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되는 프로그램’ 무조건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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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극장’ ‘김동률의 포유’ 등 없애기로
EBS 제작비 ‘빈익빈 부익부’ 현상 심화



방송사들이 올해 광고수익의 악화 등 적자를 우려해 프로그램 제작비를 대폭 삭감하거나 제작비가 많이 투여되는 프로그램을 폐지해 비판이 일고 있다. MBC는 3월 5일 부분조정을 앞두고 <형사><두뇌발전소 Q><베스트극장><김동률의 포유>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김동률의 포유>가 폐지된 시간에는 ‘논픽션 파노라마’(가제)가 신설된다. 이 시간에는 지역MBC에서 제작한 프로그램, 공연 관련 실황중계, 외주 제작 프로그램 등을 편성한다. 외주제작센터의 <두뇌발전소 Q>가 폐지된 곳에는 그동안 방영된 MBC 드라마를 내보낼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MBC의 결정에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다. 예능국은 내부 인터넷 게시판에 예능국 평 PD들이 성명서를 냈고 7일에는 최문순 사장을 직접 만나 <김동률 포유> 폐지 건과 관련한 면담을 했지만 폐지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드라마국 역시 단막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베스트극장> 폐지를 반대해왔다. 하지만 <베스트극장>은 편당 1억 원이 가까운 제작비에 비해 시청률이 저조하고 광고 적자를 기록해 폐지 대상 목록에 자주 올랐다. 이런 논란 속에 2005년 가을개편 때 다시 부활했던 <베스트극장>은 폐지의 운명을 걷게 됐다.

MBC의 이번 결정에 대해 해당국의 PD들은 경영 논리로 프로그램을 재단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MBC의 한 PD는 “프로그램은 ‘저효율·고비용’의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문화 콘텐츠로 봐야 한다”며 “PD가 점점 돈이 되는 프로그램만 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 몰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MBC 편성측은 “모든 프로그램의 제작비를 삭감하는 쪽보다 각 국별 프로그램을 하나씩 폐지하기로 했다”며 고통분담을 강조했다.

EBS도 상황은 비슷하다. EBS는 공사 전환 이후 처음으로 적자 예산을 편성하면서 전체 제작비를 평균 7~8% 가량 삭감했다. EBS는 당초 지난해 370억 원 보다 5% 정도 삭감한 351억 원을 예산 편성했으나 2월 초 삭감된 제작비에서 다시 평균 3% 정도를 더 줄여 최종 편성했다.

EBS는 올해 수능·중학생 프로그램 제작비 국고 지원 등이 대폭 축소되고 3월 개국 예정인 ‘EBS 플러스 3’ 등 신규 사업 진출에 따른 지출 등을 고려해 적자 예산을 편성했다.EBS는 이런 상황에 이르자 제작비 ‘빈익빈 부익부’까지 나타나고 있다. 데일리 프로그램은 제작비가 대폭 줄었다. 편당 440만원의 제작비가 드는 데일리 프로그램은 약 400만원 정도로 줄었다. 반면 EBS가 이번 개편에서 심혈을 기울인 <명의><시대의 초상> 등은 편당 2000만원이 넘는 제작비가 편성됐다.

EBS의 한 PD는 “일주일 기준(5편)으로 볼 때 약 200만원의 제작비가 삭감되는 것”이라며 “일주일에 한 번 녹화 때는 진행자 없이 스튜디오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할 처지”라고 밝혔다.

이런 방송사들의 분위기에 대해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시청률이나 수익성에 기반한 제작비 산정방식은 지상파 방송사의 공적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며 “방송사가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서 수익 악화 등의 위기감을 이런 방식으로 풀어나간다면 더 큰 위기감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다.이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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