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간부 89%가 가입해 어용노조?..."사용자성 실질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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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성향 제3노조, 10일 고용노동부 서부지청에 '부당노동행위' 고소장 접수
본부장급 등 주요 보직간부 노조 소속 지적…언론노조 MBC본부 "과거 자료, 현재와 달라"

MBC 사옥.

[PD저널=임경호 기자] MBC 소수노조가 2년 전 사측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MBC 보직자 148명 중 132명이 언론노조 조합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를 저격하고 나섰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허위사실’이라고 일축하면서 ‘노사단체 간 상호 불간섭’ 등을 규정하고 있는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을 위배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MBC노동조합(제3노조)는 10일 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노조 MBC본부의 조합원 신분을 유지하면서 MBC문화방송의 보직자 132명이 본부장, 국장, 부장, 팀장 등의 관리자 신분도 유지하고 있다는 문화방송의 공적인 문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문서는 ‘특파원 부당 전보’ 등 인사 조치 문제를 문제 삼으며 제3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이 2019년부터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과정에서 사측이 2021년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 자료다. 

사측은 당시 ‘현재 모든 보직부장 및 팀장이 제1노조(본부노조) 소속’이라는 원고 측 주장에 반박하며 “피고 회사의 모든 보직부장 및 팀장 148명 중 16명은 비노조원”이라고 서면 답변했다. 이와 함께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보직자 명단을 증거로 제출했다.

명단에는 대다수 보직 간부와 함께 인사부장과 법무부장, 경영본부장, 콘텐츠전략본부장, 시사교양본부장 등이 포함됐다. 문서는 2021년 2월 15일을 기준으로 했다.

이에 대해 제3노조는 “인사위원회에 참여해 징계권을 행사하거나 노사동수의 편성위원회에 회사 대표로 참석하는 예능본부장, 시사교양본부장, 라디오본부장, 경영본부장도 언론노조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어서 이해충돌 상황에서 회사를 대표하는 관리자 역할을 맡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화방송은 보직부장이 직원의 인사고과 가운데 성과평가를 최종 결정짓기 때문에 보직부장은 직원의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역할을 상시적으로 담당하고 있으며 보도국의 경우 취재지시, 출장지시 등의 구체적인 업무지시 및 관리감독 권한을 회사를 대표하여 행사하고 있다”며 본부노조를 “사실상 ‘어용노조’”라고 비판했다.

제3노조는 기자회견에 앞서 이날 오후 1시 고용노동부 서부지청에 MBC 안형준 사장과 박성제 전 사장,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 서울지부장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MBC노동조합(제3노조)은 그동안 ‘어용노조’이면서도 교섭대표노조의 권한을 행사하여 각종 단체협약과 근로시간면제협정을 맺어온 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본부노조)를 ‘합법노조’를 참칭하여 MBC노동조합의 근로시간면제를 부당하게 축소하고 MBC노동조합의 교섭을 방해한 혐의로 고발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의 자리에 피켓이 붙어 있다. ⓒ뉴시스
지난 3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의 자리에 피켓이 붙어 있다. ⓒ뉴시스

3노조의 이번 고소는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를 둘러싼 갈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제3노조와 본부노조는 노조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근로시간면제 배분을 두고 이견을 보여 왔다. 

제3노조는 본부노조에 보직자 130~150명이 포함돼 있어 제3노조의 근로시간면제가 부당하게 과소 책정됐다고 주장했다. 본부노조는 “노동자는 누구든지 자유롭게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며 부당하게 시간을 축소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본부노조는 제3노조가 제시한 보직간부 명단에 대해서도 “제3노조가 언급하고 있는 내용은 2021년 기준으로, 현재의 사실 관계와 크게 다르다”며 “징계를 결정하는 인사위원회는 본부장급으로 구성된다. 현재 본부장 중 누구도 MBC본부에 가입돼 있지 않다.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경영본부장도 MBC본부 조합원이 아니다. MBC본부 운영 규약상 국장급의 경우에는 조합원의 권리와 의무를 유예하고 있으며, 인사‧노무 등 보직팀장도 마찬가지이다”라고 반박했다. 

10여 년간 본부노조 자문을 맡아왔던 김민아 노무사는 본부노조 측 설명에 대해 “보직자들의 권리와 의무가 ‘유예’된다는 말은 과거에 조합원이었지만 지금은 사실상 조합원이 아니라는 말과 같다“고 부연했다. 

노동조합법은 ‘사용자나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사용자성 조합원에 대한 기준에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 

제3노조의 기자회견 이후 보수 성향의 언론은 '노영방송'이 입증됐다는 식의 보도를 내놓고 있지만, 보직 여부만으로 사용자성을 판단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유경 노무사(돌꽃 노동법률사무소)는 “보통은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가 보직자의 범위에 들어가지만 보직을 달았다는 사실만으로 무조건 조합원이 될 수 없다고 단정할 순 없다“며 “방송사는 규모가 크고 하는 일이 다양하기 때문에 보직을 달아도 인사권이 없고 경영에 직접 개입할 수 없는 경우가 있어 실질적으로 사업주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는지 사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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