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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씨의 소설 <오래된 정원>이 임상수 감독의 연출로 MBC 프로덕션에 의해 제작되어 1월4일 개봉된다. 


<오래된 정원>은 소설가 황석영이 <무기의 그늘>이후 13년 만에 “80년대에 바치는 진혼곡”이라며 발표한 소설로, 80년대 광주를 배경으로 한국사회 격변기에 시대의 아픔을 겪으며 살았던 남녀의 삶과 사랑을 그렸는데, 2000년 출간당시 20일 만에 8만부가 팔렸으며, 단재상 이산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오래된 정원>은 5.18로 17년간 수감되었던 남자주인공 현우 (지진희)가 출소 후 자신을 숨겨주고, 사랑했던 여인 한윤희 (염정아)와 지내던 곳을 찾아가 사랑하던 여인이 딸을 남겨 놓고 세상을 떠난 사실을 알게 되고, 17년 전의 지난 날을 회상하는 이야기다.  시사회에서 처음 공개된 <오래된 정원>은 역사를 영화로 만들 때 어떻게 역사를 영화라는 매체로 재해석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100억 이상의 제작비를 들였으며 완성도에 의심이 없었으나 흥행에 참패한 <청연>의 경우, 역사상의 실존 인물을 영화가 어떻게 해석하였느냐? 에 문제제기가 따랐고, 결과적으로 관객이 외면한 경우다.  
임상수 감독은 시대가 만나게 하고 헤어지게 한 운명의 연인을 그린 멜로 영화인 <오래된 정원>에서 감독 나름대로의 색깔로 5.18을 재해석하고 있으며, 80년대 학생 운동에 대해서도 재해석을 한다.


역사의 재해석은 감독 나름대로의 특권이자 권한이기는 하다. 그러나 <오래된 정원>은 연인의 배경이 되었던 5.18광주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남자주인공 현우의 가슴 아픈 사랑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만, 가슴 아픈 사랑의 원인이자 배경에 대해서는 함구한다.<오래된 정원>의 핵심은 5.18광주 이야기다. 광주를 말하기 위해서 가슴 아픈 남녀의 사랑이라는 배경을 끌어들인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임상수 감독은 가장 중요한 부분을 외면한다.


<오래된 정원>은 20대나 30대 관객을 겨냥한 영화가 아니다. 80년대 격동기에 5.18을 경험한 세대를 관객층으로 상정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황석영씨가 “80년대에 바치는 진혼곡”이라고 했듯이 관객은 <오래된 정원>을 통해 80년대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받기 위해 영화관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80년 광주는 오랫 동안 왜곡돼왔으며, 아직도 많은 사람이 그 상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있는 상황에서 <오래된 정원>이 그 상처를 오히려 덧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든다.


<오래된 정원>은 역사를 말하지 않고 있으며, 분신장면 후 후배와 정사하는 장면 등, 오히려 당시 학생운동까지 왜곡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당시 5.18 장면들과 학생들의 시위 장면, 분신장면 등 많은 장면들이 등장하기는 하나 진지하지 않은 농담처럼 임상수 감독은 던져 놓고 있을 뿐이다.오히려 너희들이 한 것이 무엇이었느냐? 고 매우 냉소적인 질문을 영화는 던지고 있다.임상수 감독의 한계일까? 아니면 아직도 역사를 제대로 말 할 수 없는 시대적 한계일까?아무튼 실망스럽다.

 

임 순 혜 미디어기독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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