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고] “민주언론 대장정에 종착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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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공영방송 (4) 장윤선 정치전문기자

지난 5월 30일 경찰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개인정보가 담긴 문건 유출 과정에 MBC 기자가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해당 기자와 MBC, 국회사무처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경찰은 MBC 본사로 찾아왔지만 언론노조 등에 막혀 현관에서 대치 중이다 ⓒ뉴시스

윤석열 정부 들어 미디어 공공성이 다시 위기를 맞았다. TBS 지원 조례 폐지, TV수신료 분리징수, YTN 민영화 추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감사원 감사 등 공영방송 전 영역에 빨간불이 켜졌다. PD저널은 공영방송의 위기를 진단하고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위기의 공영방송' 연속기고를 준비했다. 다음은 장윤선 정치전문기자의 기고글이다. <편집자주> 

 1) 
공영방송 붕괴와 침묵의 대한민국 (이창현 국민대 교수) 
 2) 尹정부 미디어 정책 1년은 ‘언론장악 프로젝트' (이준형 언론노조 정책위원/언론학 박사)
 3) '언론 암흑기' 지역방송 출구도 퇴로도 없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4) "민주언론 대장정에 종착역은 없다" (장윤선 정치전문기자)

[PD저널=장윤선 정치전문기자] “정권과 입장을 같이 하는 게 언론이랄 수 있나. 정권교체 이후 완장 차고 몽둥이까지 들고 다닌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말대로 미친개가 몽둥이까지 들고 있으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느냐, 그 비유가 딱 맞다."

2009년 8월 21일 최상재 당시 언론노조 위원장과 나눈 인터뷰 한토막이다. 그때 한나라당(현 국민의 힘)은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주도했고, 이에 반대한 언론인과 야당, 시민사회는 무기력했다. MB는 언론환경 선진화를 강조했으며 종편 진출을 앞둔 조중동은 세제혜택, 광고시장 개방, 제작환경 공적 지원 등을 대놓고 요구했다. 언론노조가 날마다 ‘언론악법 원천무효’를 외친들, MB정권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때도 그랬다. 안 들었다.

14년이 흘렀다. 정권도 세 번이나 바뀌었고, 미디어환경도 많이 달라졌다. ‘그때의 용사들’은 이미 초로가 됐건만, 무슨 팔자인지 조용히 퇴직하긴 글렀다. 다시 전선으로 떠밀려 투쟁가를 부를 판이다. 이 모든 것은 이동관 후보 그 때문이다. 14년 전 트라우마가 심장에 박힌 이들에게 이동관이란 이름 석 자는 그 자체로 탄식이다. 과거 그가 한 일을 모두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연주 KBS 사장 강제 해임 사건, 엄기영 MBC 사장 사퇴와 김재철 사장 임명, YTN 기자해직과 징계,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검찰의 수사기소, 국정원을 통한 언론장악 문건 등 상식적으로 믿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졌고 많은 언론인들이 경악했다. 격렬하게 투쟁했던 MBC 이용마 기자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그런 ‘언론장악기술자’가 다시 오다니….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8일 경기 과천시 소재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8일 경기 과천시 소재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0일 <김어준의 겸공>에 언론노조 KBS본부‧MBC본부‧YTN지부장을 맡고 있는 강성원 기자, 이호찬 기자, 고한석 기자가 출연해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동관, 이번에야말로 방송장악 끝장 볼 것” MB정부 때도 1단계로 간부진 교체와 프로그램 퇴출, 2단계로 노조 무력화, 3단계로 민영화까지 이루려 했으나, 노동조합의 끈질긴 투쟁으로 3단계까지 이르지 못했다며 이번이야말로 이동관 후보자가 3단계 민영화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게 아니냐 의심한다. 국정원 문건대로 ‘1공영·다민영’은 보수정권의 못다 이룬 꿈으로 이번엔 반드시 이루려 할 것이라는 우려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하는 현업 PD들의 한숨은 날마다 커진다. ‘오늘도 무사히’ ‘아직까진 별 말 없음’ ‘내일은 안녕할까’. 촌각을 다투는 시사프로 피디들에게 들이닥친 공포와 위기감은 무엇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14년 전 그때, 현업 언론인들은 현장에서 불굴의 투지로 싸웠다. 상처도 많았다. 펑펑 우는 언론인도 있었다. 모두 많이 힘들었던 때다. 불운하지만, 다시 그때가 오고 있다. 언론노조는 방통위가 KBS와 MBC 두 공영방송 이사장을 역사상 처음 동시 해임할 걸로 예상되는 16일, 이동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예정된 18일을 전후로 강도 없는 투쟁을 예고했다.

언론노조 깃발 아래 얼마나 많은 언론인이 설까. 다들 알고, 이동관 후보도 안다. 그때처럼 많이 뭉치지 않을 것이다. 정말, 그럴까.

이호찬 MBC 기자가 말했다. “방통위가 차기환씨를 방문진 이사로 임명했다. 세월호 유가족을 비하하는 일베 글을 퍼 나르고, 북한군 5‧18 남파설을 퍼트렸던 사람. 내부적으로 더 이상 가만있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대기자 김중배 선생은 2009년 2월 27일 자신의 저서 출판기념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역풍이 다시 부는 반동의 시대가 됐다. 민주언론의 대장정에는 종착역이 없다. 지루하고 끈질긴 오늘의 현실에서 절박하게 요구되는 시대의 부름, 역사의 부름, 민주언론의 길에 정진하기 바란다.”

14년 전 선배 언론인의 당부가 귓전에 쟁쟁한 까닭은 너무나 지금 현실과 닮아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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