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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클럽 밴드의 활성화를 꿈꾸며
한용길
CBS 제작부 차장

|contsmark0|음악 방송 프로듀서로 10년 넘게 일하고 있는 내겐 다소 호사스러운(?) 취미가 하나 있다. 그건 일정기간 저축해놓은 월급과 보너스를 모아서 음악기행을 떠나는 것인데 지금까지 컨트리음악의 본고장 내쉬빌(nashville), 음악적 실험이 벌어지는 메트로폴리탄 뉴욕, 화려한 록을 구사하는 로스앤젤레스, 그런지(grunge)라는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낸 시애틀, 매년 여름이면 내놓으라 하는 크리스천 음악 연주인들이 함께 모여 멋진 연주를 펼치는 덴버(denver)가 지금까지 찾아가 본 음악 도시이다. 올해는 회색빛 도시 속에 펼쳐지는 현대인의 고독을 노래하는 불루스음악의 도시 시카고와 흑인들의 애환이 오히려 화려하게 빛나는 재즈의 도시 뉴올리언스를 찾아가 볼 예정이다. 그간 저축해놓은 경비를 다 써도 아깝지 않은 것이 음악기행인데 나는 이 여행을 통해서 그들의 음악을 내 감성 깊은 곳에 체화시키며 그들의 음악적 행로를 추적하고 또 그들이 가고자하는 앞으로의 음악적 여정을 예감한다.
|contsmark1|광대한 영토만큼이나 다양한 음악이 매일 밤이면 울려 퍼지는 미국의 클럽, 재능 있는 뮤지션이면 누구나 손쉽게 올라가 음악적 열정을 토로해낼 수 있는 무대, 달리는 밴 속에 몸을 싣고 이 도시 저 도시로 옮겨 다니며 1년 넘게 펼치는 예비 스타들의 열정적인 연주야말로 세계 대중음악의 무대를 휘어잡는 미국 대중음악의 힘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 10년 넘게 음악기행을 하면서 얻은 소득이었다.화려한 그래미 시상식의 무대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을 무명의 밴드에서 연주를 해왔을까? 무명 뮤지션에서 사랑받는 유명 아티스트가 되기까지 무대를 제공해준 이름 모를 도시의 클럽들이야말로 지금의 스타를 만들어낸 산실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contsmark2|눈을 들어 우리나라 대중음악계를 살펴보면 어떠한가? 오랜 기간 연주와 창작활동에 전념해온 아티스트들보다는 겉보기에 화려하고 그야말로 밤에 떴다가 새벽이면 사라지는 별같은 아이돌(idol) 스타들에게만 스포트라이트를 펼쳐주는 방송계의 현실과 재능있는 신인들의 실험적인 무대를 제공해주지 못하는 사회적인 환경이 암담하게만 비추어질 뿐이라 한숨만 나올 뿐이다. 음악방송은 시청률 경쟁이라는 멍에 때문에 10대에게 매달려 있고 음악클럽은 식품위생법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조항 때문에 현재로서는 불법이라고 규제되어 있어 도저히 대중음악이 건전히 자랄 수 없는 것이 우리 대중음악계의 현실이다. 전세계 음반시장에 10위권 안에 들어갈 정도로 그 부피는 커졌지만 내용은 부실하기 짝이 없는, 그래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그 대안을 만들어내 21세기 대중문화 대장정에 올라야할 것이다.우리나라에서 라이브클럽은 현행 식품위생법 시행령상 ‘일반음식점’ 허가를 취득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라이브클럽은 뮤지션들의 상시적인 라이브 연주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음악 중심의 공간이며, 일반 소극장 또는 콘서트홀과는 또다른 차원에서 대중음악 공간으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 문화적 중요성에 대한 배려없이 지난 수십 년간 중국음식점, 돼지갈비집과 같은 류의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되어온 라이브클럽은 음향시설을 갖추고 1인 이상 밴드의 공연이 행해진다는 점에서 현행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 7, 8조를 위반하고 있어 그동안 대내적인 행정, 형사처벌의 지속적인 단속의 대상이 되어온 것이 우리 사회 환경의 현실인 것이다.
|contsmark3|세계 대중음악 역사상 라이브클럽은 아마추어 뮤지션들이 대중 앞에서 검증 받고 음반사에 발탁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그 나라의 대중문화를 보여주는 관광상품으로서도 일익을 담당해왔다. 일반 소극장, 콘서트홀과 차별성을 갖는 라이브 클럽의 음악적 역할은 다음과 같이 대략 네가지 정도의 내용으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대중음악 라이브문화의 근간으로서 신인 뮤지션을 발굴, 양성하는 기능, 둘째, 주류 상업음악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실험성, 독창성을 갖춘 언더그라운드 음악 문화의 생산자로서의 기능이 있고, 셋째로는 우리나라 tv, 라디오와 같은 방송매체들이 수용하고 있지 않는 소외된 음악장르 지원자로서 다양한 음악문화의 맥을 지킬 수 있으며 넷째로는 미국의 하드락 카페(hard rock cafe), 블루 노트(blue note)같이 자국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외화도 벌어들일 수 있는 관광상품의 기능이다.
|contsmark4|최근 문화관광부의 공연예술과의 라이브클럽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라이브클럽 합법화를 위한 법개정 운동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보다 깊은 애정과 관심으로 도와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올해에는 굳이 외국으로 나가지 않아도 국내 라이브클럽에서 펼쳐지는 공연만으로도 배부른 한 해를 보내고 싶다.|contsmark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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