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박수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임기 두달을 남겨놓고 면직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지휘·감독 책임과 의무를 위배해 3명이 구속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를 발생시켰다”며 “본인이 직접 중대 범죄를 저질러 형사 소추되는 등 방통위원장으로서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러 면직한 것”이라고 면직안 재가 사유를 밝혔다.
정부는 한 위원장이 TV조선 재승인 심사와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위계공무집행방해·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기소된 이후 면직을 추진해왔다.
정부는 ‘법률에 따라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사에 반해 면직되지 않는다’는 방통위 설치법 ‘신분 보장’ 조항을 면직 근거로 삼았다. 국가공무원법의 성실 의무· 품위유지 의무 등을 위반해 면직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오는 7월 말 임기가 끝나는 한상혁 위원장에 대한 면직을 끝내 밀어붙이면서 방통위 업무 공백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의 면직과 최민희 상임위원 내정자의 임명이 늦어지면서 오는 8월까지는 3인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민주당 추천)은 위원장 면직과 관련해 별도의 입장을 내어 “방송통신위원장 면직으로 방통위에는 상임위원 3명만이 있게 된다. 지난 3월 30일 교섭단체 추천 몫으로 국회에서 선출된 최민희 상임위원 내정자에 대해서는 61일이 지났음에도 법제처 법령해석을 이유로 임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방송통신위원장은 방통위 설치법 제6조 제5항에 따라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경우 국회 탄핵소추 발의 대상”이라며 “기소만으로 성실의무, 친절·공정, 품위유지를 위반했다고 면직한다는 것은 헌법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반하는 행위”라고 거듭 밝혔다.
방통위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로 1년 내내 시달렸다. 정부·여당의 노골적인 사퇴 압박과 사정기관의 고강도 조사는 ‘한상혁 축출’로 귀결될 것이라는 예견은 일찌감치 나왔다.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에 점수 조작이 있다고 본 검찰은 네차례 압수수색을 벌여 방통위 담당 국·과장과 당시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교수를 구속기소했다. 한상혁 위원장은 “주요 범죄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을 피했지만, 정부는 기소 사실 만으로 면직 절차를 강행했다.
한상혁 위원장은 면직 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한 위원장은 앞서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이라는 이유로 보장된 임기를 박탈하려 한다면 이는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위반 등 처분 자체의 위법성, 위헌성 등의 우려가 있음은 물론이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성, 방송의 자유 등 대한민국이 지켜나가야 할 헌법적 가치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해서도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방통위 설치법에 두고 있는 엄격한 신분보장 제도 취지에 비쳐 기소됐다는 사실만으로 면직 절차를 진행한다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청문 과정에서 진술했다”며 “면직이 행해진다면 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상혁 위원장이 면직됨에 따라 정부의 방송장악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대통령 윤석열의 방통위원장 면직 재가는 전임 정부 임명 인사 제거를 넘어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언론자유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며 “기어이 대통령은 언론통제와 방송장악의 방아쇠를 직접 당겼다.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했다.
이어 “낡은 사고, 뻔한 방법으로 공영방송을 과거처럼 먹으려 든다면 언론노동자들은 들불 같은 저항과 투쟁으로 답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