴스타파>에 합류한 뒤 꾸준히 세월호 참사 보도를 이어오고 있다. 세월호 1주기 특집 다큐로 2016년 제28회 한국PD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검증해 2019년부터 3년간 한국팩트체크대상 우수상을 받았다. 국내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가장 끈질기게 취재한 기자 중 1인으로 꼽힌다. 

그는 “민실위 보고서가 기성 보도에 대한 비판점들을 짚고 있는데 기존에 다뤄오던 매체들은 언론노조에 소속되지 않은, 우리의 담장 밖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민실위 활동을 하는 언론노조 소속 매체들끼리 자기 성찰하는 보고서를 내보자는 게 처음에 했던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기자가 보고서를 집필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지난해 6월이다. 사회적참사특별사위원회(이하 사참위)가 3년 6개월에 걸친 조사를 끝마친 시기다. 

김 기자는 “사실상 세월호 참사에 대한 마지막 국가기관의 조사였기 때문에 많은 이슈들이 정리되는 게 맞는 수순이라고 봤지만 여전히 모든 게 의혹이라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었다”며 “그때부터 고민하다가 잘못된 보도들이라도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고 말했다.

김 기자가 민실위에 보고서 집필을 제안한 것은 8월 말의 일이다. 김 기자는 “오래 취재한 탐사성 보도이기에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봤고, 더 정확히 취재해서 대중에게 임팩트를 주려고 했으니 그에 따른 잘못된 영향도 인정해야 한다”며 수많은 기사 중에서 취재한 근거를 바탕으로 쓴 기사들을 성찰 대상으로 삼았다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관련 보도 평가와 권고’ 보고서를 집필한 '뉴스타파' 김성수 기자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PD저널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관련 보도 평가와 권고’ 보고서를 집필한 '뉴스타파' 김성수 기자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PD저널

하지만 취지와 별개로 ‘부족한’ 기사들을 하나씩 나열하며 성찰을 요구하는 방식이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민실위와 김 기자는 이 같은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언론노조 이은용 민실위원장은 “파장이 있을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수정 또는 삭제되지 않고 남아있는 잘못된 보도 때문에 사실관계가 다른 보도가 확대 재생산 되거나 음모론을 부추기는 데 쓰이면서 우리 사회가 치러야할 사회적 비용이 커지는 점을 헤아렸을 때 예상되는 파장을 적시해서 정확히 짚어야 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보고서는 김 기자의 사전 브리핑과 KBS, MBC, SBS, YTN 등 각사 민실위 위원들의 회람을 거쳐 공개됐다. 이 과정에 일부 민실위원들은 ‘이 정도 권고는 가능하겠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보고서가 공개된 뒤 비판 수위를 두고 내부에서도 말이 나온다고.

김 기자는 “모든 기자들을 만나 브리핑을 할 순 없었기 때문에 민실위 위원들에게 브리핑할 때도 보도들을 하나하나 얘기했었다”며 “민실위 위원들과 면대면 접촉도 없이 질러버렸다면 너무하단 비판을 들을 수 있겠지만 절차를 밟아 그 단계에서 수용성 있는 수준의 형식 등을 갖춰서 이렇게 나온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민실위와 김성수 기자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의도한 바는 무엇일까. 김 기자는 “목표가 권고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부족한 보도’에 편집자 주를 달아 사실관계가 다르게 밝혀진 내용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후속 조치를 취하자고 제안했다.

김 기자는 “허위로 밝혀진 부분을 적시해서 잘못된 콘셉트나 방법론으로 접근하는 걸 방지하고, 이에 따라 사실관계를 하나씩 정리해서 참사의 진상을 제대로 볼 수 있게 해야하는데 언론들이 의혹을 그대로 받아쓰면서 세월호 참사가 시간이 갈수록 밝혀야 할 게 많다는 대중적 인식이 퍼지게 됐다”며 “각 매체에 권고안을 제안한 것은 보도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 현재의 사실 관계를 정리해 수년 전에 끝냈어야 할 의혹 확산을 차단하자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관련 보도 평가와 권고’ 보고서를 집필한 '뉴스타파' 김성수 기자의 손목.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팔찌를 하고 있다. ⓒPD저널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관련 보도 평가와 권고’ 보고서를 집필한 '뉴스타파' 김성수 기자의 손목.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팔찌를 하고 있다. ⓒPD저널

실제로 <뉴스타파>는 2014년 6월 26일자 <세월호 레이더 영상 공개...급변침 이유는 잠수함 또는 스텔스 군함?> 보도에 ‘세월호 침몰 원인 규명에 본 기사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어 해당 기사를 내리기로 했다’는 편집자 주를 달고 2018년 하반기 기사 내용을 삭제한 바 있다. 이런 전례가 권고안 탄생의 밑바탕이 됐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의 권고를 받아들인 언론사는 23일 현재 한 곳도 없다. 

김 기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인다는 상황적 맥락 안에서 조치를 취하는 걸 고려해보면 좋겠다”며 “그럴 역량이 있는 매체들이라고 생각한 곳들을 언급했고, 필요하다면 보고서를 모두 읽어본 뒤 반론이나 문제점을 민실위로 보내줘도 좋다”고 발전적 수용에 대한 당부를 전했다.

김 기자는 여러 전문가와 함께 세월호 참사를 재구성하는 도서를 집필 중이다. 내년에는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맞춰 그간의 취재기를 정리해 볼 계획이다. 

그는 “우리 사회 진상규명 과정이 왜 이렇게 제 갈 길을 못 가고 헤매게 되었나 하는 부분과 언론의 역할을 두 축으로 지난 10년의 취재 후기들을 적어둘 생각”이라며 “이후에 또 다른 사회적 재난 참사와 관련한 특별조사기구나 저널리스트들이 참고할 수 있는 과거 사례로 남겨두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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