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고] 공영방송 붕괴와 침묵의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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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공영방송 (1)이창현 국민대 교수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윤석열 정부 들어 미디어 공공성이 다시 위기를 맞았다. TBS 지원 조례 폐지, TV수신료 분리징수, YTN 민영화 추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감사원 감사 등 공영방송 전 영역에 빨간불이 켜졌다. PD저널은 공영방송의 위기를 진단하고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위기의 공영방송' 연속기고를 준비했다. 다음은 미디어 공공성 포럼 공동대표인 이창현 국민대 교수 기고글이다.< 편집자 주>


 1) 공영방송 붕괴와 침묵의 대한민국 (이창현 국민대 교수) 
 2) 尹정부 미디어 정책 1년은 ‘언론장악 프로젝트' (이준형 언론노조 정책위원/언론학 박사)
 3) '언론 암흑기' 지역방송 출구도 퇴로도 없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4) "민주언론 대장정에 종착역은 없다" (장윤선 정치전문기자)

 

[PD저널=이창현 국민대 교수 / 대전환포럼 기획위원장] 윤석열 정부 시기에 공영방송의 위기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위기의 징후는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있었지만, 공영방송의 위기를 조장하는 행정적 조치들이 사회적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되는 것을 보면서 놀랍기까지 하다. TBS에 대한 서울시의 지원 조례 폐지, MBC에 대한 취재 제한과 경영 압박, YTN에 대한 공적 지분 매각 등이 이어지더니, 급기야 지난 7월 11일 KBS의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시행령이 통과 되었다. 시행령 개정이 방송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학계와 시민 사회의 비판은 귀담아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공영방송의 지배 체제 변화도 가시화하고 있다. 임기가 두 달 남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해임하고, 그 자리에 이명박 정권 시기 언론 통제의 담당자라고 비판을 받는 이동관씨를 내정했다고 한다. 시민 사회와 언론의 비판을 받더라도 방통위를 장악하고 이를 통해 공영방송을 통제하겠다는 의지처럼 보인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관리하지 않으면 광우병 파동과 같은 시민들의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는 강박을 갖고 있는 듯하다. 언론이 정부를 비판하면, 정책 기조를 변경하기보다는 괴담론을 내세우며 언론을 탓하고 있다. 최근 KBS 야당 측 이사가 해임되었고, 다음 타깃으로는 MBC 방문진 이사들이 꼽힌다고 한다.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 ⓒ뉴시스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가 2015년 회고록 '도전의 날들, 성공한 대통령 만들기' 출판 기념회에서 손님들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뉴시스

대전환포럼은 지난 4월 정책 전문가 262명을 대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념 설문조사했는데 응답한 내용은 아주 비관적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과 비전이 시대에 부합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응답자의 78.9%가 '부합하지 못한다'라고 응답하였고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을 하나의 키워드로 정리해 보라는 개방형 질문에 응답자들은 무개념(19%), 무능력(15.2%), 무데뽀(11.8%), 무책임(7.6%)이라고 꼽았다. 윤석열 정부를 일컬어 정책 전문가들은 이른바 '4무(無)정권'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정책도 '4무정권'의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 첫째, 무개념이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 미디어로서 공영방송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다. 공영방송이 사회 내에서 어떠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 현재 공영방송이 처한 상황과 당면한 문제는 무엇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없다. 언론 자유의 개념도 찾아보기 힘들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를 수십 번이나 반복했지만,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언론 자유의 개념을 허용하지는 못했다. 언론 자유의 핵심인 기자의 취재와 보도의 자유를 침해하면서 대통령이 자유를 외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둘째, 무능력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지지를 얻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 대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를 겪으면서도 정부는 피해자를 구제하고 국민들을 위로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참사의 책임규명에 대해서 진정성이 없었으며, 정치적 갈등만을 부추기고 정부책임을 회피하려고 했다. 미디어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민주적 절차에 따라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 사회적 의견 수렴 없이 YTN의 공공 지분을 매각하려하고, KBS 수신료 분리징수는 상위법인 방송법의 충분한 검토 없이 시행령을 자의적으로 개정했다. 

셋째, 무데뽀이다. 무데뽀는 앞뒤 생각 없이 행동하는 모양을 뜻한다. MBC의 소위 `바이든 날리면` 보도에 대한 대통령실의 대응은 적절하지 않았다. 국내외 언론에서 대통령 발언에 대한 비판기사가 나왔는데도 MBC의 기사만 문제로 삼아 취재기자를 압박하고, 심지어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조치를 내리는 것은 한 마디로 무데뽀한 것이다. YTN의 공적 지분 매각 역시 무데뽀한 일이기도 하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여야가 추천한 5명의 합의제 행정기구임에도 불구하고, 3인 체제 하에서 여당측 2명이 동의한다고 시행령을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것도 적절하지는 않다. 국민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다.

김효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5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김효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5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넷째, 무책임이다. 정부는 수신료 분리 징수를 강제하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국민 불편 해소와 선택권 보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수신료 분리 징수에 따른 국민 편익은 찾아볼 수 없으며, 국민 불편만 가중될 뿐이다. 국민 편익을 앞세운다는 정부가 사실은 국민 대다수를 혼돈에 빠뜨리고 불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선택권 보장이라는 주장도 국민 기만이다. 분리 징수를 하더라도 수신료 납부 의무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쟁 등의 국가위기와 태풍, 지진 등의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공영 방송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공영방송의 경제적 기반을 약화하는 조치를 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4무정권의 공영방송에 대한 정책은 공영방송을 살리는 정책이 아니라, 공영방송을 죽이는 정책이다. 공영방송이 붕괴하면 미디어의 상업화와 사기업화가 강화될 것이다. 수신료의 납부액이 줄어들면, 그만큼 광고가 증가하여 방송의 상업화가 더욱 강조될 것이다. KBS와 YTN은 우리나라에서 영향력과 신뢰도가 높은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왜 이를 상업화하려는지 국민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보수정권이 공영방송보다는 사기업 방송을 통제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에서 이러한 정책이 나오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믿고 싶지 않지만, 이것이 사실이라면 집권 연장을 위해 자기에게 유리한 방송구조 개편을 하는 것으로서 이해충돌의 사안이 될 수도 있겠다. 

책 '침묵의 봄 ' ⓒ에코리브르
책 '침묵의 봄 ' ⓒ에코리브르

'침묵의 봄'은 1962년 미국에서 발간된 레이첼 카슨의 책으로, 살충제와 제초제 등에 의해 새들이 사라진 봄을 다루었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을 보며 공영방송이 붕괴되는 오늘의 상황을 진단하고자 한다. 공영방송이 붕괴된 후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대한 정치적 비판이 사라지고, 상업적인 프로그램만 넘쳐난다면, '침묵의 대한민국'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1987년 민주화 과정에서 공공 미디어의 발전도 함께 이루어졌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시기에는 민주주의의 퇴행과 공공미디어의 붕괴가 함께 상승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침묵의 대한민국!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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