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고] 尹정부 미디어 정책 1년 '언론장악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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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공영방송 (2) 이준형 언론노조 정책위원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윤석열 정부 들어 미디어 공공성이 다시 위기를 맞았다. TBS 지원 조례 폐지, TV수신료 분리징수, YTN 민영화 추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감사원 감사 등 공영방송 전 영역에 빨간불이 켜졌다. PD저널은 공영방송의 위기를 진단하고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위기의 공영방송' 연속기고를 준비했다. 다음은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위원인 이준형 언론학 박사의 기고글이다.   <편집자주> 

 1) 공영방송 붕괴와 침묵의 대한민국 (이창현 국민대 교수) 

 2) 尹정부 미디어 정책 1년은 ‘언론장악 프로젝트' (이준형 언론노조 정책위원/언론학 박사) 

[PD저널=이준형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위원/언론학 박사]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프로젝트가 첫 분기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지명한 시점에 하는 얘기다.

필자는 윤석열 정권 출범 1주년을 맞아 현업 언론단체들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윤석열 정권이 2024년 총선 전까지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정치 담론을 수구화하기 위한 언론장악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는 1) 언론장악 전력 인사기용 2) 싸움걸기 3)법과 질서 전략 사용하기 4)재원 구조 압박과 공공성 해체 시도. 이 네 가지 전술로 나뉜다.

각각의 전술들은 동시다발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상호 연관적이다. 윤석열 정권은 과거 언론장악 전력이 있는 인사 언론 관련 요직에 앉혀왔다. 김재철 체제의 MBC에서 보도본부장을 맡으며 세월호 보도 참사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이진숙 씨가 대선 캠프 언론특보를 맡았고, 최근에는 보도개입과 부당노동행위 등을 이유로 MBC 사장에서 물러났던 김장겸 씨가 여당의 ‘가짜뉴스·괴담 방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두 번째 ‘싸움 걸기’ 전술에 따라 윤석열 정권은 초기부터 여권 인사들의 입을 통해 공영방송과 비판 언론에 싸움을 걸며 언론장악의 ‘판’을 깔기 시작했다. 2022년 7월에 권성동 의원이 “KBS를 비롯하여 MBC 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다 좌지우지하는 방송”이라고 운을 뗐고, 같은 해 12월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통위원회 여당 간사 박성중 의원이 KBS와 MBC의 이사진 비율 언급하며 “하나도 못 먹고 있다”고 발언했다. 같은 해 9월에는 그 유명한 ‘바이든-날리면’ 보도를 빌미삼아 MBC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거부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 비판적인 보도를 했던 한국일보, 뉴스토마토, UPI뉴스 등이 고발당하거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정권은 이렇게 싸움을 걸면서 정권 대 언론의 대결 구도를 만들고, 정권 내부 인사들과 지지자들을 규합하는 효과를 노렸다.

지난해 9월 28일 서울 마포구 MBC 본사 앞에서 박대출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과 박성중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가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발언 보도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9월 28일 서울 마포구 MBC 본사 앞에서 박성중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발언 보도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세 번째인 ‘법과 질서’ 전술에 따라서는 사법적 기구와 ‘질서유지’ 담론들이 동원되어 언론에 압박을 가했다. KBS와 MBC는 감사원의 유례없는 전방위적 장기감사에 시달렸고 MBC 뉴스룸은 사상초유의 경찰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대통령이 나서서 ‘가짜뉴스’를 엄벌해야한다는 담론을 유포하면,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 등이 나서서 ‘유튜버를 언론중재대상으로 삼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와 같은 전술은 법과 질서의 편에 정권을 위치시키고, 언론은 감사나 압수수색에 노출시켜 ‘뭔가 문제있는 집단’으로 보이게 만들면서 대결 구도에서 선과 악의 역할을 부여하는 효과를 만든다. 이 효과에 힘입어 정권은 ‘심판관’의 입장에서 언론의 행태를 가짜와 진실로 판가름할 수 있는 권위도 부여받게 된다. 정권을 비판하는 언론을 손쉽게 ‘가짜언론’ 혹은 ‘괴담유포자’로 낙인찍고 뭉개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공영방송의 재원 구조를 흔드는 4번 전술은 전 정권들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이번 정권 특유의 전술이다. 국민제안으로 운을 띄운 수신료 분리고지는 방통위의 시행령 의결로 KBS 내부를 대혼란에 빠뜨렸고, YTN은 손쓸 겨를 없이 민영화 절차에 돌입했다. 마찬가지로 ‘정권 교체’가 된 서울시에서도 TBS 지원조례안이 폐지되며 TBS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상태다. 재원 구조가 흔들리면, 우선 언론사 조직 내부의 결속이 흔들리고, 이어지는 정권의 공세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

김효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5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김효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5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여태까지만 해도 언론계에 큰 파장을 몰고온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프로젝트는 이제서야 첫 번째 국면을 지나고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의 과정은 본격적인 언론장악을 위한 사전준비 작업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과거 보수정권들과는 달리, 여소야대 국회와 낮은 대통령 지지율을 조건으로 출범한 윤석열 정권이 내년 총선 전에 언론계를 ‘정리’하여 후일을 도모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웠으리라 추론해 볼 수 있다. 이 사전준비작업의 두 번째 국면은 이동관씨를 방통위원장에 지명하면서 그 시작을 알렸다. 이명박 정권의 언론탄압·장악의 핵심에 있었던 이동관씨를 방통위원장에 앉혔다는 사실은 윤 정권의 언론장악 전술이 과거 보수 정권의 그것에 기댄, ‘경로의존성’을 보일 것임을 유추할 수 있게 해준다.

그 경로의존적 미래를 섣부르게 예측해보자. 공영방송사 외곽에서 재원을 흔들고 싸움을 걸었던 정권은, 벌써 공영방송들의 이사회를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그 다음은 사장과 간부급 인사들을 친정권 인사들로 교체하는 일일 테다. 정권 인사들이 언론사 내 인사들을 매개로 보도에 개입하고, 반발하는 언론인들은 해직되거나 한직으로 쫓겨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조직은 와해될 것이며, 그 언론사의 저널리즘에도 쉬이 회복되지 않을 상처가 남을 것이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1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인근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1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인근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얼마 지나지 않은 과거에 촛불 ‘씩이나’ 겪은 한국 사회의 언론은 여전히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결국 제도화되어 있는 후견주의의 문제다. 정권을 잡으면 공영방송도 ‘먹어야 한다’는 여당 의원의 저속한 표현에는 사실 현실에 대한 탁월한 직관이 숨어있다. 정치권은 말로는 ‘자유 언론, 방송 독립’을 외치지만, 제도적으로는 정권을 잡은 쪽이 차례로 방통위, 공영방송 이사회를 손에 넣을 수 있고 공영방송 사장도 갈아치울 수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한 세력이 권력을 남용하여 언론을 장악하려 들면, 상대방도 반작용하여 언론을 자기 편으로 만들고자 한다.

누군가는 끊어 냈어야 할 후견주의적 제도는 촛불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가 오늘날 후폭풍으로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다. 앞으로 진행될 언론장악 프로젝트와 그에 대한 저항은, 또다시 큰 상처로 한국 언론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을 것이다. 그러나 폭력이 빗발치는 싸움터에서도, 기필고 이번만은 이 후견주의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는 다짐을, 언론인들과 시민들이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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